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멸가치 (Adenocaulon himalaicum Edgew.) -국화과-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지난 10월 11일, 한라산 백록담에서 올해 첫 얼음이 관측되었다는 [제주의소리] 기사가 있었습니다.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들판의 가을 야생화들도 개화 시기를 앞당겨 피어나 열매를 빨리 맺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 주에 소개해 드릴 야생화인 멸가치라는 식물도 작년보다는 개화 시기를 앞당겨 꽃과 같이 열매를 맺는 개체가 많이 보였습니다.

ⓒ문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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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멸가치의 이름과 관련하여 ‘멸’(멸치)과 ‘가치’(개비)의 합성어입니다. 열매의 모양이 멸치가 개비로 늘어선 모양을 보는 것 같다는데서 유래하였다고 ‘한국식물 이름의 유래―조선식물향명집 주해서’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멸가치의 열매가 달린 모양.<br><br>ⓒ문성필
멸가치의 열매가 달린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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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형으로 퍼진 열매의 모양이 마치 멸치가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조선의 구황식물’에 따르면 열가치라는 이름을, ‘조선산야생식용식물’에서는 ‘명가지’ 라는 이름을 기록했는데 멸치를 지방에 따라 ‘열치’ 또는 ‘명어치’ 라고도 하므로 이 역시 멸치와 가지의 합성어로 이해된다.

- 조선식물향명집 주해서

ⓒ문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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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국에 걸쳐 자라는데, 산지나 들판의 습지인 곳에 많이 자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8~9월에 국화과의 꽃들이 그렇듯 두상화로 피어나며 처음에는 흰색을 띠나 점차 엷은 붉은색으로 변합니다. 전체적인 멸가치의 모습은 얼핏 보면 머위와 비슷한 잎을 가지고 있습니다.

멸가치의 전초 모습.<br><br>​​​​​​​ⓒ문성필
멸가치의 전초 모습.

ⓒ문성필

이 멸가치의 다른 이름으로 옹취, 총취, 명가지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예부터 나물로 이 멸가치를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잎이 머위랑 비슷하여 개머위, 일부 지방에서는 잎이 말굽처럼 생겨 말굽취라고 부르고 있는 식물입니다.

ⓒ문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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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설명해 드린 것처럼 멸가치의 꽃은 흰색을 띠고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엷은 붉은색으로 변해 가는 특징이 있습니다. 꽃이 아주 작아 접사하기가 난감하지만 꽃을 접사해 보면 참 예쁘기만 합니다.

ⓒ문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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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지나 가을로 접어들면서 숲 속에는 여름의 화려했던 야생화들의 빈자리를 가을 야생화들이 물려받아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멸가치의 꽃말은 ‘당신에게 모든 것을 맡깁니다’라고 합니다. 멸가치라는 식물도 가을의 숲 속에 모든 것을 맡기고 운명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열매를 맺은 멸가치들이 잘 자라나 내년에도 고운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문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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