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민선8기 제주도정이 출범 6개월을 맞고 있다. 지난 6월1일 지방선거 당시 오영훈 당선인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오영훈 민선8기 제주도정이 출범 6개월을 맞고 있다. 지난 6월1일 지방선거 당시 오영훈 당선인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어느덧 세밑이다. 민선8기 오영훈 제주도정이 출범한 지도 6개월이다. 그사이 오영훈호(號)가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세평은 들어보지 못했다. 진영과 무관하게 밋밋하다 못해 ‘무색무취’하다는 평가가 대세다. 무색무취는 무능과 종이 한 장 차이일 수 있다. 안타깝다. 

지난 7월 1일 취임사를 떠올린다. 도백이 제주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첫걸음을 내디디며 외친 일성은 ‘도민이 주인 되는 도민 정부 시대’다. 현실은 어떤가. 

지사는 취임 초기부터 잇단 ‘불통·보은인사’로 도민여론과 대척점에 섰다. 한두 사례가 아니니 열거할 필요도 없다. 오 지사 스스로 “책임을 짊어지겠다” 공언했지만, 도민여론에 반한 불통·보은인사는 주인인 도민의 여론과 사뭇 달랐다. 부러 귀를 닫았나 싶을 정도다. 

의욕만 앞선, 철학과 역량이 부족하다는 공직 내 공개적인 평가도 나온다. 공직 내부 인사와 관련해선 오 지사의 고향인 서귀포시와 남원읍, 서귀포고 출신들을 지칭하는 ‘서남고’라는 말도 회자된다. 이런 신조어가 횡행하는 모습에 묘한 기시감도 든다. 

도민사회 최대 갈등 현안인 ‘제주 제2공항’에 대한 입장과 관련, 오 지사는 스스로 “선명하지 않은 적이 없다”며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수시로 역설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도민사회는 찬반 입장을 떠나 오 지사의 선명성을 보지 못하고 있다. 자기결정권은 구호로만 남았다. 

지난 19일 도청 출입기자들과의 소통 간담회에서도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해 모든 관련 일정과 내용이 공개되면서 도민들에게 충분한 알권리가 보장이 되고 그런 과정에서 제2공항과 관련된 도민들의 입장이 정리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충분히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일정을 잡지 못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의 면담 일정도 조만간 잡히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불투명한 답변이다. 

국책사업 결정 과정에 도지사로서의 권한과 역할의 한계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주민간에 나타나는 갈등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정․해결 하느냐가 민선도지사의 능력이고 역할이다. 

취임 당시 오 지사가 공언한 청년들을 위한 희망 사다리, 지역경제 소득 증대, 1차산업과 관광산업의 경쟁력 강화, 미래산업 육성 등 제주 패러다임 대전환의 청사진은 지금쯤 어떤 실행방안이 그려졌을까. 

제주형 청년보장제와 상장기업 20개 육성·유치, ‘15분 도시 제주’ 조성,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 곶자왈과 지하수 보전, 아동·청년·농민수당 확대 등 경제기본권 확보 방안은 어떤 설계도가 준비되고 있을까. 

4년 후 오영훈 도정이 어떤 도정으로 기억될지 스스로 가늠해보라. 진심으로 바라는 바, ‘실패한 도정’으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 ‘성과’를 내고 싶다면 무색무취한 밥상은 지금 바로 걷어 치우라. 오영훈 도정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하는 소리다. 

일어날 가능성이 별로 없는 일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함을 기우(杞憂)라고 한다. 누군가는 이제 겨우 6개월이라 말한다. 지나친 기우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허나 따져보면 4년 임기의 1/8이 지났다. 집짓기로 치면 초석을 놓는 시간이 지나고 있다. 단순한 나눗셈으로 따질 문제가 아니다. 기우엔 다 이유가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를 수호할 최후의 보루는 바로 주권자 도민이다. 도민의 자기 결정권은 배려가 아니라 권리다. 한평생 추위에도 향기를 내다 팔지 않는 매화를 기대하는 것이 그저 판타지일까? 도민 정부시대에도 그런 도민의 바람은 그저 웃기는 춘몽일까. 소신도 철학도 정책도 모두 선명한 그런 도백을 원한다. 

최근 30년간 도백들의 이름을 떠올려 보라. 신구범도 있고, 우근민도 있고, 김태환도 있고, 원희룡도 있었다. 다시 ‘오영훈도 있었더라’라는 무색무취한 평가를 들을 텐가. 도민의 목소리를 향해 더 늦기 전에 닫은 귀를 여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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