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53) time

time [taim] n. 시간
하간일에 다 때가 싯주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소신발언일수록 더욱 더 때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공인에게든 사인에게든 때를 모르는 것은 결국 철(season) 모르는 것이기에. / 사진=픽사베이
소신발언일수록 더욱 더 때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공인에게든 사인에게든 때를 모르는 것은 결국 철(season) 모르는 것이기에. / 사진=픽사베이

고대영어에서의 tima(=time)는 “정해진 일정 시간(=limited space of time)”을 뜻하는 말이었다. 14세기부터 “연속되는 무한정 시간(=time as an indefinite continuous duration)”을 뜻하는 추상적 개념으로도 쓰였는데, 현재는 time이란 말을 여러 가지 분화(differentiation)된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실례로 ‘Time is money.’에서의 time은 과거·현재·미래로 계속되는 추상적 시간을 뜻하지만, ‘There is no time to lose.(일각의 여유도 없다)’에서는 “쓸 수 있는 시간”이나 “틈나는 시간”을 뜻한다. 그리고 ‘What ~ is it (now)?’에서의 time은 “일정 시점의 시간”을 뜻하지만, ‘for ɑ long time’에서는 “일정 기간의 시간”을 뜻한다. 그밖에도 ‘ten times a day’에서는 번/회‘의 뜻으로, ‘ancient times’에서는 “시대”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무엇이나 다 정한 때가 있다.
하늘 아래서 벌어지는 무슨 일이나 다 때가 있다.
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있고
심을 때가 있으면 뽑을 때가 있다.
죽일 때가 있으면 살릴 때가 있고
허물 때가 있으면 세울 때가 있다.
(중략)
찢을 때가 있으면 기울 때가 있고
입을 열 때가 있으면 입을 다물 때가 있다.
(There is a time to be silent and a time to speak)
사랑할 때가 있으면 미워할 때가 있고
싸움이 일어날 때가 있으면 평화를 누릴 때가 있다.       
- <전도서> 3:1~3:8

모든 일에는 때가 있지만(there is a time for everything),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때가 중요하다. 말을 하는 행위를 씨를 뿌리는 행위(act of sowing)로 본다면, 그 말의 씨 역시 ‘파종기(seedtime)’에 뿌려져야만 수확(harvest)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파종기에 대한 인식(awareness)이다. 파종기가 ‘농부가 씨를 뿌리고 싶을 때’가 아니라 ‘땅이 그 씨앗을 잘 받아들일 수 있을 때’임을 알면서도, 말을 하는 사람들은 종종 자기가 말하고 싶을 때를 파종기로 착각하여 말을 하고, 그로 인해 말을 했던 자신의 의도(intention)와는 상관없이 많은 화(misfortune)를 불러들이게 되기 때문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선발에 대해 “가능하면 어린 선수들을 기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추신수 선수의 최근 ‘소신발언(honest statement)’이 그렇다. 발언을 한 당사자는 묵묵부답인데도(unresponsive), 언론은 선배 야구인들과 그가 언급했던 선수들만 애꿎게 소환하면서 문제의 발언에 대한 그들의 의견을 연일 기사화하고(be published) 있는 것이다. 말을 한 사람이나 말을 들은 사람들이 모두 당혹한 지경(the point of being embarrassed)에 빠지게 되는 이런 현실(reality), 그 중심엔 말을 하는 사람이 파종기라는 때를 감안하지 못했다는 진실(truth)이 자리하고 있다.

사실, 추신수 선수가 했던 소신발언이 대표팀 선발이 이루어지기 전이나 WBC 대회가 끝난 다음에 있었다면 뭐가 그렇게 문제가 되겠는가. 그랬다면 추신수라는 한 선수의 소신이 그렇다는 정도로 끝날 문제였다. 그런데도 대표팀 선발이 다 끝나고 난 뒤에 불쑥 던져지니 그 발언내용의 옳고 그름을 두고 갑론을박(pros and cons)으로 번졌던 것이다. 

추신수 선수는 “난 (한국야구의 발전을 위해서) 소신발언을 한 것 뿐인데...”라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공인(public figure)이라면 아무리 소신발언일지라도, 아니 어쩌면 소신발언일수록 더욱 더 때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공인에게든 사인에게든 때를 모르는 것은 결국 철(season) 모르는 것이기에.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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