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관광분야 폐기물 발생비율 14%, 당초 예상 밑돌아....道 "우리도 당혹"

제주도가 '전국 최초'를 자랑하며 수행한 관광분야 폐기물 발생현황 조사가 예상치 못한 결과물을 받아들며 오영훈 도정의 환경정책 방향성에 혼선을 일으키게 됐다. 어설픈 설계로 '안하니만 못한' 연구용역 결과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수행한 '제주도내 관광분야 폐기물 발생현황 및 처리현황 조사와 자원순환 프로그램 개발' 용역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사업비 1억원을 투입해 진행된 이 용역은 도내 관광업계와 관광객 방문이 높은 업종 대상 폐기물 종류 및 발생량을 조사해 정책을 제시하기 위해 수행됐다. 과업 내용은 △관광분야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 조사 △관광업종별 폐기물 발생 및 처리방법, 감량방법 등 조사 △국내외 관광분야 자원순환 시행 우수정책 및 프로그램 조사 △관광분야 자원순환 실천프로그램 개발 등이다.

직접적으로 명시하진 않았지만, 오랜 기간 지역사회에서 논의 중인 '환경보전기여금' 도입의 타당성을 갖추기 위한 용역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제주도는 오영훈 도정의 핵심 공약이기도 한 환경보전기여금 정책 도입을 위한 논리 개발 차원이라는 해석이었다.

그러나, 정작 발표된 결과는 제주의 환경정책 방향에 오히려 혼선을 가져오게 됐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도내 관광산업 분야의 생활폐기물 발생량을 조사한 결과, 공항·항만·관광숙박업·유원지·카지노·관광운수·렌터카·공공관광지 등을 통틀어 발생한 폐기물은 6만7670톤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20년 기준 제주도 전체 폐기물 발생량인 48만3274톤의 14%에 이르는 수치다. 관광객에 의해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이 상당하다는 해석에 반해 그간 제주도가 주장했던 것처럼 관광객의 폐기물 발생량 비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해석도 가능하게 됐다.

용역을 수행한 연구진은 "이런 표현을 쓰는게 조심스럽지만, 처음부터 '관광객을 범죄자 취급하지 말자'로 시작했다. 조사 결과 관광객이 직접 자기 손으로 버린 쓰레기가 아니라 관광산업 폐기물이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 제주도는 지역 내 발생 폐기물 중 40% 가량은 관광업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해 왔다. 실제 2018년 5월 수행한 '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 타당성 조사 용역'에는 제주의 생활폐기물 배출량이 전국 평균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것은 관광에 치중된 산업 구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도출된 바 있다.

'환경보전기여금'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제주의 특수성을 고려해 관광객에게 환경보전을 분담시킨다는 취지로 계획된 정책이다. 관광객에 의해 발생하는 폐기물의 '양'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이번 조사만 놓고 보면 관광객에 의한 폐기물 발생 비율은 예상보다 미비했다는 결과를 받아들게 됐다. 

타 지역과의 형평성 논리에 부딪히며 난항을 겪고 있는 환경보전기여금 제도가 용역 결과로 인해 오히려 추진동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애초에 용역 설계 자체가 어설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해당 용역의 과업지시서를 살펴보면 과업은 주요 관광분야 업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용역 대상은 총 768개 대상업체 중 폐기물 발생량이 많고 규모가 큰 업체 85개만을 선정해 진행됐다. 추려진 업체들의 폐기물 발생량은 가늠할 수 있어도, 이를 전체 관광객의 폐기물 발생 정도로 치환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관광객들이 실질적으로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곳은 야간에 머무는 숙박시설보다는 주간 활동 반경에 있는 식당·카페 등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단체 관광객보다 개별 관광객의 비율과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는 현실도 반영되지 못한 조사이기도 했다.

즉, 조사 대상을 한정짓다보니 정작 필요로했던 관광객 폐기물 발생 현황을 가늠하기가 오히려 혼란스러워졌다는 비판이다.

허문정 제주도 환경보전국장도 "보고의 기저에는 제주도 환경보전분담금 도입 등의 논리를 만들어감에 있어 자료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목적도 있었지만, 우리도 보고서 내용을 보고 당황스럽기도 했고 다소 실망스런 점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허 국장은 다만 "이 용역에서는 개별 관광객의 쓰레기 총량이 분석되지는 않았다. 이전에 진행됐던 환경보전기여금 용역 타당성 조사와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추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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