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바람과 바람] (10) 전국화 되고 있는 제주도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

바람(風)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제주의 바람은 누대로 제주의 언어, 건축, 농경, 무속, 의식주 등 모든 삶의 양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기후위기라는 생태적 기로에 선 오늘날에 제주 바람은 풍력에너지라는 대체에너지 자원의 사회적 성격까지 갖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풍력발전 시설 개발이 이어지면서 바람자원의 이용 · 개발 및 그 수익 분배와 관련해, 도민과 기업 간의 역사 · 문화 · 생태적 불평등 문제가 제기돼 제주특별법 개정법률에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 조항’이 신설되기도 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환경정책칼럼 [제주 바람과 바람]을 통해 전지구적 과제인 기후위기에 대응할 대안과 희망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제주 바람(風)과 바람(希望)]은 격주 화요일에 싣는다. [편집자 주]


최근 전라남도의회에서 “전라남도 재생에너지 사업 공영화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이 통과됐다. / 사진=전남도의회 누리집
최근 전라남도의회에서 “전라남도 재생에너지 사업 공영화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이 통과됐다. / 사진=전남도의회 누리집

전남도, 재생에너지 공영화 조례 제정

최근 전라남도의회에서 “전라남도 재생에너지 사업 공영화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이 통과됐다. 진보당 소속 박형대 도의원 등 32명이 제안해 지난 10월 6일 소관위원회에 회부해 10월 12일 상정․의결됐고, 10월 21일에는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조례는 재생에너지 사업의 공영화 지원 및 지역사회‧생태계와 공존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추진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재생에너지 사업의 공영화와 예산 등의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재생에너지 사업 분야를 자문할 수 있는 위원회 설치 등을 규정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이 지속 가능하게끔 하고, 지역사회 및 생태계와 공존하는 것을 그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제4조에서는 공영화 지원대상을 시.군 등 자치단체, 공사․공단 등 지방공기업 및 지방출자‧출연기관 등으로 규정해 예산 지원근거를 마련했고, 제6조에서는 전기사업 허가 등을 심의하는 경우 지역주민의 의견 수렴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제9조에서는 재생에너지 사업 공영‧공존 위원회를 자문기구의 형태로 만들었다.

특히 제2조에서 “재생에너지 사업 공영화란 전라남도민의 복리증진을 위하여 제4조의 공영화 지원 대상 공공기관이 재생에너지 사업을 직접 시행·운영하는 정책을 말한다”고 규정했고, 이에 따라 제3조에서는 “전라남도지사는 재생에너지 사업이 지역사회 공동체의 의견에 부합되고, 자연환경·생태계 및 생활환경과 조화되며,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지역사회에 환원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도지사의 책무를 부여했다. 

또한 전남도의 행․재정적 지원을 받은 기관은 1)사업안내 및 의견수렴 등을 통한 지역주민들의 의사 존중, 2)농지·임야·바다·갯벌 등의 보존과 해당 생활환경·자연환경과의 공존, 3)생산전력의 지역주민 배분을 원칙으로 하는 지역사회에 대한 이익 환원, 4)지역주민에 대한 가정용 재생에너지 자재 공급 지원 등 지역사회 중심의 에너지 자립 기여, 5)재생에너지 사업 공영화 추진 과정에서 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주민참여 보장 등의 사항을 준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주민수용성, 환경성, 지역경제에 대한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전남 재생에너지 공영화조례의 배경과 의미

지난해(2021년) 기준, 전남의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은 약 574만 MWh로 충남에 이어 전국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태양·풍력·해양에너지(조류) 등 우수한 자원을 가지고 있어 재생에너지 사업의 적지로 각광받고 있지만, 태양광·풍력발전기, 변전소·송전탑 설치를 두고 각 시‧군에서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등 이면에서는 농어촌 훼손 등의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전남도내 각 시․군별로 반대대책위가 구성되었으며, 지난 해 2월 이들이 결합해 ‘농어촌 파괴형 풍력․태양광 반대 전남연대회의’(이하 ‘전남 연대회의’)를 출범시켜 연대활동을 펼치고 있다. 나아가 다른 지역의 초고압 송전선로 및 대규모 양수발전․LNG발전소 반대운동 등과 함께 ‘농어촌파괴형 에너지 반대 전국연대회의’ 조직결성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렇다고 이들이 무작정 반대운동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전남 연대회의는 에너지전환에 공감하면서 그 과정에 농어민들의 목소리를 함께 반영해야 함과 동시에 자연환경 보전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고, 지난 1월 13일 전국농민회 광주전남연맹과 진보당 전남도당과 함께 ‘전라남도 재생에너지 공영화와 공존을 위한 주민조례’ 발의운동을 시작했다. 

특히 이날은 30년 만에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근거해 새로운 주민조례발안법이 시행되는 날이기도 했다. 이들은 “정부와 전남도의 잘못된 재생에너지 정책으로 인해 생태계와 공동체가 파괴되고, 에너지 주권이 기업에게 빼앗기고 있는 절박한 상황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고, 제대로 된 풍력.태양광 발전으로 모든 전남도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나서게” 됐다면서, “촛불혁명의 고귀한 성과중의 하나인 주민발안제 시행에 맞춰 첫 번째로 신청”했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에 조례 제정을 이끈 박형대 도의원은 지난 1월 주민조례 발의운동에서 청구인대표자이기도 했는데, 지난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전남도의회에 입성했고, 발의운동을 계승하여 본인의 1호 조례로 제정을 추진했던 것이다.

제주도내 안정적 에너지공급 및 자연에너지자원의 공공적 관리를 위해서는 풍력 이외 다른 신재생에너지사업에 대한 인허가권한을 중앙정부로부터 이양받아야 한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도내 안정적 에너지공급 및 자연에너지자원의 공공적 관리를 위해서는 풍력 이외 다른 신재생에너지사업에 대한 인허가권한을 중앙정부로부터 이양받아야 한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전국화되는 제주의 선도 경험, 앞으로 보일 모범은?

이번에 제정되는 전남도 재생에너지 공영화조례에 대해 “전국 최초 공영화”라는 수식어가 붙어있었고, 몇 년 전 만들어진 ‘전남 신안군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화 조례’도 “전국 최초 개발이익 공유”라고 홍보됐었다. 이렇게 다들 전국 최초라고 하니까 진짜 최초인 제주의 사례가  아직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다소 아쉽다. 

물론 필자가 올해 초 전남 신안군을 찾아갔을 때는 제주의 사례를 많이 참고했다고 솔직한 말을 듣기도 했고, 최근에는 박형대 도의원께서 연락이 와서 도움을 요청했기에 몇 가지 조언을 드리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제주의 선도적 사례가 계속 선도적으로 나아가려면 끊임없이 현재의 조건과 제도를 개선하려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다른 지역에서 ‘전국 최초’ 타이틀로 홍보한다고 하더라도 결정적인 차이가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상위법률의 존재이다. 

제주도는 지난 2008년 4월 23일 제주환경운동연합 등이 주최한 ‘자연에너지자원의 공익적 이용 및 공적 관리를 위한 토론회’를 시작으로 2009년 20㎿ 이하의 풍력발전사업허가권 이양, 그리고 2011년 5월 23일, 용량 제한없이 육해상 풍력발전사업허가권에 대한 전면 이양 및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를 제주특별법 개정을 통해 법률적 근거를 확보했고, 그 세부 사항을 도 조례 및 고시를 통해 규정하고 있다.

이렇듯 ‘특별법’에 근거한 제주의 선도적 지위가 제대로 전국화되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과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일반법률을 개정해 모든 지방정부가 에너지주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거나, 또는 별도의 ‘에너지 자치분권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법을 고민해 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지난 10여 년간 제도를 개선하고 운영해본 제주의 경험은 대한민국 에너지전환을 위한 밑거름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아직도 제주의 제도는 부족한 점이 많다. 제주도내 안정적 에너지공급 및 자연에너지자원의 공공적 관리를 위해서는 풍력 이외 다른 신재생에너지사업에 대한 인허가 권한을 중앙정부로부터 이양받아야 할 뿐 아니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몇 가지 제도적 미비점에 대한 보완도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 김동주

물, 하천, 에너지, 기후와 관련한 환경운동을 하였고, 제주도 풍력자원 공유화운동을 중점적으로 실천하였다. 이를 통해 자연과 사회의 관계에 관심을 두게 되어 환경사회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시간강사와 지방공기업 직원을 거쳐, 현재 기초지방정부를 대표하는 협의체인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에서 기후환경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