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홍의 교육春秋] (30) 건강한 사회와 건강한 학교는 다르지 않다

넷플릭스의 인기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다루어진 것처럼 학교폭력은 가정이나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 4월 3일을 앞두고 게시된 역사 왜곡 현수막이나 70여 년 전 제주도민을 학살한 서북청년단이라는 이름까지 꺼내 들고 시위를 하겠다는 소식은 우리 사회가 혐오와 차별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의 인기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다루어진 것처럼 학교폭력은 가정이나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 4월 3일을 앞두고 게시된 역사 왜곡 현수막이나 70여 년 전 제주도민을 학살한 서북청년단이라는 이름까지 꺼내 들고 시위를 하겠다는 소식은 우리 사회가 혐오와 차별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 사진=넷플릭스

지난 칼럼에서 얘기한 법정 대안교육기관에 속한 중학생들에게도 김광수 교육감의 공약사업인 노트북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반가웠다. 제주도에 사는 2010년생들이 노트북으로는 차별받지 않고 생활하는 길이 조금 더 열린 것 같다. 물론 대안교육기관에 속하지 않은 아이들은 지원을 받지 못할 것이니 아쉽긴 하다.

학교라는 선택지는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다. 대안학교나 홈스쿨링 같은 선택도 가능하다. 공교육 이외의 선택이 틀린 선택이 아니라 다른 선택이란 점을 기억해야 한다. 공교육 이외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제도적 장치도 이미 마련되어 있다. 제주에는 2019년에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학교 밖 청소년 교육지원 등에 관한 조례’가 있다. 조례는 “학교 밖 청소년의 다양한 교육적 요구와 교육받을 권리를 충족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하여 학교 밖 청소년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 등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조례 8조에 따르면, 도교육감은 학교 밖 청소년의 다양한 교육적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교육을 지원할 수 있고 학교 밖 청소년의 학업복귀 및 학력취득을 위한 교육 활동을 장려하기 위하여 교재비 및 중식비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니까 학교 밖 청소년들의 교육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교통비, 중식비는 물론 노트북을 대여해주는 것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학교 밖에 있든 안에 있든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제주의 학교 밖 청소년들은 매년 어느 정도일까? 제주도 교육청의 공개 자료에 따르면, 학업중단 학생의 비율은 2021년 기준 고등학생 0.91%(전체 19,163명 중 175명), 초·중학생 0.32%(전체 60,439명 중 192명)로 아래 표에서 보는 것처럼 2020년보다 약간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과 비교해도 제주도는 조금 낮은 정도이지만, 한 해 동안 제주에서 360명이 넘는 아이들이 학교를 그만뒀다고 한다. 매일 한 명 정도가 그만둔 셈이니 결코 적지 않다.  

학업을 중단한 중학생들을 위해 제주도 교육청은 기존에 운영하던 함성교실(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교실)을 2023년부터 꿈샘학교(꿈이 샘솟는 학교)로 변경해서 운영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분기로 운영하다 올해부터는 학기로 운영해서 학교라는 명칭을 붙였다고 한다. 교육청이 운영하는 공교육 프로그램으로 무료로 다닐 수 있다. 2023년 1학기 정시모집을 4월 3일까지 한다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탐라교육원으로 문의하면 된다. 공교육의 이런 노력들이 사회적 지혜를 모아 진화해나가길 기대해본다.

학교를 중도에 포기하는 청소년들과 그 보호자들의 마음이 어떨까? 겪어보지 않으면 알기 힘든 일일 것이다. 

공개된 자료들에 따르면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친구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경중을 따지긴 힘들겠지만, 해외 출국 등의 사유가 가장 많은 초등학생 경우보다 부적응 등의 사유가 많은 중고등학생의 경우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학업중단 비율이 더 높다는 통계는 부적응의 사유가 무엇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기본적으로 경제적 이유로 학업을 중단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하겠지만 부적응이나 따돌림의 경우에는 좀 더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넷플릭스의 인기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다루어진 것처럼 학교폭력은 가정이나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 아이의 잘못만을 따져 물어 해결책을 찾을 순 없는 일이다. 우리 사회에 넘쳐나는 차별과 혐오의 문화가 문제시되고 사라질 때 학교의 따돌림 문화도 고개를 숙일 수 있다.

4월 3일을 앞두고 게시된 역사 왜곡 현수막이나 70여 년 전 제주도민을 학살한 서북청년단이라는 이름까지 꺼내 들고 시위를 하겠다는 소식은 우리 사회가 혐오와 차별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미 역사적으로 검증이 끝난 제주4.3의 북한 지령설 따위 현수막이 버젓이 걸릴 수 있는 이유는 이런 차별과 폭력의 언어들을 걸러 줄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차별과 혐오의 표현을 제지하는 차별금지조례를 제주에서부터 만들자는 요구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인종, 종교, 성별, 국적, 연령, 혼인여부, 출신지역, 외모, 성적지향, 가족관계, 장애여부 등과 같은 출생환경이나 정체성 등 개인이 가진 고유한 차이로 인해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UN 인권선언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지구 시민의 상식이고 우리 사회 전체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하는 안전핀임을 기억해야 한다. 학교에서 간혹 좀 뚱뚱하다고, 말이 어눌하다고, 다름을 차별하고 괴롭히는 것을 무감각하게 여기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자화상임을 기억해야 한다. 건강한 사회와 건강한 학교는 결코 분리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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