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301) 얼굴 고운 것 탐내지 말라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 곤 거 : 고운 거, 고운 것
* 징이지 : 탐내지

이치에 안 닿는 듯한 데도 상당히 공감해 온 말이다. 꽃 중에 가장 아름다운 장미를 보라. 날카로운 가시가 많이 돋아 함부로 공격하지 못하게 한다. 

자신을 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다. 영국의 낭만시인 바이런은 말년에 장미 가시에 찔려 죽었다고 한다. 절제하지 못한 행동이 죽음이라는 불행을 부른 것이다.

보라색 꽃을 피우는 엉겅퀴는 가시로 덮여 있다. 촘촘하게 나 있는 가시째 입에 넣을 수가 없다. 놀라운 방어 수단이 아닐 수 없다.

항간에 자주 쓰는 “꼴값 한다”는 말이 있다. 예쁜 여자는 얼굴값을 한다고, 어딘가 모르게 낯을 찡그린다든지 까다롭거나 심술을 부리거나 하는 측면이 있다 함이다. 집안에서도 가족 사이에 화합이 잘되지 않아 티격태격하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다.

/ 사진=픽사베이
‘탐내지 말라’를 ‘징이지 말라’ 한 것 또한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징이다’는 그리 흔히 쓰이는 방언이 아니잖은가. 사진은 엉겅퀴꽃. / 사진=픽사베이

그러니 여자를 택할 때 겉모습이 예쁘다고 미색(美色) 눈이 어두웠다가는 낭패를 살 우려가 있음을 경계해 이르는 말이다. 

“얼굴 뽈아 먹엉 사느냐, 모음씨가 고와사주(얼굴 빨아 먹고 사느냐, 마음씨가 고와야지.)”라 하지 않는가. 그냥 한쪽 귀로 흘려들을 얘기가 아니다. 얼굴이야 어지간해서 밉상만 아니면 된다. 행실이 좋아야지, 사람 됨됨이가 중요한 것임을 알아야 하리라.

얼굴이 곱다고 여자에 현혹됐다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얼굴 곤 거 징이지 말라’

‘탐내지 말라’를 ‘징이지 말라’ 한 것 또한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징이다’는 그리 흔히 쓰이는 방언이 아니잖은가.


# 김길웅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 자리 ▲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락 외 7권, 시집 ▲텅 빈 부재 ▲둥글다 외 7권, 산문집 '평범한 일상 속의 특별한 아이콘-일일일'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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