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우드로윌슨센터-4.3평화재단 등 '4.3과 인권 한미동맹' 심포지엄

지난 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주4.3과 인권, 그리고 한미동맹' 심포지엄. 왼쪽부터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수미 테리 윌슨센터 아시아 국장, 이성윤 미국 터프츠대 교수, 양수연 재미 제주4·3희생자유족회·기념사업회장, 양조훈 제주4.3중앙위원, 캐서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 사진=제주4.3평화재단 ⓒ제주의소리<br>
지난 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주4.3과 인권, 그리고 한미동맹' 심포지엄. 왼쪽부터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수미 테리 윌슨센터 아시아 국장, 이성윤 미국 터프츠대 교수, 양수연 재미 제주4·3희생자유족회·기념사업회장, 양조훈 제주4.3중앙위원, 캐서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 사진=제주4.3평화재단 ⓒ제주의소리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제주4.3에 대한 미군정의 책임을 묻는 심포지엄이 처음으로 열렸다. 참가자들은 4.3에 대한 미군정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고, 인권적 차원에서 미국 정부가 4.3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미국 의회가 설립한 공공정책연구소인 우드로 윌슨센터가 주최하고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고희범)과 제주특별자치도, 미국 월든코리아가 공동주관한 이번 심포지엄은 '제주4.3과 인권, 그리고 한미동맹'이라는 주제로 8일 열렸다.

1부와 2부로 나뉘어진 이날 심포지엄은 1부 1세션은 수미 테리 윌슨센터 아시아국장이 좌장을 맡아 이성윤 미국 터프츠대학 교수, 존 메릴 전 미국무부 동북아실장, 양조훈 제주4.3중앙위원, 허호준 한겨레신문 기자, 찰스 크라우스 윌슨센터 부국장, 양수연 미국 제주4.3기념사업회·유족대표가 발표했다. 캐서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도 토론에 참여했다.

2세션은 존 메릴 미국무부 전 동북아실장과 허호준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찰스 크라우스 윌슨센터 부국장이 발표했다.

이성윤 교수는 발표를 통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에는 미군정 체제에 있었고, 정부 수립 이후에는 한미협정에 따라 미군의 작전통제권이 있었다. 제주4.3에 대해 미군정의 책임이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하고 희생자와 유족을 위로하기를 희망한다"며 "이는 제주4.3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간 공동노력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주4.3과 인권, 그리고 한미동맹' 심포지엄. 왼쪽부터 이성윤 미 터프츠대 교수, 존 메릴 전 미 국무부실장, 찰스 클라우스 윌슨센터 부국장, 허호준 한겨레신문 기자. 사진=제주4.3평화재단 ⓒ제주의소리<br>
지난 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주4.3과 인권, 그리고 한미동맹' 심포지엄. 왼쪽부터 이성윤 미 터프츠대 교수, 존 메릴 전 미 국무부실장, 찰스 클라우스 윌슨센터 부국장, 허호준 한겨레신문 기자. 사진=제주4.3평화재단 ⓒ제주의소리

미국의 사과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논의하는 자리가 된 제2부는 미국 의회 관계자 등이 참석해 라운드테이블 형식으로 진행됐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근무할 때인 1970년대 중반 서귀포에 잠시 머문 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는 4.3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하다가 나중에야 알게 됐다"며 "미국은 4.3의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4.3에 대한 미국 정부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하는 다양한 여론 수렴과 이를 통한 한국과 미국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며, 끈기있는 노력을 계속하면 변화는 가능하다"는 소신을 밝혔다.

국내외를 통틀어 제주4.3과 관련한 논문을 처음 작성한 존 메릴 전 미국무부 동북아실장은 "미국이 레바논 아프간 시리아에서 용병을 이용했던 것처럼 4.3은 당시 미정보당국과 미군정, 한국 정부가 학살의 주역인 서북청년단에게 하청을 준 '대리전' 성격을 띄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해방 이후 초기 제주도의 미군정은 당시 제주도 인민위원회와 우호적인 관계를 가지고 이들의 자치를 보장하기도 했으나 냉전 분위기와 통제의 필요성 때문에 입장이 변화했다"며 이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조훈 제주4.3중앙위원은 "4.3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역할에 대한 분명한 소명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미국 의회, 언론, 양심적 학자들, 미국의 양심에 호소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허호준 한겨레신문 기자는 4.3 당시 미국의 개입 흔적을 보여주는 문서를 인용하며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평화와 인권의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미관계도 비극적인 과거사 문제에 대한 상호간의 깊은 이해를 통해 강화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비영리단체인 미국 맨스필드재단의 프랭크 자누치 소장은 2부 라운드 테이블 토론 과정에서 "4.3과 관련한 미국의 사과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4.3에 대한 정보를 미국 사회에 알리고, 미국의 사과를 끌어내기 위한 단계적이고 점진적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미국 의회의 실질적 노력을 위해서는 미국 사회의 여론을 환기하는 노력과 함께 한국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미국 의원들이 4.3에 대한 이해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미국이 이제는 4.3의 진실에 직면과 마주해야 할 때"라며 "진실에 기반한 정의로운 해결의 도전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수미 테리 윌슨센터 아시아국장은 "미국의 역할을 밝히는 일은 매우 먼 길이자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심포지엄을 계기로 단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동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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