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 “책임의 본질 따져야” vs 제주도 “녹지, 병원 의지 없어”
4월 25일 변론 재개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제주도가 두 번째 개설허가 취소처분을 내린 것과 관련한 법적 분쟁이 본격 시작됐다. 사업자 측 소송대리인은 분쟁 원인이 제주도에 있다는 입장이지만, 제주도는 사업자가 병원을 운영하려는 의지가 없었다고 맞섰다.

14일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김정숙 수석부장)는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이하 녹지)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처분 취소’ 소송에 대한 첫 변론을 가졌다. 

앞서 제주도는 2019년 ‘허가 후 3개월 넘게 진료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녹지병원의 개설허가를 취소했다. 녹지는 개설허가 취소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녹지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제주도는 2022년 ‘녹지가 부지, 건물 등을 매각해 허가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다시 녹지병원의 개설허가를 취소했다. 

2019년 취소 소송건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녹지 소송대리인은 법무법인 태평양, 제주도는 광장을 선임했다. 양쪽 모두 국내 대형 법무법인으로 꼽힌다. 첫 변론부터 양쪽은 치열하게 공방을 주고받았다. 10년 전 영리병원 사업 추진 과정부터 살펴봤고, 반박에 재반박이 이어졌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14일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김정숙 수석부장)는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이하 녹지)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한 첫 변론을 가졌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 녹지 “본질적인 책임 누구에게 있는 지 따져야”

녹지 측은 수년에 걸쳐 영리병원 승인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이 사업자에게 불확실성으로 부담이 됐다며, 현재 상황을 야기한 본질적 책임은 제주도에 물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녹지 측 대리인 태평양은 “제주도가 헬스케어단지에 병원이 없으면 사업 취지에 반한다고 해서, 사실상 강요하다시피 어쩔 수 없이 (녹지가) 헬스케어 병원을 시작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영리병원 허가 여부를 논의한 ‘제주도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공론화조사위원회’ 활동이 사업자 입장에서는 “1년이란 기간 동안 허송세월”이었다고 피력했다.

특히 녹지가 병원 건물과 부지, 장비 등을 매각한 이유에 대해 “원고(녹지)는 외국계 기업이고 국내법을 잘 모르니 재판을 거치면서 사업을 할 수 있을지 미래가 불확실했다. 기업 존속을 위해 시설과 건물을 현금화해서 재정적인 난국을 타개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태평양은 “결과적으로 (영리병원 소송 논란의) 본질적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따져야 하며, 개설허가 취소의 귀책은 원고(녹지)에게 없다는 입장”이라며 “(재판부가) 원고 입장에서 생각해주면 좋겠다. 외국계 기업으로 이미 투자한 금액을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불안정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 제주도 “영리병원은 신중한 판단 필요...건물 매각으로 취소 자초”

제주도 측은 국내 첫 외국인 의료기관이라는 사안 자체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사안이며, 녹지가 부지와 건물을 매각하는 등 병원 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아, 개설허가 취소를 자초했다는 논리로 접근했다.

제주도 측 대리인 광장은 “녹지는 제주 방문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수립했다. 그런데 외국인 관광객만으로는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내국인 제한 없이 진료할 수 있는 병원으로 제주도에 요청했다”며 “피고(제주도)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뿐만 아니라 (공론화) 여론조사까지 신중하게 의사결정해서 내국인 진료 제한이라는 조건을 붙여 허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2월 제주도의 손을 들어준 내국인 진료 제한 관련 항소심 판결을 들며 “정책적 판단을 영리병원 개설 허가 요건으로 삼고 있고, 그런 심사 과정이 제주도 재량이라는 내용이 항소심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병원 건물, 토지도 팔고, 인력도 내보내면서 병원을 운영할 만한 기반이 아무것도 없다. 원고(녹지)는 소송에서 이기면 다시 되찾겠다고 하지만,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법적 근거는 전혀 없다”면서 “결국 원고(녹지)가 스스로 개설허가 취소를 자초했기에 피고(제주도)의 귀책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후 태평양은 추가 발언에서 원희룡 전 도지사의 발언이 담긴 제주도의회 회의록을 읽으며 제주도가 영리병원에 대한 의지가 있었음을 강조했다. 반대로 광장은 해당 발언은 행정적 신뢰를 부여할 만한 공식 의견 표명이 아니며 여러 가지 방안을 토론하는 과정에 불과하다고 재반박했다.

특히 광장은 “녹지는 내국인 진료 제한 조항이 있어도 병원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면서 법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이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고 모든 물적, 인적 기반을 매각하는 비즈니스 판단을 했다. 그에 대한 책임은 원고가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4월 25일 추가 변론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 세 차례 이어지는 녹지 vs 제주도 법적 공방

녹지병원은 서귀포시 동홍동과 토평동 일대 153만9013㎡ 부지에 병원과 휴양콘도, 리조트를 건설하는 ‘제주헬스케어타운’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2015년 12월 보건복지부는 같은 해 3월 사업자가 제출한 녹지병원 설립 계획을 승인했다. 

영리병원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제주도는 도민 의견수렴을 위해 숙의형 민주주의 공론화조사를 진행했고, 공론화 조사에서는 녹지병원 개설 반대 의견이 나왔다.

반대 의견에도 2018년 12월5일 당시 원희룡 도지사는 ‘신의 한수’라고 자평하면서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을 달아 녹지병원 개설을 허가했다. 

녹지 측은 조건부 허가는 위법하다며 첫 번째 소송을 제기한 뒤 병원 개설을 미뤘다. 

제주도는 의료법에 따라 녹지 측이 정당한 사유 없이 3개월 안에 병원을 개설하지 않았다며 허가를 취소했다. 허가 취소에 반발한 녹지 측이 두 번째 소송인 개설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먼저 다뤄진 두 번째 소송에서 녹지 측이 승소한 판결이 확정됐다. 첫 번째 소송은 대법원의 판단이 남았으며, 올해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혀 제주도가 승소했다.

장기간 법정 다툼에서 제주도는 녹지병원에 대한 개설 허가를 두 번째 취소했다. 

녹지 측이 녹지병원 건물과 병원 장비 등을 매각해 병원을 운영할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취지로, 녹지 측이 2차 개설 허가 취소에도 반발해 세 번째 소송을 제기했다. 

14일 시작되는 소송은 2차 개설 허가 취소에 반발한 녹지 측의 세 번째 소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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