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46) shame

shame [ʃeim] n. 수치심
수치심 멩그는 사회
(수치심 만드는 사회)

자존감(feeling of importance)이 개인 문제라면, 수치심은 그 원인(cause)이 대부분 외부에서 오기 때문에 사회 문제란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 사진=픽사베이
자존감(feeling of importance)이 개인 문제라면, 수치심은 그 원인(cause)이 대부분 외부에서 오기 때문에 사회 문제란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 사진=픽사베이

shame의 어원(origin)은 확실치 않지만, 대체로 인도유럽어의 어근(root) skem- "가리다(to cover)"에서 온 것이라 본다. 이 shame에서 파생(derivation)된 낱말로는 shameless “부끄러움을 모르는”, shameful “부끄러운”, ashamed “부끄러워 …할 마음이 나지 않는” 등이 있다. 

shame의 어원적 의미가 “가리다”라는 사실에는 여러 가지 함의(implications)가 있다. 거기에는 수치심이 인간의 보편적 감정(universal emotion)이라는 점, 그리고 그 수치심은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어둡고 심각한 일(something dark and serious)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외모(appearance), 가족(family), 육아(parenting), 성생활(sex life), 노화(ageing) 등 삶의 모든 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이라는 점 등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수치심이란, 어떤 결점이 있어서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거부당하고 같은 집단에 소속될 가치가 없다고 믿는 극도로 고통스러운 느낌이나 경험이다.

수치심을 병 속에 집어넣고 비난, 침묵, 비밀이라는 뚜껑을 덮으면 수치심은 모든 것을 뒤덮을 만큼 걷잡을 수 없이 증식한다. 수치심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 병에 수치심을 집어넣고 공감이라는 뚜껑을 덮으면 수치심은 힘을 잃고 사라지기 시작한다. 공감은 수치심과 적대적이어서 공감 속에서는 수치심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 브레네 브라운의 『I Thought It Was Just Me(But It Isn’t)』중에서

이런 수치심은 누구나 느끼는 것이지만, 그에 대해 뭐라고 말로 표현하는 게 극히 어려운 감정이다. 설사 적당한 표현을 찾아서 말로 하게 되더라도 들으려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수치심을 경험한 이야기를 듣기만 해도 수치심을 직접 경험(direct experience)하는 것 못지않게 괴롭고 고통스러울(distressing and painful) 수 있기 때문이다. 수치심이 ‘침묵의 유행병(silent epidemic)’이라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수치심의 바탕에는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who we should be)’, ‘이런 것을 해야 한다(what we should do)’, ‘이렇게 해야 한다(how we should do)’라는 등의 사회공동체적 기대(expectation)가 있다. 이러한 기대의 거미줄(web)에 걸리면 두려움(fear), 비난(criticism), 단절감(sense of alienation) 등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감정들은 하나만으로도(for that alone)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들인데, 이런 감정들이 복잡하게 뒤엉켜(extremely complecated) 수치심을 일으키게 되니 이를 극복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다.

수치심은 이제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되어(prevalent) 있다. 정치는 막말(rough words)이 오가는 싸움판이 되고, TV에서도 극한의 경쟁(competition), 왕따, 공개적인 망신(public shame) 등을 일삼는 프로그램이 높은 시청률(audience rating)을 보이며, 심지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훈육할 때도 아무런 자각(self-awareness) 없이 수치심을 이용하곤 한다. 이런 가운데, 대중문화(popular culture)는 갈수록 저급(low quality)해지고 있으며, 고독한(lonely) 외톨이가 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사람들은 과거보다도 훨씬 더 심한 스트레스와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자존감(feeling of importance)이 개인 문제라면, 수치심은 그 원인(cause)이 대부분 외부에서 오기 때문에 사회 문제란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그런 사회적 공감대(social consensus)가 먼저 형성되어야만, 수치심에 대해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키울 수 있는 본격적인 ‘공감(empathy)’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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