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 박씨 초가 보존정비
18세기 원형 유지된 살아있는 박물관
지어진 지 270년이 넘은 제주시내 남은 유일한 초가에 새 지붕이 올려졌다.
성읍민속마을보존회의 초가 장인들은 제주 들녘에서 자라는 풀인 새를 촘촘하게 잡아매 집줄을 만들었다. 이는 지붕을 덮은 재료를 누르는 지붕줄 역할을 한다. 장인들은 가지찌르기와 지붕잇기를 꼼꼼하게 반복하며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9일 제주시 삼도2동에 위치한 박씨 초가에서 진행된 제주도 도시재생센터의 보존정비 사업 현장의 풍경이다.
박씨 초가는 제주시 도심 내에 남아있는 유일한 초가로 한짓골 옆 몰항골에 위치해 있다. 몰항골은 과거 제주성의 남북을 관통하는 가장 큰 길인 한짓골 옆으로 난 샛길로 말방아가 있던 항아리 모양으로 굽어진 길 모양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1750년경 건립됐으며 안거리와 밖거리가 마당을 두고 ㄱ자 형태로 구성됐다. 특히 안거리는 건축 당시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높다. 구들장과 고팡(광)도 잘 보전되고 있다.
난방을 위한 굴묵이 난간이 아닌 벽을 통해 출입하는 방식이나 식사공간인 챗방이 마당을 향해 위치한 것은 도시지역 초가에서 나타나는 공간적 특성이다.
조선 말기 조방장을 지낸 인물 故 박경보가 구입했고, 이후 큰아들인 故 박명효 초대 북제주군수가 생활했다. 그의 큰아들인 故 박창택 판사가 생활하기도 해서 ‘박판사네’라고 불리기도 했다. 현재 박명효 초대 군수의 둘째아들인 故 박창우 씨의 부인 안순생 할머니(101)가 거주하고 있다.
안 할머니의 딸 박순(69)씨는 “어렸을 때 이 곳에서 친구들과 초가와 마당 사이를 뛰어다녔던 기억이 선하다”며 “과거에는 슬레이트 지붕이 있는 집을 부러워했지만 지금 와서보니 잘 지켜온 보람이 있고 원형이 참 예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1923년생 안 할머니가 오롯이 지키고 있는 이 초가는 지붕을 수선한 지 3년이 돼 일부가 내려앉는 등 안전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공간의 역사와 이야기를 아카이빙 해온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지역 문화자원 계승 차원에서 이번 보존정비 사업을 진행했다. 행정당국은 역사적 가치를 지닐 이 공간을 잘 보존하고 유지할 방법을 구상 중이다.
홍명환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어르신이 거주하고 있는 원도심에 남아있는 유일한 초가를 수선하고 보전하는데 기여하고자 했다”며 “마지막 남은 공간을 잘 보전하는 것이 도시의 정체성과 역사를 보전하고 매력적인 도시를 만드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