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1일 신작 ‘삐칠 준비가 되어있어’ 초연...“극단의 희로애락 유쾌하게 그려”

제주 연극사와 함께 해온 극단 이어도. 40년 넘는 긴 시간 동안 명맥을 이어온 이어도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솔직하면서 유쾌하게 털어 놓는다. 창작 초연 ‘삐칠 준비가 되어있어’다.

12월 11일 오후 7시 세이레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이 작품은 극단 이어도의 과거와 현재를 무겁지 않은 에피소드 형식으로 담아냈다.

지난해 발간한 ‘제주예총60년사’에 따르면 이어도는 지난 1978년 3월 제주 첫 전문 극단으로 출범했다. 당시 서사라에 있던 제남신문사 강당에서 창단 공연을 가졌는데 김용락 작, 강용준 연출의 ‘돼지들의 산책’이다.

이후 꾸준한 활동과 함께 무수한 연극인들이 이어도를 거쳐 갈 만큼, 제주 연극계의 한 축을 차지했다. 다만 최근 들어 잇따른 대표 교체, 소극장 폐관 등 부침을 겪으면서 조금씩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현재 대표는 장원영이다.

연극 ‘삐칠 준비가 되어있어’는 극단의 이런 역사를 작품 소재로 직접 다룬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어도는 신작에 대해 “허구와 실재를 오가며, 긴 시간 활동하는 지역의 한 연극 단체로서의 극단 이어도가 겪어내는 희로애락을 유쾌하게 그려내고자 노력했다”면서 “어쩌면 과감히 드러내놓고 이야기하기는 껄끄러웠던 이야기를 정면으로 마주함으로써, 근래 시도하고 있는 여러 방향의 활동에서 또 하나의 변화를 모색할 것이란 각오를 다진다”고 밝혔다.

출연진은 정상언, 장원영, 강명숙이다. 이들은 최소 십수 년 이상 이어도에서 활동해왔다. 더욱이 세 사람은 12년 만에 같은 무대에 서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끈다. 작·연출은 송정혜다.

송정혜 연출은 소개 글에서 “삐치다는 행위는 드러내놓고 화를 내어 우리의 관계가 어찌 되어도 상관없다는 쿨함과는 거리가 멀다. 섭섭하지만 시시콜콜 전하지 않는 마음, 그럼에도 헤아려지길 기대하는, 그렇게 서로에게 닿아있는 소소한 배려가 어쩌면 ‘삐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작품 저변에 깔린 정서를 전했다.

더불어 “극단의 연혁이 짧지 않기에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본다. 극단이나 예술 단체의 생리를 잘 아는 분이라면 더욱 공감하며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한때 연극에 심취했거나 극단 이어도와 크고 작은 인연이 있다면, ‘삐칠 준비가 되어있어’를 남다른 감정으로 마주할 수 있으리라 본다.  

관람료는 무료이나 전석 사전 예약제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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