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곶자왈 보전 조례, 새로운 대안 담아야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


오영훈 도정은 곶자왈 보전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오영훈 도정은 곶자왈 보전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딱 20년이 흘렀다.

쓸모없는 땅으로 삶과 기억 속에서 멀어졌던 용암 숲 제주 곶자왈이 다시 도민사회에 모습을 드러내고 한라산에 버금가는 생태계 보고이자 자연환경으로 돌아왔다.

곶자왈은 제주에서 종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곳이자 탄소를 저장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허파와 같은 곳이다. 생명수라고 하는 지하수를 만들어내는 지하수 함양기능도 뛰어나다.

하지만 곶자왈은 제주사회에 알려지기 무섭게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 바람이 불며  개발위험에 놓였다. 

곶자왈 보전을 위한 목소리도 높아졌다. 2005년 시민환경단체인 (사)곶자왈사람들이 출범해 곶자왈 보전운동을 벌여왔다. 2007년에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주도해 곶자왈공유화재단을 만들고 사유지 곶자왈을 대상으로 공유화 운동을 벌여왔다.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곶자왈 보전을 위한 이런 저런 대책과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곶자왈 보전 정책은 곶자왈 보호막으로써 구멍이 너무 컸다.

지난 20년 사이 골프장과 관광지, 영어교육도시, 채석장 등 이러저런 개발로 사라진 곶자왈이 30%를 넘는다. 오영훈 도정이 들어선 후에도 세계적 멸종위기식물인 제주고사리삼 군락지에 자연체험파크라는 개발사업이 승인됐다.

지금까지 제주특별자치도가 내세운 곶자왈 보전 의지나 정책이 한계와 아쉬움을 갖게 하는 이유다.  

오영훈 도정은 곶자왈 보전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나?

지난 5일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특별자치도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25일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번 조례개정은 7년 넘게 끌어온 곶자왈 보호지역 지정 근거 등 새로운 곶자왈 보전정책을 담고 있다. 그동안 곶자왈 보전에 한계를 보여 온 만큼 지금까지와는 다른 내용과 대안이어야 한다. 하지만 많이 아쉽다. 20년째 헛바퀴 돌던 곶자왈 보전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우선 주요 개발 대상지인 곶자왈에 대한 보호막이 없다.

그동안 곶자왈 보전을 위한 핵심 과제는 개발사업이 가능한 생태계보전등급 3등급 아래 곶자왈에 대한 보전방안 마련이다. 제주특별자치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라 생태계보전등급 1등급과 2등급은 원형 훼손이 불가능한 데 비해 3등급 아래는 30~100%까지 개발이 가능하다. 골프장을 비롯한 개발사업이 주로 3~4등급지에서 이뤄지는 이유다.

개정안을 보면 곶자왈을 보호지역·관리지역·원형훼손지역으로 구분하고 있다.

보호지역은 곶자왈 중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지역, 관리지역은 곶자왈 중 보호지역에 준하는 지역으로서 앞으로 보전의 가치가 있는 지역으로 구분하고 있다.

곶자왈 보호지역은 특별히 보전가치가 있는 곳으로 정의하는데 비해 관리지역은 앞으로 보전가치가 있는 곳으로 정의해 사실상 보호지역에 비해 개발 등 이용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더 살펴보면 보호지역은 현재 개발사업이 불가능한 생태계보전등급 1~2등급지가 대부분인 반면 개발사업이 주로 이뤄지는 3~5등급지인 곶자왈은 관리지역이나 원형훼손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곶자왈 경계설정 계획에 따르면 보호지역은 전체 곶자왈 95.091㎢ 중 35.5%인 33.742㎢이다. 이에 비해 관리지역과 원형훼손지역은 64.5%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개발사업 대상지인 3~4등급지 대부분이 보호지역 지정에서 제외돼 개발가능성을 남겨놓고 있다.

사유지 곶자왈 보전방안 중 하나인 사유지 곶자왈 사들이기도 보호지역에 한정됐다. 조례안 21조(토지의 매수청구 등)를 보면 보호지역내 토지소유자는 도지사에게 토지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법적으로 개발이 불가능한 보호지역은 사유지 사들이기가 가능하나 정작 개발사업이 주로 일어나는 관리지역은 매수청구조항이 없다. 보호지역 중심으로 보전정책이 마련돼 관리지역은 상대적으로 개발가능 곶자왈로 인식될 수 있어 법적 보전방안이 취약하다. 이미 훼손된 곶자왈 복원을 비롯한 보전방안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곶자왈 보전을 위한 또 하나 주요 사업인 공유화사업에 대한 정책 전환도 아쉽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07년 곶자왈공유화 재단을 설립하며 민간이 주도하는 공유화 운동이라는 원칙을 제시했다. 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가 재단 운영에 영향을 미치며 민간주도 공유화운동이라는 원칙과 취지가 흔들린다는 지적이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곶자왈생태체험관을 12년째 공개모집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의계약으로 곶자왈공유화재단에 운영을 맡기고 있어 도의회로부터 민간위탁 조례를 위반한 특정단체 지원이라는 지적도 받아왔다.

공유화운동 과정에서도 도민들이 자발적 참여보다는 기업기부에 의존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 조례개정안은 공유화운동을 오히려 제주특별자치도가 주도하는 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조례개정안 26조(곶자왈공유화사업)를 보면 도지사는 곶자왈 보전·관리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곶자왈 공유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또 도지사는 곶자왈 공유화 사업 업무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관, 단체 또는 개인 등에 위탁할 수 있다. 

민간주도 공유화 운동이라는 처음 취지와는 다른 내용이다. 국민신탁을 민간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보전 및 관리 행위로 정의한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자산에 관한 국민신탁법과도 어긋난다.

대표적 공유화운동인 영국 내셔널트러스트를 보더라도 정부로부터 자유롭고 나아가 정부정책을 견제하는 순수 비영리 시민운동으로 출발했다.

곶자왈 공유화운동에 대한 올바른 정의와 함께 순수 민간운동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제주특별자치도가 곶자왈 보전정책을 시작한지 20년에 이르고 있다. 곶자왈 경계 설정만 해도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기에 이번 제주특별자치도가 준비하는 곶자왈 보전정책에 대한 도민 바람과 기대는 크고 절박하다.

폭염과 가뭄, 태풍과 한파와 같은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가 일상이 되어 버린 시대다.

곶자왈을 보전하는 일은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제주에서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기후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인류 공동 목표인 탄소중립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과 노력을 요구한다. 곶자왈 보전 또한 이전처럼 해서는 이룰 수 없는 목표다. / 김효철 논설위원,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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