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주인이다-제주 마을이야기] (20) 제주시 애월읍 어음1리

마을의 자원과 가치를 주민들이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공동체를 조성하기 위한 마을만들기 사업. 시행착오와 현실적 어려움을 넘어 제주 마을 곳곳에서는 ‘작지만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제주특별자치도마을만들기종합지원센터와 함께 주민 주도의 마을만들기를 통해 희망의 증거를 발견한 제주의 마을들을 살펴보는 연중기획을 마련했다. 이를 계기로 더 나은 제주의 미래를 향한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 편집자


제주시 애월읍 어음1리 마을공동목장에서 바라본 모습. ⓒ제주의소리
제주시 애월읍 어음1리 마을공동목장에서 바라본 모습. ⓒ제주의소리

아래로는 해발 150m, 위로는 900m까지 기다란 형태로 가파른 경사를 보이는 제주시 애월읍 어음1리. 전체 면적 933ha 가운데 임야가 628ha를 차지한다. 인구수는 지난해 7월 기준 255명으로 고령층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어음리 지역은 예로부터 ‘어름비’, ‘부면이’라고도 불리는데 특히 ‘부면이’란 지명은 1653년(효종 4년) 이원진 편찬의 ‘탐라지’에서 확인된다. 일제강점기로 들어선 1916년에는 어음리 지역이 1구와 2구로 분리됐다. 예전의 어음리 소속 마을과 부면리 소속 마을 중심으로 나눈 것이다. 1945년 해방 후에는 어음1구와 어음2구를 합쳐 다시 어음리로 편입됐지만, 1948년 4.3으로 마을 전체가 불타는 아픔을 겪는다.

이후 해안 지역 마을 등으로 잠시 내려갔다가 여건이 나아진 1949년 하동 ‘부멘이’가 재건된다. 다음으로 1950년대 초반에 상동 ‘어름비’ 일대가 재건됐다. 하지만 상동과 하동 지역 간 2.2km정도 떨어져 있어 행정 업무가 어렵다는 판단에, 1963년부터 어음1리와 2리로 유지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어음1리를 비교적 널리 알린 것은 밭담길이다. 어음1리는 세계중요농업유산(FAO)으로 지정된 제주밭담에서 지정한 밭담길 마을 8곳 가운데 하나다. 

2020년에 이름 붙인 일명 ‘공세미 밭담길’은 총 길이 3.7km로 마을 전체를 둘러 볼 수 있다. 마을 안에 고층 건물이 없을 만큼 소박하고 아담한 농촌 마을의 풍경은 흑룡만리 밭담과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다. 

어음1리에서는 다양한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감귤을 비롯해 브로콜리, 마늘, 양배추, 비트, 참깨, 수박까지 취급하며 주민 상당수가 농업 활동에 종사하고 있다. 그래서 옛 제주의 농촌 모습을 잘 보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밭담 역시 다른 제주밭담길 마을과 비교해도 예전 형태를 잘 유지하는 편이다.

마을공동목장은 어음1리가 지닌 가장 큰 자산이자 자원으로 손꼽힌다. 어음1리 공동목장조합이 소유한 목장은 면적이 47.63ha로 상당한 규모다. 평화로와 바로 붙어 있고 바다까지 조망할 수 있는 탁 트인 경관을 자랑하고 있어 한눈에 봐도 높은 가치를 실감케 한다.

밭담길과 설촌 유래. ⓒ제주의소리
밭담길과 설촌 유래. ⓒ제주의소리
어음1리 공세미 밭담길 지도. / 사진=제주밭담 누리집<br>
어음1리 공세미 밭담길 지도. / 사진=제주밭담 누리집

이밖에 ▲극심한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식수용으로만 사용할 만큼 맑은 샘 ‘공세미’ ▲태양열판을 이용한 친환경 인공폭포와 분수대 ‘동카름못’ ▲옛 물통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휴식공간 ‘뒷세미’ ▲수령 400년 이상의 보호수 ‘숭거리폭낭’ ▲1949년 마을을 재건하며 쌓은 성 ‘4.3머흘왓성’ 등은 소소하지만 마을의 역사를 품은 자원들이다.

어음1리는 지난 2016년 제주도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가 ‘제1호 제주생명존중마을’로 지정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화려하진 않아도 큰 탈 없이 명맥을 이어오면서 주민 간의 화합이 모범이 된다는 외부 평가다.

물론 아담한 농촌 마을인 어음1리에도 고민거리는 존재한다. 적은 인구수, 높은 고령화는 어제 오늘 문제가 아니더라도 마을목장 관리를 체계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과제가 코앞에 놓였다. 일당백으로 활동하는 마을 청년회가 크고 작은 마을일을 도맡아 해결하며 고군분투하지만, 청년회 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아 동력을 추가로 끌어올리기 애매한 상황. 여기에 노인 주민들에게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때문에 어음1리는 노인회관과 부녀회관을 각각 증축해 노인 복지·교육 시설, 청년회 사랑방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강안민 이장은 “보다 긴 안목에서 마을의 발전을 위해 목장조합을 운영해야 하는 과제가 가장 시급하다. 여기에 노인 분들이 건강하고 기분 좋게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인회관 증축을 통한 복지 강화에 공을 기울이려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록 작은 마을이지만 마을에 무슨 일이 있거나 손이 필요하면 언제든 두 팔 걷어 모이는 든든한 청년회가 있다. 예초 작업, 운동장 정비, 마을 당제 준비, 앞으로 밭담 관리 등 그들이 있기에 마을이 매끄럽게 운영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청년회가 거점 삼아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면 향후 청년 유입이나 활동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어음1리는?

어음1리는 애월읍에서 서남쪽으로 4km 떨어진 해발 130고지에 위치한 마을이다. 

부면동과 계원동 자연 부락으로 구성돼 있다. 동쪽과 서쪽으로 하천이 흐르고 있고 서쪽 하천(정자천)을 건너면 봉성리, 북쪽으로는 납읍리가 위치해 있다.

2022년 7월 기준 인구 분포는 남자 137명, 여자 118명으로 총 255명이다. 면적은 임야 628ha, 기타 461ha, 농경지 305ha로 총 1394ha다. 공동 시설로 ▲마을회관(221㎡) ▲노인회관(108㎡) ▲부녀회관(139㎡) ▲마을운동장(4000㎡) ▲공동창고(42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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