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비날씨 속 대기공간도 없어 2시간 대기

제주의소리 독자와 함께하는 [독자의소리]입니다. 

3월 1일 제주시 조천읍 제주항일기념관 추념탑 광장에서는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이 열렸습니다. 그동안 코로나19 영향으로 제한적으로 진행하다, 3년 만에 정상 개최하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올해 3.1절 기념식에는 제주지역 어린이합창단 세 단체가 모여 <독립군가>를 불렀습니다. 104년 전 간절한 염원을 품고 선조들이 모인 자리에서 미래 세대인 어린이들이 옛 <독립군가>를 부르는 모습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겠다는 취지가 읽혀집니다. 어린이합창단은 3.1절 노래 제창까지 담당하며, 마지막 순서까지 무대를 지켰습니다. 

1일 열린 3.1절 기념식에서 제주어린이합창단연합팀이 독립군가를 불렀다. / 사진=제주도청 유튜브 채널 갈무리
1일 열린 3.1절 기념식에서 제주어린이합창단연합팀이 독립군가를 불렀다. / 사진=제주도청 유튜브 채널 갈무리

그런데 기념식에 다녀온 독자 A씨는 착잡한 마음을 감추기 힘들었습니다. 행사에 참여한 어린이합창단들이 추위에 떠는 모습이 안타까웠기 때문입니다.

A씨는 “기념식 리허설이 오전 9시에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어린이 합창단들은 비를 맞으면서 준비했다. 비옷을 입었다고 하지만, 어른들도 쌀쌀함을 느낄 정도였는데 아이들은 오죽했을까. 더욱이 비를 가려줄 마땅한 장소도 제공되지 않아, 아이들은 비옷만 입은 상태에서 리허설에 참여하고 의자에 앉아 행사 시작까지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A씨는 “리허설부터 본 행사 마지막 3.1절 노래 제창까지 진행한 시간을 감안하면, 추운 날씨에 아침부터 3시간 동안 아이들이 추위에 떨었던 셈”이라며 “기념식에 참석한 아이들이 3.1절을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배우겠냐. 누구를 위한 3.1절 행사인가”라고 성토했습니다.

이날은 오전 9시 기준 제주시에 시간당 2.5mm 가량의 비가 내렸습니다. 큰 비는 아니었으나 흐린 날씨 때문에 오전까지는 제법 쌀쌀했다는 기념식 참석자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어린이합창단은 현장 반응이 다르다고 알려왔습니다.

합창단 관계자는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리허설과 대기하고 있는 동안 패딩 위에 비옷을 입고, 우산도 쓰고 있었다"며 "104년 전 독립운동을 할 때 독립운동가들의 마음을 생각하자는 마음을 아이들과 학부모 모두 동의했고, 3주 동안 준비한 독립군가를 함께 불렀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청 관계자는 준비가 부족했다는 입장입니다. 도청 총무과 관계자는 “실내, 실외 행사를 모두 준비했지만, 강수량이 많지 않다고 판단해 실외 행사로 결정했다”면서 “다만, 예상보다 비가 많이 왔고 천막이나 핫팩 같은 방한 물품을 준비했지만 다소 부족했다. 지적에 공감한다. 다음에는 더 꼼꼼히 준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어린이합창단은 <독립군가>를 부르기 위해 비옷을 벗고 무대에 오릅니다. 합창단 측 설명처럼 비가 잠시 그치면서, 준비한 것을 보다 잘 보여주기 위한 마음이었을 겁니다. 올해 3.1절 기념식은 코로나19 확산 시국을 지나 3년 만에 정상적으로 열리는 행사입니다.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뜻이 미래 세대인 어린이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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