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 기자회견...“교육 복지 최전선 가치 인정돼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가 8일 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가 8일 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지부장 김은리, 이하 교육공무직본부 제주)는 8일 오전 10시 30분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가부장제 교육청 규탄! 여성노동자들의 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교육공무직본부 제주는 ▲학교 급식 노동자 ▲학교 청소노동자 ▲돌봄 영역의 노동자(돌봄전담사, 특수교육지도사, 유치원방과후교육사 등)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115주년을 맞는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교육공무직에 대한 교육청의 낡은 성인지 감수성을 꼬집으면서 3월 31일 신학기 총파업까지 선포하는 자리다. 특히 난항을 겪는 교육공무직 집단 임금교섭에 대해서도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은 참가자들의 발언과 회견문 낭독으로 진행됐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은리 지부장은 모두발언에서 “이렇게 여성의날을 맞아 기자회견을 하는 오늘에도 교육공무직 집단 임금교섭은 새를 넘기고 신학기를 넘어서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교육공무직 노동자 중 절반 이상이 방학 중에 임금을 받지 못한다. 때문에 방학 때면 식당 등으로 겸직 허가를 받고 떠나는 분들이 많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이분들 중 대다수가 방학 때면 생계에 곤란을 겪는다고 응답하시기도 했다”며 “근속 연수가 오래될수록 정규직과 임금격차가 벌어지는 임금체계는 또 어떤가. 각종 복지수당까지 이유 없이 차별 지급받는 현실은 또 어떤가”라고 교육공무직들이 겪는 현실을 토로했다.

김은리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장(맨 왼쪽에서 두 번쨰)이 모두발언을 낭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은리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장(맨 왼쪽에서 두 번쨰)이 모두발언을 낭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은리 지부장은 “조리, 청소, 돌봄 노동 등 우리가 수행하는 많은 일들은 ‘여자들의 일’이라고 일컬어지던 노동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치 없는 일’이라고 낙인을 겹쳐 찍어왔던 노동”이라며 “우리 교육공무직본부는 오는 3월 31일 신학기 총파업을 앞두고 있다. 우리의 파업과 투쟁은 비단 이번 임금교섭의 승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을 깨뜨리는 파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지방정부인 교육청들조차 낙후된 성평등 인식으로 성별 임금 격차를 조장한다. 민간의 변화를 추동하고 선도해야 할 공공부문이 오히려 차별적인 사회 인식에 편승하고 있는 꼴"이라고 교육청의 개선을 촉구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1908년 뉴욕 방직공장의 여성 노동자들이 ‘빵과 장미’를 부르짖고 115년이 흘렀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사회의 대표적 성별분업 구조 직군인 교육공무직에게는 아직 ‘빵’도 ‘장미’도 없다. 빵은 생존권을, 장미는 존엄과 권리를 의미한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생존과 존엄과 권리를 위협받는 현실은 무엇을 시사하는가.

2017년 이언주 당시 국회의원이 학교 급식노동자들을 상대로 내뱉은 “밥하는 아줌마” 망언처럼 우리는 학교에서 밥을 하고, 청소를 하고, 학생 돌봄노동을 수행하는 등 교육복지의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다. 어떤 노동은 여성의 몫으로만 치부되고, 그 노동이 사회화되었을 때조차 ‘여성의 일’이라는 이유로 저평가된다. 바로 저임금과 높은 산재 발생률에도 학생들의 교육복지를 책임져 온 우리 교육공무직의 고된 노동이다.

근속 연수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가 더욱 커지는 교육공무직 임금 구조는 평생 저임금 구조에 다름 아니다. 직무와 무관한 복리후생성 수당은 지급기준까지 구석구석 차별받는다. 교육공무직원 중 절반 이상은 방학 중에는 임금이 없어 ‘현대판 보릿고개’라는 조어마저 생겼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임금체계 개편을 2022년 집단임금교섭에서 요구했지만, 교섭 개회로부터 반년이 지나도록 사측은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한다”라는 말뿐이다. 우리에겐 여전히 빵이 필요하다.

학교 안에 교원과 공무원을 제외한 노동자 직군이 형성되기 시작한 지 20여 년이 흘렀음에도 교육공무직은 여전히 법적 운영 근거가 없다. 전국 90여 개 직종에 17만 명 이상이 종사하고 있음에도 극히 일부 직종만 개별 법률이나 시도별 조례의 적용을 받는 파편적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10만 국민동의 청원으로 발의된 교육공무직 법제화 법률안은 국회 상임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잠들어있다. 고로 우리의 노동조건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교육정책이 수립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정책적 고려 대상으로조차 여겨지지 않는 일이 빈번하다. 우리에겐 여전히 장미도 필요하다.

지방정부인 교육청들조차 낙후된 성평등 인식으로 성별 임금 격차를 조장한다. 민간의 변화를 추동하고 선도해야 할 공공부문이 오히려 차별적인 사회 인식에 편승하고 있는 꼴이다.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다. 자랑스러운 여성 노동자이자 교육 주체인 우리는 가부장제에 편승한 17개 시도의 교육감들을 규탄하며 3월 31일 신학기 총파업을 선포한다. 사회적으로 저평가되어 온 우리의 노동이 멈추는 순간, 우리 사회 성평등은 한 걸음 더 진보할 것이다.

2023년 3월 8일 115주년 세계 여성의 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기자회견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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