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홍의 교육春秋] (23) 창의성과 인권, 학교의 미래

코로나19 시기 언어능력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코로나19가 아동발달에 끼친 영향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특히 마스크로 소통을 시작한 아이들의 소통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언어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학교에 적응하기 위해선 실태조사와 언어치료를 비롯한 특별한 관리체계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배움이 느린 아이들이 따돌림 받고 이상한 아이취급을 받는 다면 오히려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체육활동이 서투른 아이들이 있듯이 언어능력도 배움이 단지 조금 느리거나 다를 뿐이라는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와 교육이 중요할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면 존재를 부정하게 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구 대학가의 이슬람 사원 건립문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주택가에 이슬람사원이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몇 년째 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공사가 적법하다는 대법원의 판단까지 있었지만 주민들은 물러서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슬람이 죄악시 여기는 돼지고기를 이용해 골목길에 돼지머리를 늘어놓는다거나 통돼지 바비큐 파티를 열기도 했다. 이슬람이 우리에게 아직 낯선 문화일 수 있고 그래서 오해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익숙하지 않은 것은 존재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으로 대한다면 결국 우리의 설 자리도 없다. 

제주에서는 교육현장에서 일어난 인권교육을 문제 삼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사회과 교사가 진행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 차별 예방’ 수업을 일부 학부모와 보수단체들이 학교에 찾아와 성소수자 내용이 포함된 것에 항의하고 학생들의 전시물을 철거할 것을 요구한 일이 있었다. 성소수자를 차별하지 말라는 인권교육이 왜곡된 성의식을 조장하는 것으로 표현되었다. 왜곡된 성의식이라는 말에는 성소수자는 잘못된 사람이라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다. 

틀린 사람, 사라져야 할 사람으로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인식하는 일을 차별과 혐오라고 부른다. 차별과 혐오의 문화가 학교현장에 자리 잡을 때 따돌림과 괴롭힘이 된다. 키가 작다고 말이 어눌하다고 다리가 불편하다고 차별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대정중 사회 선생님의 혐오·차별 관련 수업’을 지지하는 대정중 교사들이 지지 문구를 작성해 알렸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대정중 사회 선생님의 혐오·차별 관련 수업’을 지지하는 대정중 교사들이 지지 문구를 작성해 알렸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 정도쯤이야 하는 맘으로 행하는 차별도 다르지 않다. 차별은 크기가 없다.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를 지우고 차별하는 문화가 남아있다면 학교 현장의 차별도 결코 사라질 수 없다. 현대사가 일으킨 엄청난 비극들의 중심에 차별과 혐오가 자리잡고 있었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하듯 나이, 성별, 성지향, 성별정체성, 장애여부, 국적, 피부색, 출신지역, 혼인여부, 가족관계 등에 관계없이 우리 모두는 평등하다. 
 
우리 모두가 평등하다는 인식, 존재에 대한 존중의 마음이 창의성의 기반이 된다. 세계최대의 퀴어축제가 열리고 인권의식이 높다고 알려진 샌프란시스코 인근에는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한국 전체 경제규모를 능가하는 기업들이 모여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밝힌 성소수자가 많은 도시일수록 창조성이 높다는 연구는 잘 알려져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무엇보다 창의성이 요구되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성소수자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결국 창의성의 기반은 다양성에 있을 것이다.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있으면 새로운 생각이 나오기 힘들다고 하지 않은가. 우리 아이가 창조적으로 자라길 바란다면, 우리 아이들이 따돌림 받지 않길 원한다면, 존재를 존재자체로 존중하자. 학교에서 인권교육이 확산되길 희망한다.


# 안재홍

안재홍은 간디학교를 비롯한 대안교육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제주에서 탈학교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잠시 운영하기도 했다.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을 학교 밖에서 학교 내로 옮겨와 다양성이 존중받고 자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의 교육이 자리잡길 바라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라도 시작해보자는 고민으로 2016년 10월 애월교육협동조합 이음을 설립해 애월지역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두 딸의 삶을 앗아가지 않게 하려면 뭘 해야 하나 고민하며 환경과 평화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20년부터 애월중학교에서 기후위기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다 지금은 귤 농사지으며 휴학 중이다. 제주의소리 '교육春秋' 칼럼을 통해 독자들과 격주로 만난다. KBS제주 TV 시사프로 '집중진단' 진행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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