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317) 이불 속에서 하는 일도 두석 달이 되면 남이 안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 이불 속에서 호는 일 : 남녀 간의 밀회, 정사

비밀은 언젠가는 세상에 드러나게 마련이라 함이다. 쾌락을 탐하다 결국 패가망신할 것인즉, 냉수 먹고 정신 차릴 일이라고 경각심을 고취시킨 것이다. 출처=오마이뉴스.
비밀은 언젠가는 세상에 드러나게 마련이라 함이다. 쾌락을 탐하다 결국 패가망신할 것인즉, 냉수 먹고 정신 차릴 일이라고 경각심을 고취시킨 것이다. 출처=오마이뉴스.

세상에는 남모르게 은밀히 이뤄지는 일이 한두 가지겠는가. 그런 일은 끝까지 비밀이 유지되리라 여기고 또 그런 관계가 생전 지켜질 것이라 자신하는 가운데 이뤄지는 게 대부분이다.

특히 남녀 사이의 불륜은 처음부터 ‘내로남불’일 수밖에 없다. 어쩌다 연(緣)이 닿아 서로 간에 정분이 불붙으면 억제하기 어려워 은밀하게 접촉이 이뤄진다. 

남녀 간의 정사는 시작하면 쉬이 끌 수 없는 들불같은 것. 시간이 지날수록 냉정을 잃어 더욱 깊어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비밀이란 오래지 않아 백일하에 드러난다. 특히 남녀 간의 밀회는 여자의 생리적 징후로 말미암아 곁으로 뚜렷해진다. 입덧을 한다든지, 허리통이 굵어지면 주변 사람들 입이 그냥 있겠는가. 옛날에는 물 긷는 우물가나 아낙네들이 모여드는 빨래터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였다.

어느 집 처녀 혹은 아무 가의 며느리 서방도 멀리 떨어져 있는데, 배가 불렀댄 혼다. 다른 말로 ‘놈의 위 됐댄 혼다(아이를 가져 남의 몸이 됐다고 한다.)’ 천리만리를 간다는 게 입소문, 더욱이 서방질했다는 얘기는 살랑살랑 봄바람을 타고 사방팔방으로 퍼지는 법이다.

세상에 이런 큰일이 있으랴. 하지만 정상이 사실로 드러난 만큼 죗값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미혼이라면 책임지고 혼인하면 그만이지만, 서로 가정을 가진 유부남 유부녀일 때는 이만저만 얽히고설키는 게 아니다. 그야말로 가정이 파탄지경에 빠지고 만다.

‘이불 속에서 호는 일도 두석 돌이 뒈민 놈이 안다’

비밀은 언젠가는 세상에 드러나게 마련이라 함이다. 쾌락을 탐하다 결국 패가망신할 것인즉, 냉수 먹고 정신 차릴 일이라고 경각심을 고취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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