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제주 위해 ‘덜 쓰고, 다시 쓰는’ 순환경제로의 전환 시급”

제주에서는 크고 작은 행사가 끊이지 않고 열린다. 그런 행사장마다 빠지지 않는 게 플라스틱 삼다수 병과 종이컵, 빨대, 비닐 포장재다. 2년 전 다회용 텀블러를 공유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뒤 이런 행사에 다회용기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수익이 거의 남지 않는 일이지만 일회용품 감축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되도록 많은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너무나 값싼 일회용품에 길들여진 터라 다회용품을 ‘돈을 내고’ 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하다. 그리고 일회용품을 줄이는 데는 또 다른 장벽이 존재하는데, ‘친환경은 곧 재활용’이라는 뿌리깊은 인식이 그것이다.

지난달 말, ‘2040 플라스틱 제로 섬 제주’를 위한 범도민 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제주도는 우리나라 제1의 관광지일 뿐 아니라, 1인당 생활폐기물 발생량도 전국 1위인 지역이다. 그리고 섬의 특성상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에 더 취약하다. 이에 따라 2030 카본프리 아일랜드 선언, 해피해핏(happyhabit) 얼라이언스 사업 등의 솔루션이 제주도에서 최초로 추진 중이다. 2040년을 목표로 탈플라스틱 계획을 수립해 가는 길목에서, 친환경 서비스 운영자이자 제주의 환경보전을 바라는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다음과 같이 제안해 본다.

첫째, 재활용을 넘어 진정한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자원순환=재활용’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가 정성껏 분리해서 버린 폐기물의 실제 재활용률은 10%대에 불과하다. 선별 과정의 어려움, 재질의 복합성, 오염 때문이다. 또, 많은 경우 재활용 과정에서 소재의 가치가 떨어지는 열화가 일어난다. 재활용이 궁극적인 자원순환 방법이 될 수 없는 이유다. 페트병을 재활용해 뽑아낸 원사로 만든 옷 역시 다시 재활용하기는 힘들다. 분리수거만 잘 하면 된다는 ‘재활용 신화’에 젖어 있다면, 더 많이 만들고, 더 많이 쓰고 버리는 습성을 벗어버릴 수 없다. 

순환경제 도식. 투입되는 원자재와 버려지는 폐기물의 양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푸른컵
순환경제 도식. 투입되는 원자재와 버려지는 폐기물의 양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푸른컵

진정한 해법은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투입하는 원자재와 버려지는 폐기물의 양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경제 시스템을 전환하는 것이다. 제품을 디자인하는 단계에서부터 내구성과 수리 용이성을 높이고, 포장재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며, 공유 경제, 수리, 업사이클링 등 재사용이 가능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재활용은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폐기물을 다시 원자재로 투입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삼아야지, 우선적인 해법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둘째,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을 위한 과감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천혜의 자연을 가진 제주도는 섬이라는 지리적 성격과 함께 특별자치도라는 행정적 특징을 띠고 있다. 그러니 보다 과감하고 대담한 목표를 세워 보면 어떨까? 예컨대 제주도 내에서는 동일한 소재로 된 통일된 일회용컵만 사용해 재활용성을 높이고, 제주에서 발생하는 일회용컵과 페트병 폐기물은 전량 ‘보틀 투 보틀’ 재활용을 통해 계속해서 컵과 병으로 재생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도내 일회용기를 모두 다회용기로 대체하고, 편리한 용기 수거 시스템을 갖추고, 제주도 어디서나 음용수나 세제를 리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요컨대, 제주도에서는 재사용이 기본값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를 능가하는, 전 세계가 배우고 싶어 하는 ‘재사용’ 성지로 제주가 자리매김하게 되지 않을까?  

셋째, 플라스틱 사용 감축을 유도하기 위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

친환경 실천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기존 관행을 따르는 것보다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플라스틱 제품의 값이 너무 싸다 보니, 기업이나 소비자 입장에서 친환경 전환의 엄두를 낼 수가 없다. 행사에 사용하는 엑스배너의 경우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저렴한 것은 1만~2만원인데 반해 친환경 골판지 배너는 10만원을 호가한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가격 요인도 있겠지만, 플라스틱 제품값에 환경 비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탓이 크다. 유럽연합이 재활용 불가능한 플라스틱 1kg에 약 1000원의 환경부담금을 부과하는 데 비해, 세계 최대 플라스틱 소비국 중 하나인 우리나라는 1kg당 150원을 매긴다. 제주도 차원에서라도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에 현실적인 환경부담금을 부과하고, 재사용, 재활용에 기여한 업체에는 인센티브를 줘 친환경 전환을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 우리는 너무 헤프게 자원을 소비해 왔다. 더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이 성장이고, 그 과정의 환경문제는 재활용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했다. 큰 착각이다.

영국 앨렌맥아더재단에 따르면, 제품 생산을 위한 자원 추출 및 생산 과정에서 배출하는 에너지가 전체 온실가스의 45%를 차지하고, 생물다양성 손실의 90%가 이 과정과 연관돼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덜 쓰고, 다시 쓰는’ 순환경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기후위기의 시대, 세계 환경수도를 꿈꾸는 제주가 플라스틱 제로 사회의 롤모델을 제시하기를 바란다. / 한정희 예비사회적기업 푸른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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