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람과 바람] (11) 짧은 연재를 마무리 하며

바람(風)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제주의 바람은 누대로 제주의 언어, 건축, 농경, 무속, 의식주 등 모든 삶의 양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기후위기라는 생태적 기로에 선 오늘날에 제주 바람은 풍력에너지라는 대체에너지 자원의 사회적 성격까지 갖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풍력발전 시설 개발이 이어지면서 바람자원의 이용 · 개발 및 그 수익 분배와 관련해, 도민과 기업 간의 역사 · 문화 · 생태적 불평등 문제가 제기돼 제주특별법 개정법률에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 조항’이 신설되기도 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환경정책칼럼 [제주 바람과 바람]을 통해 전지구적 과제인 기후위기에 대응할 대안과 희망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제주 바람(風)과 바람(希望)]은 격주 화요일에 싣는다. / 편집자 주


선두주자는 가장 먼저, 가장 멀리 보고 실천할 수 있으므로, 제주는 단순히 수 많은 지역 중의 하나가 아니라, 지난 반 세기 전부터 꾸준히 실천해온 독보적인 에너지전환의 시범지구이자, 함께 꿈을 펼칠 수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선두주자는 가장 먼저, 가장 멀리 보고 실천할 수 있으므로, 제주는 단순히 수 많은 지역 중의 하나가 아니라, 지난 반 세기 전부터 꾸준히 실천해온 독보적인 에너지전환의 시범지구이자, 함께 꿈을 펼칠 수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반세기 동안 논의되어온 지속가능성 문제

올해는 지구환경보전을 위한 기념비적인 보고서인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 발표와 함께, ‘오직 하나뿐인 지구’를 표어로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세계의 환경문제를 종합적으로 논의한 유엔 인간환경회의가 개최된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또한 이 회의 20주년을 기념해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ESSD)’ 등을 주제로 하여, 리우 선언을 비롯한 의제 21(Agenda 21)·기후변화협약·생물다양성협약·산림원칙 등을 채택한 유엔 환경개발회의가 열린지도 30주년을 맞이하였다.

지난 반 세기 동안 자연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와 실천이 계속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세계는 어떠한가?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3년째 계속되고 있으며, 인류 모두가 합심해 공동의 노력을 통해 대응해도 모자랄 ‘기후위기’가 당장 해결해야 할 긴박한 문제가 되었는데도, 미·중 간의 패권경쟁은 심화되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기도 했다. 

도내외 사회 현안

국내에서는 수도권 집중 및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사회양극화 심화와 지역 소멸위기, 이러한 혼돈 속 방향을 잃은 청년세대 등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과제가 넘쳐나는 와중에 봄철 동해안 산불, 여름철 수도권 및 남동권의 풍수해 등 기후재난이 일상화되어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제주사회도 마찬가지로 매년 수 백 명의 지역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외로 유출되어 사회 활력이 감소하고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였으며, 지역경제의 주요 산업인 대량관광활동으로 인해 환경․경제․사회 등 다방면의 지속가능성의 위기가 도래하였다. 

섬의 환경수용력은 초과됐고, 관광객 및 이주민 증가에 따른 사회․문화적 갈등은 증가했으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도 있지만, 사드 배치에 따른 한한령과 고금리·고유가·고환율 등 대외환경 변화영향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취약점을 보이고 있다.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와 에너지전환의 후퇴

이렇게 혼돈스러운 세상 속, 기후위기 또한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이 와중에 지난 상반기 열린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로 중앙권력 뿐 아니라 지방권력에도 상당수 변화가 있었다. 그로 인해 에너지정책에 대한 변화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탈원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표방했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축소하였고, 핵발전을 다시 늘리기로 했다. 

에너지체제 전환을 강력히 추진했던 입장에서는 반동의 시대로 인식할 수 있겠지만, ‘위기를 기회로!’라는 말처럼 기존 정책을 되살펴보는 시기로 삼는다면 더 나은 미래로 도약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제주는 대한민국 에너지전환 1번지

제주도는 1975년 2월, 대통령의 풍력발전 연구 지시와 민간기업의 풍력발전기 설치 가동을 시작으로 약 50년 동안 대한민국의 에너지전환 1번지였고, 지금도 전국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이 가장 높으며, 최첨단의 기술과 선진적인 제도를 도입 실증하고 있다. 

1970년대 한국과학원의 풍력개발 실증연구, 1980년대 중앙정부의 풍력개발 시범도 지정 및 한국-독일 간 월령 풍력태양광발전 연구기지 운영, 1990년대 초반의 클린 에너토피아 제주 구상, 1990년대 후반 국내 최초 상업용 육상풍력발전의 성공, 2000년대 민간풍력발전사업을 둘러싼 갈등 발생과 풍력자원 공유화운동의 시작, 2010년대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 법제화와 전국 최초의 지방에너지공기업인 제주에너지공사의 출범, 2020년대 분산에너지특구 지정 추진 등 에너지전환에 대한 전국 최초의 타이틀은 항상 제주도가 차지했다. 

이렇듯 선두주자는 가장 먼저, 가장 멀리 보고 실천할 수 있으므로, 제주는 단순히 수 많은 지역 중의 하나가 아니라, 지난 반 세기 전부터 꾸준히 실천해온 독보적인 에너지전환의 시범지구이자, 함께 꿈을 펼칠 수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특히 그 중에서도 제주의 바람(wind)을 도민 모두가 ‘공유’(commoning)한 사례를, 전국으로 널리 ‘공유’(sharing)하고자 바람(wish)이 간절했다. 그 간의 글들은 그러한 시도의 하나였고,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인 과업이므로 그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다양한 방법을 통해 그 길에 함께 해주시기를 정중히 부탁드리면서 짧은 연재를 마무리한다. / 김동주(문학박사/환경사회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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