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예술칼럼 Peace Art Column] (111) 김동현

제주도는 평화의 섬입니다. 항쟁과 학살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은 더욱 간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주4.3이 그렇듯이 비극적 전쟁을 겪은 오키나와, 2.28 이래 40년간 독재체제를 겪어온 타이완도, 우산혁명으로 알려진 홍콩도 예술을 통해 평화를 갈구하는 ‘평화예술’이 역사와 함께 현실 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들 네 지역 예술가들이 연대해 평화예술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의 평화예술운동에 대한 창작과 비평, 이론과 실천의 공진화(共進化)도 매우 중요합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네 나라 예술가들의 활동을 ‘평화예술칼럼(Peace Art Column)’을 통해 매주 소개합니다. 필자 국적에 따른 언어가 제각각 달라 영어 일어 중국어 번역 원고도 함께 게재합니다. [편집자 글]


2009년 생전 제주를 찾은 오무라 마스오(왼쪽) 선생과 그의 부인. / 사진=곽형덕
2009년 생전 제주를 찾은 오무라 마스오(왼쪽) 선생과 그의 부인. / 사진=허영선

오무라 마스오 선생이 지난 1월 15일 세상을 떠났다.(1935.5.20.~2023.1.15.) 

그가 1950년대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읽은 후 한국문학 연구에 뛰어든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와세대 대학에서 조선어 강의를 하면서 식민지 시대의 조선문학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그의 업적은 짧은 글에서 다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다. 1984년 중국 지린성 야산에 방치되다시피 있었던 윤동주의 무덤을 찾아낸 것도 그가 처음이었다. 한국의 윤동주 연구가 오무라 마스오 선생의 연구 성과에 기대고 있는 것도 물론이다. 

특히 그는 한국문학이 한국에만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반도라는 지리적 경계를 허문 그의 연구는 남한문학, 북한문학, 연변문학, 재일조선인 문학 등으로 확장되었다. 무엇보다 그는 제주문학에 각별한 애정을 가졌다. 

2014년 5월 제주에서 열린 식민주의와 문학 10회 심포지움에서는 ‘2차 세계대전 말기 제주 문학자들의 활동’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기도 했다. 식민지 시절 작품 활동을 했던 이시형(1918년 출생)과 구레모토 아쓰히코(吳本篤彦) 등 근대 제주문학자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것도 그의 업적이다.(구레모토 아쓰히코의 본명은 알려져 있지 않다. 구레모토 아쓰히코는 1920년 제주에서 태어나 목포상업학교를 졸업하고 1941년 국민총력 조선연맹 모집 작품에 <귀착지>가 입선, 1943년 9월에는 <긍지>라는 작품을 <국민문학>에 발표한 바 있다.)  

제주문학에 대한 그의 관심은 여기에 머물지 않았다. 1988년에는 <탐라이야기-제주문학선>을 일본어로 번역해, 제주문학을 일본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생전 제주문학을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한국적인 문학이라고 규정했던 그였다. 그는 현기영과 현길언, 오성찬의 소설을 좋아했고 제주 시인들의 작품에 각별한 애정을 가졌다. 생전 제주문학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제주만의 문학관이 필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기도 했다. 이것만 보더라도 제주문학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지극했는지 알 수 있다. 

오무라 마스오 선생을 소개한 조선일보 1992년 6월 17일자 기사 / 사진=김동현
오무라 마스오 선생을 소개한 조선일보 1992년 6월 17일자 기사 / 사진=김동현

오무라 마스오 선생은 한국문학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전 동아시아적인 시야’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말하는 ‘전 동아시아적인 시야’란 무엇이었는가. 그것은 그가 평생 매진해왔던 한국문학 연구의 성과가 잘 말해준다. 남한과 북한, 재일조선인, 재중 조선인 등 식민주의의 역사 과정에서 축적된 문학작품을 아울렀던 그의 문학적 성과는 그 자체로 ‘국가’라는 지리적 경계를 넘어선 문학적 상상력의 힘을 보여줬다. 

식민주의의 억압이 강하면 강할수록 문학은 작지만 부드러운, 그리고 사소하지만 단단한 문학적 응전을 계속해왔다. 문학이 그려내는 세계는 우리 삶의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지 모른다. 문학평론가 김현의 지적처럼 문학은 요즘 같은 세태에 무용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돈이 되지도, 권력을 잡지도 못하는 문학이지만 ‘국가’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거대한 폭력에 묵묵하지만 분명하게 저항해온 문학적 상상력이야말로, 동아시아적 연대, 동아시아적 사유를 가능케하는 지렛대일 수도 있다.

일본과 한국, 중국이라는 국가를 넘어서, 아시아의 당대를 살고 있는 사람의 길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오무라 마스오 선생은 자신의 문학연구로 증명해 보였다. 생각해보면 제주문학은 오무라 마스오 선생에게 큰 빚을 졌다. 

삼가 선생의 영면을 빈다.


# 김동현

문학평론가. 제주에서 태어났다. 제주대학교 국문과와 한신대 문예창작대학원, 국민대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지은 책으로는 《제주, 우리 안의 식민지》, 《제주, 화산도를 말하다》(공저), 《재일조선인 자기서사의 문화지리》(공저) 등이 있다. 한때 지역신문 기자로 일하기도 했다. 지금은 제주, 오키나와를 중심에 두고 지역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제주MBC, 제주 CBS 등 지역 방송 프로그램에서 시사평론가로, 경희대학교 글로벌 류큐·오키나와연구소 연구원으로, 제주민예총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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