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 박씨 초가 보존정비
18세기 원형 유지된 살아있는 박물관

9일 제주시 몰항골에 위치한 박씨초가에서 지붕잇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제주의소리
9일 제주시 몰항골에 위치한 박씨초가에서 지붕잇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제주의소리

지어진 지 270년이 넘은 제주시내 남은 유일한 초가에 새 지붕이 올려졌다. 

성읍민속마을보존회의 초가 장인들은 제주 들녘에서 자라는 풀인 새를 촘촘하게 잡아매 집줄을 만들었다. 이는 지붕을 덮은 재료를 누르는 지붕줄 역할을 한다. 장인들은 가지찌르기와 지붕잇기를 꼼꼼하게 반복하며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9일 제주시 삼도2동에 위치한 박씨 초가에서 진행된 제주도 도시재생센터의 보존정비 사업 현장의 풍경이다.

박씨 초가는 제주시 도심 내에 남아있는 유일한 초가로 한짓골 옆 몰항골에 위치해 있다. 몰항골은 과거 제주성의 남북을 관통하는 가장 큰 길인 한짓골 옆으로 난 샛길로 말방아가 있던 항아리 모양으로 굽어진 길 모양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9일 제주시 몰항골에 위치한 박씨초가에서 지붕잇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제주의소리
9일 제주시 몰항골에 위치한 박씨초가에서 지붕잇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제주의소리
9일 제주시 몰항골에 위치한 박씨초가에서 지붕잇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제주의소리
9일 제주시 몰항골에 위치한 박씨초가에서 지붕잇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제주의소리

1750년경 건립됐으며 안거리와 밖거리가 마당을 두고 ㄱ자 형태로 구성됐다. 특히 안거리는 건축 당시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높다. 구들장과 고팡(광)도 잘 보전되고 있다. 

난방을 위한 굴묵이 난간이 아닌 벽을 통해 출입하는 방식이나 식사공간인 챗방이 마당을 향해 위치한 것은 도시지역 초가에서 나타나는 공간적 특성이다. 

조선 말기 조방장을 지낸 인물 故 박경보가 구입했고, 이후 큰아들인 故 박명효 초대 북제주군수가 생활했다. 그의 큰아들인 故 박창택 판사가 생활하기도 해서 ‘박판사네’라고 불리기도 했다. 현재 박명효 초대 군수의 둘째아들인 故 박창우 씨의 부인 안순생 할머니(101)가 거주하고 있다.

박씨초가의 구조도와 우영(텃밭)에서 바라본 전경. ⓒ제주의소리
박씨초가의 구조도와 우영(텃밭)에서 바라본 전경. ⓒ제주의소리
1940년경 초가 안거리를 배경으로 찍은 가족사진. 세번째 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박창택 판사, 그 오른쪽이 박명효 초대 북제주군수, 갓을 쓴 인물이 조방장을 지낸 초가의 원주인 故 박경보. / 사진 제공=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 ⓒ 제주의소리
1940년경 초가 안거리를 배경으로 찍은 가족사진. 세번째 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박창택 판사, 그 오른쪽이 박명효 초대 북제주군수, 갓을 쓴 인물이 조방장을 지낸 초가의 원주인 故 박경보. / 사진 제공=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 ⓒ 제주의소리

안 할머니의 딸 박순(69)씨는 “어렸을 때 이 곳에서 친구들과 초가와 마당 사이를 뛰어다녔던 기억이 선하다”며 “과거에는 슬레이트 지붕이 있는 집을 부러워했지만 지금 와서보니 잘 지켜온 보람이 있고 원형이 참 예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1923년생 안 할머니가 오롯이 지키고 있는 이 초가는 지붕을 수선한 지 3년이 돼 일부가 내려앉는 등 안전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공간의 역사와 이야기를 아카이빙 해온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지역 문화자원 계승 차원에서 이번 보존정비 사업을 진행했다. 행정당국은 역사적 가치를 지닐 이 공간을 잘 보존하고 유지할 방법을 구상 중이다.

홍명환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어르신이 거주하고 있는 원도심에 남아있는 유일한 초가를 수선하고 보전하는데 기여하고자 했다”며 “마지막 남은 공간을 잘 보전하는 것이 도시의 정체성과 역사를 보전하고 매력적인 도시를 만드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씨초가에 거주하고 있는 안순생 할머니(1923년생)가 홍명환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 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제주의소리
박씨초가에 거주하고 있는 안순생 할머니(1923년생)가 홍명환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 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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