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85) 시행 1주년, 산재사망사고 감소 나타나

재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안전보건확무 의무가 모호하다는 이유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의 내용을 뜯어보면 내용이 모호한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 사진=오마이뉴스
재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안전보건확무 의무가 모호하다는 이유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의 내용을 뜯어보면 내용이 모호한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 사진=오마이뉴스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의 청년노동자가 사지가 찢겨 사망한 사건이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켜 일터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의 사망사고가 부각되고, 가수 하림이 2010년 용광로 쇳물에 녹아 사망한 청년노동자의 사건을 <그 쇳물 쓰지마라>는 노래로 만들어 SNS로 챌린지가 이어지고, 일하다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가 없도록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해달라는 국민청원입법에 10만명의 국민이 의견을 모으고, 다시는 우리와 같은 아픔이 없도록 제발 법을 통과시켜달라고 국회 앞에 모인 산재피해 유가족의 절규가 모여 2021년 제정되어 2022년부터 시행된 법이다. 

중대재해처벌법 1년, 산재사망사고의 감소효과 확인되고 있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던 작년 이맘 때, 각 현장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하기 위한 각종 계획을 사업주 주도하에 세우고 있었다. 하청노동자의 노동안전보건에 소극적이었던 원청사업주는 ‘원하청 공동 안전보건협의체’를 신설해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사업주로서의 안전보건체계를 구성했다. 기존에 형식적으로 운영되었던 ‘산업안전보건위원회’(산업안전보건법상 현장의 안전보건을 위해 진행하는 노사동수의 협의체)에서 노동자위원의 역할이 강조되고 다양한 안건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2013년부터 의무적으로 도입된 사업장의 위험유해요인을 조사해 개선하는 ‘위험성평가’사업을 내실화 하기도 했다. 그나마 현장에서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중대재해발생 그 자체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가 기본적인 안전보건의무를 하지 않고 있다가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에 책임을 묻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책임의 주체를 원청의 경영책임자까지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현장의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위치에 놓인 사람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변화가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업장에서 그러한 것은 아니었다. 아직도 원청사용자의 협조가 없어 하청노동자의 휴게실 공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사례가 있고,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각종 의무사항에 대해 형식적인 서류작업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통계상으로 산재사망의 효과는 확인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과 그 전년도인 2021년간의 산재사망자수를 비교했을 때, 사고건수로는 8%가량이 감소(665건→611건)했고, 사망자수는 5.7%정도가 감소(683명→644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원수로는 39명 정도이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오히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 않고 있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의 감소폭이 높았다. 이 부분을 주목할 만한데 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정이 사회적으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는 결과는 아닐지 고려해볼만하다. 

중소기업 사업주 79.4%, 중대재해처벌법 찬성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제정되는 과정부터, 그리고 제정된 직후부터 재계는 지속적으로 반대와 축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한 노동계는 전면적용과 확대의 당위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과거 ‘기업살인법’이라는 이름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논의가 시작되었는데 10년이 넘도록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에는 재계의 반발이 컸다. 윤석열 정부는 이미 선거 시기에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재계의 요구를 수용하는 입장을 밝혀왔다. 원청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묻는 이 법은 대기업에서 주로 반대하는 모습이다.  

최근 모 경영단체에서 진행한 설문조사를 주목해보면 응답한 중소기업 사업주의 79.4%는 “중대재해처벌법에 찬성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원청을 책임주체로 묻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재해 예방의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는 취지에서 나온 결과로 보여진다. 비슷한 시기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대다수의 국민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재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1월 11일 ‘중대재해법령 개선 TF’를 발족시켰다. 발족식에서 고용노동부 차관은 ‘24년 법 적용확대에 우려점이 있다’, ‘법 적용에 현실적인 문제가 없는지 살펴 개선방안을 논의해 달라’ 등의 발언을 했는데 이러한 분위기는  재계에서 요구했던 법의 축소적용을 반영시키려는 시도로도 읽힐 수 있어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우리사회가 애써 끌어올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인식을 다시금 되돌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간 우리 노동현장에서 노동자의 목숨 값이 몇푼 안되는 안전장비 하나보다 싸게 취급되면서 추락하고 끼이고, 충돌하며 사망해왔다.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자고 인권을 경시 여기지 말자고 만든 법이 중대재해처벌법이다. 

공중시설 화장실엔 ‘위생점검표’, 현장에는 ‘안전점검표’ 운영

재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가 모호하다는 이유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의 내용을 뜯어보면 내용이 모호한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사업주의 안전보건에 관한 조치에 대해 오랜 기간동안 축적되어온 기준들이 있으며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요구하는 수준은 사업장의 안전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을 설정, 안전관리 전담조직 설치, 사업장 특성에 따른 위험요소를 개선하고 이행을 점검할 것, 안전관리담당자가 업무를 수행하는지 평가기준을 마련할 것 정도이다. 법이 모호한 것이 아니라 당장에 이행하기가 번거로워 회피하고 싶은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공공시설의 화장실을 이용하면 벽 한 켠에 ‘위생점검표’를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매시간 담당 청소노동자가 체크리스트에 네임펜으로 체크하면서 점검되어있는 그 표식 말이다. 이러한 취지로 사업장에 ‘안전점검표’를 운영하면 어떨까? 담당자가 형식적으로 작성하는 것이 아닌 우리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현장 노동자의 의견을 모아 파악하고, 그 요인을 개선하고, 이행을 점검하기 위한 체크리스트로서 말이다. 한 노동자의 세상을 지키기 위해 그 정도의 번거로움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 김경희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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