[김길웅의 借古述今] (295) 양반자식, 고양이자식, 행실은 배워야 한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편집자 글]


* 양반새끼 : 양반자식
* 고냉이 : 고양이
* 배와사 : 배워야

사진=픽사베이
사람이나 동물이나 행실을 배워야 한다. 이왕 배울 것이면 바른 행실, 좋은 행실을. 

사진=픽사베이

행실은 제 도리를 알아 올바로 행하는 것, 사람이 사람답게 할 일을 다하고 말과 행동을 바르고 신실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 자기는 천민이 아닌 양반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말과 행동, 곧 하는 짓이 바를 수가 없다. 물론 선천적으로 타고날 수도 있겠으나, 자라면서 웃어른에게 배울 수도 있고, 교육을 통해 언행을 바르게 닦아야 하는 것이 행실이다.

심신을 도야하고 면마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면 얼마든지 좋은 심성과 높은 덕을 지닐 수가 있다. 설령 조선 시대에 양반이라는 신분으로 태어났다 하더라도 양반으로서 체신을 지키지 못해 오만하거나 남에게 해를 끼친다면 주위로부터 온전한 대우를 받지 못할 것을 말할 것이 없다. 

베풀면 자신이 베푼 만큼 돌아오는 것이 인간 사회의 정한 이치, 순리다. 그러니 사람들로부터 대우를 받으려면 무엇보다 아잇적부터 사람다운 행실을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고양이란 놈도 거칠고 사납기만 해서는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 물론 반려묘가 아닌 길고양이를 이르는 것이겠지만, 저들 무리 속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로 생각하면 된다. 

혹여 오늘날의 집에서 기르는 반려일 때는 더 말한 게 없다. 사람에게 잘 순치(馴致)돼야 식구들과 한 가족으로 녹아들 수 있을 게 아닌가. 그러려면 야성(野性)을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고 누가 그런 짐승을 품어 주겠는가. 곧 행실을 배워야 한다는 의미다.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 사람이나 짐승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행실을 배워 실천하면 누가 그를 꾸짖거나 업신여길 것인가. 모름지기 행실을 배워 행하면 주변으로부터 칭찬을 들을 뿐 아니라, 서로 신뢰하게 되니 서로 간의 삶이 얼마나 미더울 것인가.

“그 사름 행실머리가 촘 나쁜 사름이여. 놈 되는 걸 경 배 아팡 헌다게(그 사람 행실이 참 나쁜 사람이다. 남 되는 것을 그렇게 배 아파 한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행실을 배워야 한다. 이왕 배울 것이면 바른 행실, 좋은 행실을. 


# 김길웅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 자리 ▲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락 외 7권, 시집 ▲텅 빈 부재 ▲둥글다 외 7권, 산문집 '평범한 일상 속의 특별한 아이콘-일일일'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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