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육지에서 생활하다 올챙이 잡던 내 고향 용담에서 재생을 책임져야 하는, 무겁지만 설레는 마음을 갖고 나날을 고민하고 소중하게 시간을 아끼며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바라보는 용담1동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날것(가공되지 아니한 것)들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가능성이 보입니다. “그래, 용담. 이곳은 내가 도시재생으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겠다. 뚜벅뚜벅 해낼 수 있겠다.” 조심히 생각해 봅니다.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을 맡으며 주민 한 분 한 분과 친해졌습니다. 저녁까지 이어지는 만남의 자리를 통해 그 동안 주민들의 오래된 많은 고뇌가 한 꺼풀 씩 풀림을 느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무엇을 바꾸고 싶었는지…. 함께 고민하는 싹이 트이며 1년이란 시간은 농익어 갔습니다.

그렇게 저는 센터장이 아닌 함께라는 이름으로 주민들과 하나가 됨을 느꼈습니다. 무엇을 맡아서 하는 책임이 아닌 용담을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는 소명의 이름으로 말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함께 지켜주시고 응원해주시고 손을 내밀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억을 되찾고 연결하기

제가 생각하는 성공적 도시재생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마음 속에 담긴 우리 동네의 소중한 나의 기억과 너의 기억을 찾아내고, 서로의 기억을 연결하는 사람 중심의 소프트(soft) 도시재생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을에서 서서히 잊혀가는 조각을 잇는 첫 단추는, 우리 용담1동 도시재생을 위한 공간에 담긴 주민들의 다양한 옛이야기를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주민들의 소중한 기억과 오래된 장롱 속에 꼭꼭 숨겨뒀던 옛 사진들을 들춰내어 우리 마음속에 있는 기억의 조각들을 엮어 가고자 합니다. 향후 옛 기억의 가치와 새로운 도시재생 가치를 연결하는 이음매로서 작동되도록 용담1동의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용담1동 도시재생 사업을 위한 회의 모습. / 사진=용담1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용담1동 도시재생 사업을 위한 회의 모습. / 사진=용담1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작은 가치들을 발굴하고 엮어 혁신적 변화를 일궈나갑니다

공간에 스며있는 작은 틈에 주목합니다. 작은 길, 작은 공간, 건물 사이의 틈, 깨진 포장의 틈, 돌의 틈새, 나무 한 그루…. 용담1동 도시재생은 담백한, 그러나 소소한 가치들을 복합적으로 이어 붙여가며 만들어가는 미니멀(minimal) 도시재생을 추구합니다. 

꼭 필요한 사업을 발굴해 플러스(Plus) 디자인으로 잘 만들어 나가고, 불필요하거나 꼭 필요한 것이 아닌 것들은 마이너스(Minus) 디자인으로 잘 뺍니다. 꼭 필요한 작은 가치사업 위주로 사업들을 엮어가며 시간의 흐름에 장소적 가치가 변화되고, 용담의 브랜드 가치가 성장되도록 유도하겠습니다.

홍석형 센터장(가운데)과 도시재생사업 참가자들. / 사진=용담1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홍석형 센터장(가운데)과 도시재생사업 참가자들. / 사진=용담1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더 나은 용담1동을 위한 도시재생, 용담 주민이 함께 만들어갑니다 

용담 지역의 주민 분들이 능동적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해 함께 만들어가는 도시재생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주민협의체의 활동 성과와 마을 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의 절실한 의지, 이 두 가지의 물리적 결합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용담1동 도시재생 주민협의체는 4개의 분과활동(환경개선, 사회복지, 역사문화예술, 마을기업육성) 및 활동 지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각 분과위원들이 주체가 돼 자발적인 교류와 소통, 우리 동네를 위해 할 수 있는 소소한 일들을 발굴하고 활동하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용담1동 마을 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의 목표는 마을 브랜드화, 마을 상품화입니다. 용담이라는 하나된 이름으로 브랜드화하고 이를 통해 지역 자긍심 고취를 비롯해 지속 가능하게 작동하는 일자리 창출, 지역 상권 활성화, 유동인구 증진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주민 주도형 마을재생 생태계를 만들어 갑니다. 그 여정을 ‘우리 함께’ 만들어간다는 사실이 중요하겠습니다.

용담1동 도시재생 사업을 위한 회의 모습. / 사진=용담1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br>
용담1동 도시재생 사업을 위한 회의 모습. / 사진=용담1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센터의 역량이 재생의 역량이다

용담1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는 앵커사업, HW사업, 상권활성화 및 홍보마케팅, 교육 및 주민사업지원, 스마트 도시재생, 총무 및 문화마을 특화사업 등 총 6개의 담당 분야로 나누어 도시재생사업을 운영 관리하고 있습니다.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하되 크게 간섭하지 않고, 담당자별 업무 로드맵은 있되 스스로 고민하고 개척해 나가는 것. 바로 무통제의 기술을 추구합니다. 우리는 무통제의 기술을 바탕으로 함께 고민하되 나의 생각을 믿고 행하는 자율학습이 자율성장으로 이어지고, 또 자율성장이 용담지역의 재생 가치발견과 재생효과로 이어지기를 희망합니다.

용담1동 도시재생 사업을 위한 회의 모습. / 사진=용담1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br>
용담1동 도시재생 사업을 위한 회의 모습. / 사진=용담1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사람의 연결과 공간의 실험에 주목합니다

‘Tactical Urban Process.’ 용담1동 도시재생의 핵심 키워드입니다.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고, 과정에 집중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합니다. 대학교와 센터, 중간지원단체와 센터, 주민과 전문가, 전문가와 전문가가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협력)합니다. 그 중심에는, 사람을 발굴하고 사람을 연결하고 또 연결합니다. 용담1동 마을발전이라는 하나된 목표를 가지고 말이죠. 

각기 분야의 다양한 사람은 또 다양한 공간적 실험을 합니다. 그게 성공이든 실패든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과정에서 배우기를 반복하게 되고, 불규칙 속에서 공간에 맞는 새로운 질서를 찾아가며, 이를 토대로 재생 공간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채워나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과정의 기록과 소통속에 우리가 이용하고 지역을 성장시켜나갈 원동력인 공간사용설명서(Space menual)는 결국, 사람의 연결과 공간의 실험 속에서 만들어져 갈 것입니다.

5개의 성장전략을 용담1동 도시재생에 녹여갑니다

20여 년간 한 분야에 종사하며 느낀 오래된 생각이 있습니다. 이를 우리 용담1동 도시재생 성공전략으로 담아가려 합니다.

옛것과 새것의 조화 속에서 오래된 미래를 연결해나가는 것, 용담지역 내 다양한 자원의 가치를 발견하고 특화 브랜드화 해나가는 것, 지역주민의 역할이 강조되고 전문가의 발굴과 참여 속에 함께 연결하고 성장해 나갈 기회의 용담으로 나아가도록 길잡이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는 것, 전문 분야별로 다양한 실험과정을 존중하여 결과보다는 과정 중심적 프로세스에서 답을 찾아가는 것, 긴 안목을 가지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채워져 가는 도시로서, 채움보다는 타임 프로세스의 성장 중심 재생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용담1동 도시재생사업 가운데 일부 모습. / 사진=용담1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용담1동 도시재생사업 가운데 일부 모습. / 사진=용담1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장자의 내려놓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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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내려놓음. 바로 비움의 철학입니다. 비움의 디자인이고, 마이너스 디자인입니다. 용담1동은 새로움으로 채워지기 위해 조금은 비워야 하고, 비워진 틈을 우리는 기회의 틈으로 바라보고 준비하려 합니다. ‘진심을 다해 감동시켜라.’ 장자가 남긴 말입니다. 그리고 용담1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우리 모두의 소명이기도 합니다.

오래된 미래를 일구는 꿈, 그 중심에 용담 주민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 함께 힘을 모아서 용담의 가치를 찾고 연결하며, 용담마을을 성장시켜 나가고자 합니다. / 제주시 용담1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홍석형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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