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제주와 자치 이야기] (14) 유튜버, 정치권에 퍼진 왜곡된 4.3 인식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가 자녀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취임 전 자진 사퇴한 정순신(사진) 변호사.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가 자녀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취임 전 자진 사퇴한 정순신(사진) 변호사.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가 사퇴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그런데 관련 보도를 보면서 든 의문은, 왜 정 변호사의 아들이 제주에서 온 동료 학생을 폭력의 대상으로 지목했을까? 라는 것이었다. 

언론보도를 보면, 정 변호사의 아들은 극우적인 성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는 피해 학생에게 “제주도에서 온 빨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제주”와 “빨갱이”를 연결시킨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인식이 학교폭력을 가한 배경으로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인식이 정 변호사 아들만이 가진 생각일까, 아니면 유사한 생각을 가진 청소년들이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것일까? 우리 사회의 앞날을 생각하면 매우 우려가 큰 상황이다. 

최근에는 또 다른 사건도 있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로 나섰던 태영호 의원은 지난 2월 13일 보도자료와 자신의 SNS를 통해 “4.3사건은 명백히 (북한) 김씨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고 주장했다. 4.3에 대해 또다시 색깔론을 들고나온 것이다. 

이미 여러 차례 대통령의 사과를 통해서, 그리고 국가적인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통해서, 4.3은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리가 되었다.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서도 “제주 4.3사건이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가 되어 있다.

이미 국가적으로 이렇게 정리가 되었는데도, 여당의 최고위원 후보가 이를 부정하고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지난달 12일 제주를 찾아 참배하며 '4.3은 북한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주장한 국민의힘 태영호(사진) 국회의원.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달 12일 제주를 찾아 참배하며 '4.3은 북한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주장한 국민의힘 태영호(사진) 국회의원.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극우세력에 의해 유포되는 역사왜곡

그렇다면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과 태영호 의원의 발언이 아무런 연관관계가 없는 것일까? 

정 변호사 아들이 했다는 얘기를 보면 ‘제주=빨갱이’가 연결되어 있고, 태영호 의원의 발언을 보면 ‘제주=4.3=북한’이 연결되어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2020년 5월에 발표한 유튜브 모니터링 보고서인 <‘빨갱이’와 ‘주사파’라는 아주 오래된 혐오> 보고서를 보면, 극우 성향의 유튜버들이 단골 소재로 삼는 것이 4.3이라고 나와 있다. 4.3을 남로당의 폭동으로 규정하면서 국가폭력을 정당화하는 내용이 극우 유튜버들에 의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왜곡된 주장이 단지 극우 유튜버들에 의해서만 퍼지는 것이 아니다. 태영호 의원의 사례에서 보듯이, 4.3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갖고있는 사람들이 정치권 주변 곳곳에 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현 정권에서 주요한 자리까지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현 정권에서 임명된 김광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도 4.3에 대해 ‘공산주의자들에 의한 폭동’이라면서 국가폭력을 정당화하려는 인식을 드러냈던 바 있다. 

이런 일부 극우세력들의 왜곡된 주장이 정 변호사의 아들과 같은 청소년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추정해본다. 

지난해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4.3추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해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4.3추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입장 밝혀야

그렇다면 제주는 이런 극우적인 역사왜곡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본다. 

김광동 위원장을 임명한 것도 윤석열 대통령이고, 태영호 의원은 여당 국회의원이다. 현 정권에서는 4.3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가진 김태훈 변호사를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한 바도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제주4.3에 대해 이뤄지고 있는 극우적인 역사왜곡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작년 4.3추념식에 참석해 “4.3의 아픔을 치유하고 상흔을 돌보는 것은 4.3을 기억하는 바로 우리의 책임이며, 화해와 상생,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대한민국의 몫이다.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된 후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당선인 신분으로 얘기한 것과 반대된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진짜 입장은 무엇인지를 물어야 하고, 대통령은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마침 4월 3일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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