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평화의길 제주지부는 오는 25일 오후 2시 서귀포시 남원읍 남선사(의귀로177) 연경문화예술원에서 ‘제주4.3과 나의4.3’ 특강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제주4.3 75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특강은 남원읍 의귀리가 고향인 양봉천 전 현의 합장묘 4.3유족회장이 맡는다. 양 전 회장은 4.3 당시 고향인 의귀리에서 아버지가 학살당한 아픔을 가지고 있다. 의귀마을 4.3 희생자는 총 250~300여 명으로 추정된다.

서귀포시 의귀리에서는 의귀국민학교에서 벌어진 군인과 무장대의 교전으로 군인 4명이 숨지고 무장대 51명이 사망했다. 

이 사건으로 학교에 수용 중이던 마을 주민 80여 명은 두 차례에 걸쳐 밭으로 끌려가 총살당하는 등 보복 희생돼 한데 매장됐다. 시신 수습을 허용하지 않은 탓에 후손들은 한참 뒤인 1960년대 중반, 함께 묻혔다는 의미로 현의합장묘라는 이름의 묘비를 세웠다.

또 양 전 회장은 4.3 당시 형님도 잃었다. 생사를 알 수 없었지만, 제주공항 유해발굴이 이뤄지면서 가까스로 백골이 된 시신을 수습했다. 

양 전 회장은 “미움은 미움을 낳고 역사는 다시 반복되기 때문에 나는 아버지를 살해한 군인이나 경찰을 원망하는 마음 없이 다 용서하고 싶다”고 유해발굴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 “반공 정권 아래 4.3 희생자들은 친북의 빨갱이로 간주됐고, 나도 간첩이나 폭도의 아들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꾹 참아야 했다”며 “괴로웠던 시절에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중 진실만을 추려 정리, 이야기를 전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을 사람들은 지금도 말을 꺼내는 것 자체를 힘들어하지만, 4.3의 올바른 역사를 인식해야 한다”며 “고향에서 4.3을 주제로 강의한다는 게 벅차기도 하다. 이번 강의가 마을 사람들에게 큰 용기와 힘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양 전 회장은 명예 제주 4.3사건 지원사업 소장,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 실무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4.3 평화 인권 교육 명예 교사, 4.3길 문화 해설사를 맡고 있다.

문의 = 연경문화예술원 064-764-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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