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주인이다-제주 마을이야기] (19) 서귀포시 대정읍 안성리

마을의 자원과 가치를 주민들이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공동체를 조성하기 위한 마을만들기 사업. 시행착오와 현실적 어려움을 넘어 제주 마을 곳곳에서는 ‘작지만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제주특별자치도마을만들기종합지원센터와 함께 주민 주도의 마을만들기를 통해 희망의 증거를 발견한 제주의 마을들을 살펴보는 연중기획을 마련했다. 이를 계기로 더 나은 제주의 미래를 향한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 편집자


대정읍 안성리 수월이못 전경. ⓒ제주의소리
대정읍 안성리 수월이못 전경. ⓒ제주의소리

조선 태종 16년(1416), 제주는 제주목, 정의현, 그리고 대정현까지 크게 세 개의 고을로 나뉘는 ‘삼읍 체제’로 개편됐다. 이 체제는 1914년까지 무려 500년 가량 유지됐다. 대정현은 강정부터 고산까지 제주 서남부 지역을 아울렀다고 알려진다.

한때 제주를 지탱한 거대한 고을이었던 대정현은 현재 23개 행정리가 속한 대정읍으로 탈바꿈했다. 예전과 비교하면 위상이나 규모는 줄어든 것이 사실이나, 당차게 옛 대정현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마을들이 있다. 바로 안성리, 신평리, 보성리, 인성리다. 

이 가운데 안성리는 대정현의 중심 지역으로,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추진하는 ‘대정현 복원’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안성리는 올해 8월 기준 603명, 304가구가 거주하는 농어촌 마을이다. 대정현의 중심이라는 역사성을 잘 나타내는 대정현기록전시관을 비롯해 추사유배지와 추사관, 송죽서원터 등 문화 자원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대정현기록전시관은 2020년 JDC마을공동체사업으로 완성한 공간이다. 1층 마을공동시설과 2층 전시장으로 구성돼 있다. 호적중초원본 36권, 사본 112권과 함께 과거 대정현과 안성리 관련 자료 총 31종·394점의 자료를 정리·보관하고 있다. 크고 작은 마을 행사를 위한 사랑방이자, 마을의 지난 세월을 오롯이 보여주는 역사관인 셈이다.

추사유배지와 추사관은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명소다. 조선 후기 대학자로 평가받는 추사 김정희(1786~1856)는 1840년 제주 대정에 유배된다. 생의 끝자락에 8년이란 짧지 않은 대정 유배 생활 동안, 김정희는 역작 ‘세한도’를 그렸고 추사체도 만든다. 이런 위대한 업적을 기리고자 1984년 추사유물관전시관을 건립하고 2010년 현재의 제주추사관으로 개편된다. 매해 안성리 추사관 일대에서는 추사와 관련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

안성리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자원은 바로 수월이못이다. 용천수가 솟아나며 사시사철 연못물이 순환하는 자연 습지로, 동·식물이 이곳을 터전으로 삼는다. 여름 가을이 되면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대정현기록전시관. ⓒ제주의소리
대정현기록전시관. ⓒ제주의소리
제주추사관 체험 행사 모습 / 사진=제주추사관 누리집
제주추사관 체험 행사 모습 / 사진=제주추사관 누리집

안성리는 인접 마을과 함께 각각의 역할을 맡아 대정현 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안성리는 추사관과 대정현기록전시관을 활용한 ‘교류교육’에 초점을 맞췄다. 신평리는 곶자왈(자연생태), 보성리는 대정읍성(역사문화), 인성리는 남문지못과 메밀(자연경관) 등의 특성을 각각 내세워 발전을 꿈꾸는 중이다.

대정현 복원 사업은 인근 구억리의 영어교육도시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영어교육도시로 유입되는 새로운 인구와 적극 교류하면서, 제주문화·역사를 알리고 공감대를 넓히면서 새로운 동력을 모색해보겠다는 취지다. 지금도 꾸준히 마을 역사 탐방, 플리마켓 등의 방식으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대정현기록전시관은 커피나 차를 마시며 쉴 수 있는 공간을 추가하고, 주민들의 다채로운 여가 행사도 전시관 중심으로 확대 운영한다. 마을 역사를 공유하는 주민 교육도 병행한다. 여기에 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 학생을 비롯해 청소년과 함께 하는 고문서 한글 번역도 교류 사업의 일환으로 계획 중이다.

수월이못은 야간 경관을 보완하고 낡은 덱과 펜스를 정비한다. 마을주민들 뿐만 아니라 마을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쉼터이자 야외 행사 공간으로 사용한다는 구상이다.

임찬수 리장
임찬수 리장

임찬수 안성리장은 “새로운 대정현을 꿈꾸는 사업은 단지 안성리만의 것이 아니라 주변 마을과 함께 하기에 더욱 중요하다. 과거 많은 학자와 명사들이 대정으로 유배돼 역사 문화가 쌓였다면, 이제는 영어교육도시를 통해 유입된 사람들이 지역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임찬수 리장은 “안성리, 보성리, 인성리, 신평리, 그리고 구억리까지 포함해 5개 리장들이 지역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계속 살기 좋은 마을, 발전하는 마을로 만들도록 힘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안성리는?

안성리는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에 속한 섬의 서남부에 위치하고 있다. 제주도 마을 소개 누리집은 안성리를 비롯해 인성리, 보성리까지를 '대정고을'로 묶어 "대정고을은 산방촌 중간에 위치하여 남쪽으로 모슬봉, 송악산, 단산을 바라보고, 북쪽으로는 당산봉을 끼고 있어 넓은 평원을 이루고 대정읍의 중심부에 해당하는 곳"이라고 소개한다.

앞 바다에는 국토 최남단 마라도를 비롯해 가파도, 형제섬 등이 펼쳐져 있다. 동북쪽 멀찌기 자리한 한라산과 동쪽에 우뚝 솟은 산방산의 영향 때문에 바람이 낮은 이 지대로 몰려 바람은 거의 언제나 불고 그 세력 또한 거세다는 평가를 받는다.

면적은 501.6ha로 농경지가 234.7ha, 임야가 133ha, 기타가 133.1ha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 수는 603명, 가구 수는 304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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