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찾아가는 여성폭력 가해자 상담 사업’ 내년 추진...사업대상 설정 논란

제주시가 계획하는 여성폭력 가해자 상담 사업이 상담 대상을 일찌감치 ‘가해자’로 낙인찍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주도의회에서 제기됐다.  / 사진=제주도의회
제주시가 계획하는 여성폭력 가해자 상담 사업이 상담 대상을 일찌감치 ‘가해자’로 낙인찍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주도의회에서 제기됐다.  / 사진=제주도의회

제주시가 내년부터 여성폭력 가해자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상담을 진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경찰서 유치 중인 사람을 상담 대상으로 정하면서 일찌감치 ‘가해자’로 낙인찍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위원장 김경미, 복지위)는 1일 오전 제411회 2차 정례회를 속개해 제주시와 서귀포시 복지위생국 소관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했다. 복지위는 제주시가 계획하는 ‘찾아가는 여성폭력 가해자 상담 프로그램 시범사업’의 기본 전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 사업의 내용은 ‘경찰관서에 유치 중인 여성폭력 가해자를 대상으로 여성폭력(스토킹, 가정폭력 등) 가해자의 성행 교정 및 재범 방지를 위한 찾아가는 상담 프로그램’이다. 내년에 처음 도입하는 시범 사업으로, 구체적인 진행은 제주가족사랑상담소에 맡긴다. 예산은 2000만원으로 미리 책정해 지급하는 정액 지원 방식이다.

보다 자세한 사업 내용을 보면 제주가족사랑상담소의 외부강사 인력을 활용해 유치장 내 조사실 또는 여성청소년수사팀 조사실을 방문해 상담한다. 예상 상담시간은 1시간에서 1시간 30분 가량이며, 유치 기간에 따라 가해자 당 최대 10회까지 상담한다.

복지위는 법원 판결까지 끝나서 법적으로 완전히 ‘가해자’인 사람을 상담하면 무관하지만, 100% 확신할 수 없는 경찰 유치 단계에서 상담하는 자체가 자칫 가해자로 특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지홍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사업이 가해자 상담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판결이 모두 종료돼서 가해자로 확정된 피의자에 대한 상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사건이 발생하고 누군가의 신고로 인해 유치장에 들어가자마자 상담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상담 대상자 중에서는  억울해할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지홍 의원의 지적에 강성우 제주시 복지위생국장은 “가해자라는 확정적인 용어에 대해서는 다소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지홍 의원은 “유치 중인 인원이 완전하게 가해자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르는 사실 아니냐. 그 영역은 법의 잣대에 맡기고 절차가 끝난 이후에 상담을 하는 게 맞지 않냐”며 “가해 여부에 대해 확정이 나지 않은 부분에 대해 ‘가해자’로 표현하는 것 자체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라며 단순히 용어 문제가 아닌 사업의 방향 자체를 우려했다.

특히, 유치장이라는 상담 장소와 시점도 부적절한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경미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삼양동·봉개동)도 “부부의 원활한 관계 개선을 위해서 상담을 요청하는 것인지, 만약 이 상담 사업이 심리·상담적 차원이라면 가해자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 대상자에 대해 정확히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봉 의원(더불어민주당, 노형동을)은 “법적인 절차가 모두 마무리 되고, 스스로도 정리가 됐을 때 무언가를 받아들이지 않겠냐. 유치 상태라면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인데, 제대로 소통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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