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5개 상임위 계수조정, ‘505억’ 감액...증-감액 세부내역은 '비공개'

2023년도 새해 예산안을 심사중인 제주도의회가 각 상임위원회 별 계수조정 결과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안내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2023년도 새해 예산안을 심사중인 제주도의회가 각 상임위원회 별 계수조정 결과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안내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내년도 새해 예산안을 심사중인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관련 계수조정 내역을 '비공개'에 부치며 밀실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제주도의회는 지난달 24일부터 각 상임위원회별로 진행한 2023년도 제주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심사를 지난 2일 전부 마무리하고 현재 계수조정 과정에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삭감 예산 규모는 약 505억원으로, 삭감된 사업 수만 219개에 달한다. 제주도의회는 오는 7일까지 증액사업 예산을 편성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전달하는 자체 기준을 수립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각 상임위원회의 계수조정 내역을 비공개에 부쳤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제주도의회 관계자는 "상임위 단계에서의 계수조정 과정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을세웠다"며 "상임위에서의 증액 예산은 최종 결과가 아니기에, 섣불리 관련 내용이 공개됐을 때의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당초 모든 조정 내역을 비공개하려던 의회는 취재진의 항의에 삭감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하지만 공개된 삭감 내역은 상임위가 자체적으로 선별한 일부 사업일 뿐이었고, 증액 내역은 여전히 비공개 방침을 고수했다.

지난해 말 2022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계수조정 결과 공개 여부를 두고 실랑이를 벌였던 의회는 12대 의회에 들어 보다 구체적으로 비공개 기준을 설정했다. 예산의 투명성이 더욱 강조돼야 할 시대적 흐름을 역행한다는 지적이 뒤따르는 이유다.

이전 의회에서는 각 상임위원회별 계수조정 내역이 엑셀 파일 형식로 취재진에 제공돼 왔다. 증·감액 사유를 밝히지는 않아도 사업 항목별 삭감·증액 규모가 명시돼 있어 나름의 배경을 짐작케 했다.

법적으로 의회는 예산을 삭감할 권한은 있지만, 증액 또는 신규 편성할 권한은 없다. 의회에서 조정된 예산은 반드시 제주도지사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다만, 예산안을 다루는 대의기관으로서의 순기능적 측면이 있어 상호 동의하에 이 같은 형태를 유지해 왔을 뿐이다.

그만큼 의회의 존재 이유로까지 일컬어지는 예산안 조정 과정은 하나하나 감시와 견제의 대상일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이번 도의회의 '비공개' 방침은 오히려 밑돌 빼서 윗돌 괴기 식의 '지역구 챙기기'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조치는 의장단을 비롯한 의원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결정은 주요 사안마다 '형평성'과 '투명성'을 강조해 온 도의회가 자기모순에 빠졌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한편, 위원회별로 공개된 일부 삭감 예산을 살펴보면 행정자치위원회 소관 예산은 35개 사업에 48억원이 삭감됐다. 초과 근무수당 8억8000만원, 성과상여금 7억원, 연금부담금 7억원 등이 대표적 예산이다.

보건복지안전위원회는 33개 사업에 96억원을 삭감했다. 신도지구 우수저류시설 설치사업 15억원, 제주도 ITS구축사업 20억원, 와흘1지구 우수저류시설 설치사업 24억8000만원 등이다.

환경도시위원회의 삭감 규모는 13개 사업에 147억원으로, 버스준공영제 재정지원 43억원, 환경자원순환센터 소각시설 운영 13억원, 택시감차 보상사업 2억4000만원 등이 반영됐다.

문화관광위원회 소관 예산은 54개 사업에 89억원이 삭감됐다. 서부지역 복합체육관 등 체육시설 시설비 17억원, 공기관 등에 대한 경상적위탁사업비 11억3000만원, 수도권 외 이전기업 투자지원 5억원 등의 예산이 사라졌다.

농수축경제위원회는 84개 사업에 125억원의 사업을 삭감했다. 수소버스 구입 보조금 6억3000만원, 차세대 경제 과원 전환 지원사업 3억6000만원 등이다.

상임위원회별 예비심사를 마친 제주도의회는 6일부터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본격 가동, ‘현미경 심사’에 돌입한다. 

예결특위 심사까지 거친 내년도 예산안은 오는 15일 열리는 제411회 제2차 정례회 제7차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 절차를 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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