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51) spirit

spirit [spírit] n. 영혼(靈魂)
영끌, 영털 그 담엔 무신건고?
(영끌, 영털 그 다음에는 무엇일까?)


spirit에서의 spir는 “숨을 쉬다(=breathe)”라는 뜻이다. 이 spir이라는 어근(root)에서 나온 낱말로는 respire “호흡하다”, aspire “열망하다”, inspire “고무(鼓舞)하다” 등이 있다. spirit의 어원적 의미는 “숨을 쉬는 존재로서의 영혼”이다. 이러한 영혼이 만들어지는 장면을 성경의 창세기(Genesis)에서는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야훼 하느님께서 땅(the earth)과 하늘(the heavens)을 만드시던 때였다. 땅에는 아직 아무 나무도 없었고, 풀도 돋아나지 않았다. 야훼 하느님께서 아직 땅에 비를 내리지 않으셨고 땅을 갈 사람도 아직 없었던 것이다(there was no man to work the ground). 마침 땅에서 물(streams)이 솟아 온 땅을 적시자 야훼 하느님께서는 진흙으로 사람을 빚어 만드시고 코에 입김(breath of life)을 불어 넣으시니(breathed into his nostrils),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 성경 창세기 2:5~7

괴테의 <파우스트(Faust)>에서 파우스트는 악마(the devil)에게 자신의 영혼까지 판다. 요즘 말로 하자면 ‘영팔’인 셈이다. 악마(메피스토)는 파우스트에게 이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알려주겠으니 그의 영혼을 자신에게 바치라고 요구한다. 그렇게 하기로 계약(contract)을 맺은 파우스트는 악마를 동반하고 다니면서 그 마술의 힘으로 온갖 향락(pleasure)과 정욕(lust)을 누리다가 스스로 파멸(downfall)해 간다. 

여기서의 파우스트는 선악의 양면성을 지닌(double-sided) 인간으로서 탐욕(greed)을 채우려는 모든 인간의 상징이며, 현실주의적 인간을 대변한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nevertheless) 파우스트의 본질(substance)은 ‘비록 어두운 충동(impulse)에 빠질지라도 결국에는 올바른 길로(in the path of virtue) 인도될 인간’이었던 것이며, 메피스토는 ‘쉽게 나태해지기 쉬운 인간을 자극(stir)하기 위한 유혹자(allurer)’였던 것이다.

영혼은 ‘숨(breath)’이고 ‘쉼(pause)’이다. / 사진=픽사베이
영혼은 ‘숨(breath)’이고 ‘쉼(pause)’이다. / 사진=픽사베이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영끌’은 원래 부족한 것을 부풀려 보이기 위해 없는 돈이나 물건 등을 끌어모으는 모습을 희화화(making a joke about it)한 말이었다. 그러다가 SNS를 통해 널리 퍼지면서 특히 젊은 세대(younger generation)에서는 간절함(eagerness)이나 절실함(earnestness)을 표현하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기존의 ‘티끌 모아 태산(Little drops of water make the mighty ocean)’ 정도로는 안 되니 영혼까지 끌어모아야만 가능하다는 뜻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이러한 ‘영끌’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로 부동산 광풍이 불고 LTV규제 강화로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처음에는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borrowing money)을 해서라도 집을 사려는 수요자들을 일컫는 ‘영끌수요’라는 말로 등장한다. 그러다가 지금이 아니면 내 집을 가질 수 없으니 영끌해서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말로 ‘영끌투자’가 나오고, 노동을 통한 부의 축적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경제상황이 악화(deterioration)되면서는 빚을 내서라도 부동산(real estate)이나 주식(stock) 등에 투자하려는 형태에도 모두 ‘영끌 대출’, ‘영끌 주식’ 등으로 부르면서 급기야는 ‘영끌이자’라는 말까지 나오게 된다.

‘영끌’과 비슷한 개념으로 쓰이는 '패닉바잉(panic buying)', ‘벼락거지’ 등도 마찬가지다. 거기에도 모두 치솟는 집값(skyrocketing housing prices)에 대한 공포심리(mental state of fear)가 담겨있는 것이다.

거기에다 최근에는 ‘영끌’하다가 ‘영털(영혼까지 털리다)’하게 되었다는 말까지 널리 유행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젊은세대가 심각한 가계부채(households debt)로 신음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로 인해 아예 아이를 낳지 않는(having no children) 부부도 갈수록 많아지면서 세계 최악의 저출산(low birth) 국가로 가고 있다는 것이고, 고령화 시대(aging era)에 고령층을 떠받쳐야 할 중장년층이 줄어들면서 국가 경쟁력(competitiveness)도 심각하게 떨어질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영혼은 ‘숨(breath)’이고 ‘쉼(pause)’이다. 숨표(breathing mark)도 없고 쉼표(comma)도 없이 숨막히는(suffocating) 지금의 상태가 도대체 언제까지 갈 것인지 국민들은 씁쓸하고 불안하기만 하다(feel bitter and unstable).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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