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2024 총선이 시작됐다 / 김봉현 이사·논설주간 

직관해 판단하지 말고, 느리게 천천히 관찰함이 옳다. 삼가, 깜냥이 되는 인물을 지금부터 찾으시라. 그리고 어중이떠중이를 잘라내시라.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직관해 판단하지 말고, 느리게 천천히 관찰함이 옳다. 삼가, 깜냥이 되는 인물을 지금부터 찾으시라. 그리고 어중이떠중이를 잘라내시라.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22 대선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2024 총선은 벌써 시작됐다.” 

지난 설 명절 연휴에 과세(過歲)하러 여기저기 오가다 보니 제주 곳곳에 세배 인사를 기회 삼아 나붙은 정치인들의 현수막이 줄을 이었다. 그것들을 보면서 느낀 한 줄 촌평이다. 

그리곤 이런 단어가 떠올랐다. ‘깜냥’, ‘어중이떠중이’ 

싹을 보면 뿌리를 알 수 있고, 가지를 보면 맺게 될 열매가 보인다. 익지 않아 단박에 흩어져버릴 선떡부스러기 같은 이름과 얼굴들이 제주 동서남북 거리에서 철면(鐵面)을 쓴 것인지 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평가가 제각각 다를 수 있으나, 깜냥이 되지 않는 어중이떠중이들이 적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때마침 부산 출신의 지인에게서 안부 전화가 걸려왔다. 그 양반과 새해 인사를 나누던 중에 “마, 부산에도 오만떼만 듣보잡 현수막들이 난리라 예! 그뭐꼬, 조합장 선거까지 있어가꼬~”란다. 아마, 전국이 같은 풍경인가보다. 

올해는 모처럼 전국 단위 선거가 없어 조용할까 싶었으나 오는 3월8일에 제3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있다. 

원래 ‘작은 선거’가 갈등도 후유증도 큰 법이다. 지난해 지방선거가 끝난 지 8개월 만이다. 다시 마을 어귀마다 낯선 선거 현수막들이 어지른다. 

전국 동시 농·수·축협 조합장 선거에 출마한 진짜 일꾼들에겐 미안한 소리지만, 어중이떠중이 후보들이 판을 치며 요란스럽게 한 해를 여는 모습에 조합장 선거가 끝나면 마을 이웃들끼리 또 얼마나 등질까 걱정이 앞선다. 

‘어중이떠중이’의 뜻이다. ‘어중(於中)+이’는 어느 무리의 중간지점에 있는 어중띤 이를 일컽는다. ‘떠중이’는 거처 없이 떠도는 이를 지칭하면서 어중이에 운(韻)을 맞춘 첩어(疊語)이다. 

일을 헤아릴 깜냥이 되지 않고, 자리와 명예만 탐하는 불나방 같은 어중된 떠돌이들에겐 마을 통·반장 자리도 맡길 수 없다. 

왜? 잘못된 선택은 반드시 그 값을 치른다. 오직 흑과 백만 존재하는 이분법의 사회. 누구의 탓일까? 내편 네편을 갈라 패거리 주먹다짐하듯 하는 정치인들에게만 책임을 물을까.

하루가 머다하고 블랙코미디 같은 쓴웃음을 내뱉게 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행보, 국민은 안중에 없고 정쟁과 갈등으로 점철된 여야 정치권. 

그뿐일까. 공정 잣대를 고무줄처럼 쓰는 검찰 공화국, 대공수사권 사수에 듣도 보도 못한 형태의 간첩단 수사로 연일 드라마를 펼치는 국정원. 그것들을 보면서 낯이 뜨겁다고 냉소만 머금을 순 없잖은가. 

2024년 4월10일, 2026년 6월3일, 2027년 3월3일. 공통점은 ‘선거’다. 총선, 지방선거, 대선 일정으로 이어지는 동안, 정치인들은 단언컨대 승자독식을 향한 무한반복의 정쟁을 악순환할 거다. 

정치불신 풍토를 비판할 때 표리부동 하는 정치인들에게 화살을 겨누나, 결국 유권자의 선택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직관해 판단하지 말고, 느리게 천천히 관찰함이 옳다. 삼가, 깜냥이 되는 인물을 지금부터 찾으시라. 그리고 어중이떠중이를 잘라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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