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주인이다-제주 마을이야기] (15) 서귀포시 도순동

마을의 자원과 가치를 주민들이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공동체를 조성하기 위한 마을만들기 사업. 시행착오와 현실적 어려움을 넘어 제주 마을 곳곳에서는 ‘작지만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제주특별자치도마을만들기종합지원센터와 함께 주민 주도의 마을만들기를 통해 희망의 증거를 발견한 제주의 마을들을 살펴보는 연중기획을 마련했다. 이를 계기로 더 나은 제주의 미래를 향한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 편집자
돌담 넘어 한라산이 보이는 아름답고 행복한 서귀포시 도순마을. 주민들은 행복한 도순녹낭마을을 꿈꾸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주의소리
돌담 넘어 한라산이 보이는 아름답고 행복한 서귀포시 도순마을. 주민들은 행복한 도순녹낭마을을 꿈꾸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주의소리

넉넉한 인심 가득한 주민들이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아가는 곳. 빠른 변화를 마주한 시대, 비교적 제주 마을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서귀포시 도순마을. 

살기 좋은 공동체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주민들의 마음이 마치 은은하게 퍼지는 녹나무향처럼 매력적인 곳이다. 주민들은 자연 그대로의 살아있는 생태자원을 잘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코자 한다. 

도순마을을 대표하는 생태자원은 단연 ‘녹나무’다. 도순동 중심으로부터 남쪽 약 2km의 급경사지에 있는 ‘녹나무 자생지’는 천연기념물 제162호로 지정될 정도로 문화적 가치가 크다. 

녹나무는 사시사철 잎이 푸른 나무로 전체에서 향기가 난다. 예로부터 조상들은 녹나무 가지와 잎을 환자를 치료하는 약제로 사용했다. 이처럼 녹나무에는 조상들의 생활상이 깃들어 있다. 

주민들은 이 녹나무를 보전함과 동시에 이를 활용한 마을만들기 사업을 추진 중이다. 도순마을의 비전도 ‘행복한 도순녹낭마을’인 것처럼 도순동의 녹나무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마을 분위기가 고스란히 녹아든 곳에서 주민들 누구나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옛 은행 건물을 리모델링해 워케이션 공간과 에코스테이를 설치, 주민과 방문객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시설도 마련했다.

ⓒ제주의소리
도순마을은 옛 은행 건물을 리모델링해 워케이션 공간과 에코스테이를 설치, 주민과 방문객이 동화될 수 있는 시설도 마련했다. 사진 왼쪽은 1층 워케이션 공간, 오른쪽은 2층 에코스테이 공간. ⓒ제주의소리

건물 1층에는 사무실과 마을홍보관, 커뮤니케이션 공간 등 워케이션 공간을 마련하고 2층에는 방문객이 한 달 살이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숙소도 준비했다. 노후화된 건물을 해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살려낸 도순다운 건물 그대로다.

이 같은 기반 시설을 튼튼하게 만든 도순마을은 마을이 가진 자원인 건천과 목장, 녹나무 등을 본격 활용하고 있다. 목표는 자연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즐기는 건강한 생태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건천인 도순천을 활용한 트래킹 코스는 지역주민이 방문객을 직접 인솔하면서 각 코스와 구역마다 담긴 이야기를 소개하는 등 체험 교육형 프로그램으로 구성 중이다. 

마을회가 운영 중인 마을공동목장의 경우 각종 규제에 막혀 활용이 어려운 상태이지만, 주민들은 녹나무와 상산나무, 편백나무 등을 심어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는 ‘생태목장’을 만들 꿈을 가꿔나가고 있다.

또 녹나무 향을 활용한 상품도 개발, 체험과 엮어 방문객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녹나무 향을 추출, 비누와 세제를 만들어 방문객의 호응을 끌어내는 등 가능성을 엿보기도 했다.

추출한 녹나무 향과 더불어 상산나무, 편백나무 향을 조합해 만든 ‘돌송향’도 주력 상품이다. ‘돌송’은 도순마을의 옛 지명으로, 돌로 된 송이 ‘돌송이’가 많은 데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활기차고 넉넉한 마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누구 한 사람의 의지라기보단 주민 모두의 공동체 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마을만들기 사업 예비계획 때부터 착실히 참여한 주민들은 현재 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한 출자금을 모으기도 했다.

도순천 건천 트레킹 코스. ⓒ제주의소리
도순천 건천 트레킹 코스. ⓒ제주의소리

협동조합을 통해 마을에 보탬이 되는 수익사업을 발굴, 운영할 목적이다. 마을 개발사업에 항상 뒷전으로 밀려난 도순마을이지만, 역설적이게 덕분에 마을의 원형이 비교적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현재 주거환경 개선사업으로 예산을 받아 올해 용역을 거친 뒤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정비가 이뤄질 예정이다. 마을만들기 사업을 고려해 마을의 원형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빈집의 경우 주민들은 지혜를 발휘해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돌담집에서 제주의 전통 풍습인 ‘가문잔치’를 열어 주민들과 방문객 모두 하나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이상준 도순마을회장. ⓒ제주의소리<br>
이상준 도순마을회장. ⓒ제주의소리

이상준 마을회장은 “사업 초반부터 주민들이 열성을 가지고 참여해주셨다. 처음엔 반신반의하시던 분들도 의견을 하나로 모아 사업에 참여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마을에 보탬이 되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행복한 도순녹낭마을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도순마을은 생태환경을 추구하고 있다. 그래서 EM학교도 도순에 처음 생겼고 농사도 친환경으로 많이 하고 있다”며 “삶에 찌든 분들이 도순을 찾아 힐링하고 체험하며 쉬었다 갈 수 있는 마을을 만들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을만들기 사업을 제주도가 관장해줬으면 좋겠는데 예산이 여러 기관을 거쳐오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이런 중간과정이 없도록 행정적 구조를 개선하면 마을만들기 사업도 탄력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언했다.

도순마을은?

도순마을은 한라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약 10km 지점에 있으며, 해안으로부터는 약 2km 북쪽에 형성됐다. 서쪽으로는 하원마을이, 동쪽으로는 월평마을이 있는 고즈넉한 마을이다. 

도순동은 1416년(태종 16) 대정현이 설치될 때 대정현에 속해 있던 지역으로, 600여 년 전에 ‘돌송이’ 일대 사람이 들어와 살면서 설촌 됐다고 한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서귀포시 도순동이 됐으며, 지금은 행정동인 대천동이 관할하고 있다. 

인구는 지난 2019년 기준 911명으로, 해마다 조금씩 줄고 있다. 마을이 가진 환경생태자원으로는 해발 1600m의 명승 한라산 영실, 고지천, 도순천, 녹나무자생지 등이 있다.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는 바로 ‘무오 법정사 항일운동’이 벌어진 ‘법정사’다. 1918년 법정사 항일운동은 3.1운동 이전 일제에 항거한 단일 투쟁으로는 최대 규모였다. 특히 단순한 종교적 차원의 운동이 아니라 일제의 경제적 침탈에 대한 도민의 항일투쟁이자 국권 회복 운동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민들은 마을회와 운영위원회, 청년회, 부녀회, 노인회, 생활개선회 등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으며, 주민 간 소외됨 없이 넉넉한 인심으로 소통, 화합하고 있다.

주민들은 자연환경을 잘 정비하고 다듬어 힐링과 치유를 선물해 주민과 방문객 모두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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