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주인이다-제주 마을이야기] (18)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3리

마을의 자원과 가치를 주민들이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공동체를 조성하기 위한 마을만들기 사업. 시행착오와 현실적 어려움을 넘어 제주 마을 곳곳에서는 ‘작지만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제주특별자치도마을만들기종합지원센터와 함께 주민 주도의 마을만들기를 통해 희망의 증거를 발견한 제주의 마을들을 살펴보는 연중기획을 마련했다. 이를 계기로 더 나은 제주의 미래를 향한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 편집자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3리 해안가에 있는 거문코지. ⓒ제주의소리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3리 해안가에 있는 거문코지. ⓒ제주의소리

500여년 전 제주도 남쪽 안지왓 집터라 불리는 곳에 안씨와 강씨, 장씨가 자리 잡아 살았고, 300년 정도 지나서는 현씨와 김씨, 정씨, 강씨 일가가 인가를 형성해 함께 살았다. 산변포(산것)이라 불리던 지역에 오씨와 김씨, 고씨, 송씨, 강씨가 정착하면서 덕돌포(덕개)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해 오늘날의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3리가 됐다. 

덕돌포 포구 주변 개맛물에서 용천수가 솟는다. 개맛물은 사람들이 멱을 감거나 빨래를 하고, 먹는 물로 사용한 태흥3리 주민들의 생명수였다. 개맛물은 포구나 포구의 어귀를 뜻하는 제주어 ‘개맡’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개맛물에서 솟아나는 용천수의 양은 크게 줄었지만, 아직 보존돼 마을의 상징처럼 자리 잡고 있다.

태흥3리 해안가 ‘거문코지’도 명소다.

바다에 잠겨 있다가 물이 빠지면 모습을 드러내는데, 사람들이 걸어 다닐 만큼 큰 여가 펼쳐진다. 큰 여가 바로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바위’라는 뜻을 가진 거문코지다. 
 
1915년 정의군 참사 김희은이 지금의 태흥리 165번지에 정착하고, 이주민들이 몰리면서 삼석골이 형성됐다. 삼석동과 덕돌포, 산변포를 묶어 삼덕동이라 불렸지만, 제주4.3의 아픔을 겪었다. 

1949~1951년 4.3으로 주민들이 떠나면서 덕돌포(덕둑개)만 남았고, 덕돌포를 중심으로 삼석동과 입석천 주위에 만리성이라 불렸던 성이 축성됐다. 성안에 경찰출장소가 들어서면서 마을의 규모가 커졌고, 현재 태흥1~3리로 분리됐다. 

태흥3리 주민들의 생명수 역할을 한 개맛물. ⓒ제주의소리
태흥3리 주민들의 생명수 역할을 한 개맛물. ⓒ제주의소리

2020년 말 기준 태흥3리에는 198세대 425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중 80세 이상 고령자는 40명 정도며, 50~60대 주민 비율이 높다. 

154ha 면적에 130여개의 과수원이 몰려 있을 정도로 대부분 감귤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또 바다에서 문어와 뿔소라, 오분자기, 성게 등 채취가 가능해 물질로 생계를 꾸리는 주민도 많다. 

주민들이 많지 않아 태흥3리 주민들은 모두 가족같은 사이다. 마을이장이나 영농회장, 노인회장, 부녀회장, 청년회장, 어촌계장 등 자리를 두고 다투지도 않는다. 모두가 마을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져 나름대로 순서를 지키며, 각 단체장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태흥3리 마을안길을 걷다보면 소소한 벽화와 잘 가꿔진 돌담길이 눈에 띈다. 

2017년 서귀포시 ‘참살기좋은 마을꾸미기’ 사업에 선정돼 벽화가 조성됐고, 2020년 서귀포시 ‘자립베스트 마을가꾸기’ 사업으로 마을안길 돌담도 말끔하게 정비됐다. 

누구나 저절로 발길이 돌담으로 향하게 될 정도로 깔끔하게 정비돼 있다. 

제를 지냈던 태흥3리 포신당. ⓒ제주의소리
제를 지냈던 태흥3리 포신당. ⓒ제주의소리

태흥3리는 예전부터 갖고 있던 돌담이 무너져 내리고, 주변에 각종 쓰레기 등이 많아 골머리를 앓아왔다. 쓰레기가 쌓이니 어느새 태흥3리를 처음 방문한 사람들도 자연스레 쓰레기를 버리는 장소가 돼 버렸다. 태흥3리는 오래된 돌담 약 250m 구간을 정비하고, 쓰레기를 모두 치웠다. 켜켜이 쌓인 쓰레기가 덤프트럭 3대를 가득 채울 정도였다고 한다. 

돌담길이 정비되니 마을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몸이 아파 집에서 쉬던 노인들도 잘 가꿔진 돌담길 방향으로 산책을 나설 정도다. 

태흥3리는 ‘꽃길따라 걷는 돌담길이 아름다운 태흥3리’를 비전으로 추가 돌담길 정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들의 생활환경이 개선돼야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주민들은 최근에 마을발전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마을 사업 전반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현성홍(53) 이장은 태흥3리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자원으로 ‘사람’을 꼽았다. 

현성홍 이장이 태흥3리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현성홍 이장이 태흥3리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현 이장은 “마을 주민들끼리 잘 어울린다. 체육대회같은 행사를 준비하면 마을주민 거의 모두가 참석한다. 주민들끼리 서로 잘 어울리니 범죄가 없다. 주민끼리 서로의 집 가스불 점검도 해주니 화재가 발생한 적도 거의 없다”며 웃었다. 

이어 “태흥3리 주민들은 어떤 단체든 차기 회장이 정해져 있다. 누구하나 빼지 않고 마을을 위해 봉사하려 하는 마음이 크다. 다들 배려와 미덕이 좋다. 욕심도 없어 서로서로 챙긴다”며 마을의 최대 장점을 ‘주민’이라고 강조했다. 

현 이장은 “마을에 고령자가 많다. 태흥3리 마을 발전을 위해서는 어르신들의 복지 향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을안길 돌담 정비를 추가로 진행해 마을의 생활환경을 개선, 찾고 싶은 마을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태흥3리는?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에 위치해 있다. 덕돌포구(태흥3리항)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돼 감귤 농업과 어업을 함께하는 전형적인 농어촌마을이다. 

총 면적은 154ha 정도며, 남원읍사무소에서 동쪽으로 약 4km 떨어져 있다. 일주도로를 중심으로 인가가 몰려 있다. 

2020년 12월31일 기준 인구는 198세대 425명이며, 성별로 남성이 219명, 여성은 206명이다. 2016년 인구 491명에서 2018년 419명으로 다소 줄어든 뒤 2022년 현재는 242가구에 50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을주민 중 150명 정도는 영농회 소속으로 농협을 통해 생산한 농작물을 납품하고 있다. 또 80여명이 어촌계 소속이다. 이들은 수협조합원으로서 수산물을 공동 출하하고 있다. 

태흥3리는 올레길 4코스에 포함돼 있으며, 4.3의 아픔을 간직했다. 매년 음력 초하루가 되면 용왕과 선왕신을 향해 포신당에서 제를 지낸다. 제가 끝나면 각자 소유한 배에서 뱃고사도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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