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순천대, ‘4.3, 10.19’ 공동학술대회...강진구 “학살 어쩔 수 없다는 담론에 대응”

지역과 세대를 망라한 가장 대중적인 영상 콘텐츠 플랫폼으로 평가받는 유튜브(Youtube). 내용도 시시콜콜한 취미부터 역사, 과학까지 가지각색인 가운데, ‘제주4.3’을 다룬 주요 영상들의 댓글을 분석한 시도가 이뤄졌다. 해당 연구를 맡은 강진구 전임연구원(탐라문화연구원)은 “이승만 정권의 4.3 학살은 어쩔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한 담론 투쟁이 중요하다”고 분석 결과를 도출했다.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과 순천대학교 인문학술원은 3월 31일 제주대 인문대학 2호관 현석재관에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주제는 ‘제주4.3과 여순10.19의 새로운 해석’이다.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과 순천대학교 인문학술원은 3월 31일 제주대 인문대학 2호관 현석재관에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크게 네 가지 발표가 있었는데, 강진구 연구원은 그 중 하나인 ‘텍스트마이닝을 통해 본 4.3담론 분석’을 맡았다. 텍스트마이닝(text mining)은 비정형 텍스트 데이터에서 새롭고 유용한 정보를 찾아내는 과정 또는 기술이다. 여기서 말하는 비정형 텍스트 데이터는 보통 유튜브, SNS 등을 의미한다.

강진구 연구원은 최근 국민의힘 태영호 국회의원의 ‘4.3 망언’을 계기로, 75주년을 맞는 현재 한국인들은 4.3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물음이 생겨 분석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태영호 최고위원은 지난 2월 제주를 찾아 “4.3은 김일성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텍스트마이닝 분석 대상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유튜브 검색창에 ‘제주4.3사건’을 검색어로 작성해 상위 10개의 채널을 선정했다. ▲설민석 KBS 강연(댓글 수 1만1427개) ▲윤튜브(5128) ▲시리얼(3573) ▲도올 김용옥 KBS 강연(2851) ▲사건의 재구성(1257) 등이 포함됐다. 두 번째는 태영호 의원이 관리하는 ‘태영호TV’와 발언을 보도한 JTBC 뉴스의 댓글이다.

기간은 유튜브에 4.3 관련 내용이 방영된 2018년 4월 3일부터 2023년 3월 14일까지로 정했다. 분석 방법은 유튜브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통한 파이썬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총 수집한 댓글은 3만320개이나 중복 수집, 한글 이외 댓글을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1만3964개를 확정했다. 댓글은 4.3을 폄훼하는 내용부터 반박하는 내용까지 포함한다.

데이터를 정제하기 위해 단어 추출과 전처리용으로 ‘KoNLP 패키지’를 사용했으며, 별도의 사용자 정의 사전을 추가해 분석했다. 더 구체적으로 빈도 분석, 토픽 분석, 의미망 분석 등도 실시했다.

/ 사진=강진구
4.3 관련 유튜브 댓글을 기반으로 한 워크클라우드. / 사진=강진구

# 댓글 단어 ‘역사, 제주, 4.3사건, 설민석, 남로당…’ 순

댓글 1만3964개를 빈도 분석한 결과, 4.3 관련 유튜브 영상 댓글의 상위 50개 단어는 ▲역사(빈도수 3503) ▲제주(2617) ▲4.3사건(1665) ▲설민석(1532) ▲남로당(1418) 순이다. ▲사람(1358) ▲사건(1357) ▲강의(1298) ▲빨갱이(912) ▲북한(898) 등이 뒤를 잇는다.

강진구 연구원은 “4.3관련 유튜브 댓글들이 설민석의 강의를 비롯해 도올, 황현필 등 이른바 진보 측 인사들의 4.3 관련 강의가 남로당을 비롯한 이른바 ‘빨갱이’들의 행위에 대해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역사 왜곡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에 집중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주제로 묶은 토픽 분석으로는 함께 등장하는 단어들의 집합을 추출했다. 토픽 별로 나눠보면 ▲설민석-강의-왜곡-진실-좌파-공부-당신-역사왜곡-강사-방송(이상 1토픽) ▲이승만-대한민국-자유-북한-주의-민주주의-사회-미국-친일파-지금(3토픽) ▲감사-4.3사건-진짜-영상-선생님-설명-기억-눈물-마음-가슴(8토픽) 등으로 분류됐다.

강진구 연구원은 1토픽에 대해 “역사학을 전공하지 않아 공부도 부족한 강사 따위가 방송을 이용해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들이 중심 주제를 형성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3토픽은 “이승만과 북한, 미국, 친일파 등의 어휘를 통해 4.3 당시의 정국에 대한 논의들이 댓글에서 논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피력했다. 8토픽에 대해서는 “4.3의 진실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 대한 감사와 고마움이 표현돼 있다”고 해설했다.

4.3 관련 유튜브 댓글의 상위 50개 단어 명단.
4.3 관련 유튜브 댓글 토픽 분석 결과.

동시출연 단어 간의 상관성을 살펴보기 위한 파이 계수(phi coefficient) 기반 네트워크 분석도 실시했다. 연관성 있는 단어들이 연결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강진구 연구원은 파이 계수 분석을 두고 “봉기, 행사, 청중, 단독선거, 정부군, 기독교, 운동, 무자비 등의 어휘가 결합돼 아직도 정명되지 못한 4.3의 의미화처럼 혼재된 채 강력한 의미군을 형성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파이 계수 기반 네트워크 분석 / 사진=강진구
파이 계수 기반 네트워크 분석 / 사진=강진구

# 4.3 학살 어쩔 수 없다는 담론에 대응해야

강진구 연구원은 이번 연구의 결과를 크게 네 가지로 정리했다. 현재 4.3 영상 댓글 흐름은 어떤지, 그리고 대응해야 할 담론은 무엇인지도 도출해냈다.

그는 “댓글을 통해 본 한국인들의 인식은 현재 관심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른바 ‘김일성 지시에 의한 반란 또는 폭동’보다는 4.3사건의 성격 규정과 4.3이 발생했던 당시 시대 상황에 대한 논의들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상당수 댓글들은 이승만 정권의 제주인에 대한 일련의 조치(학살)에 대해, 자유대한민국 건설과 빨갱이(남로당)들로부터 제주도를 구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한 어쩔 수 없는 행위로 정당화하면서도 동시에 사건이 일단락된 후에도 여전히 희생자들을 ‘폭도화’한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는 비판하는 양가적 모습을 보인다”며 “지금까지 제주사회와 국가권력이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평화 담론이 어느정도 수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살을 어쩔 수 없는 행위로 정당화하는 논리는 사상이 다른 빨갱이를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구조로, 인권과 법률 등에서 범죄로 규정하는 행위에 대해 이들 주장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쪽에 가깝다”라며 “새로운 단계로 4.3이 의미화 되기 위해서는 공산 폭동론 보다는 이들과의 담론 투쟁이 더 중요해 보인다”고 제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과 순천대학교 인문학술원은 3월 31일 제주대 인문대학 2호관 현석재관에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댓글 안에서는 4.3과 관련한 직접적인 혐오를 나타내는 어휘들이 다수 등장했으며, ‘남로당에 의한 폭동’이라는 논리가 하나의 흐름으로 작동하고 있는 상황도 확인됐다.

강진구 연구원은 여건 상 감정 분석을 제외한 기준이 이번 연구의 한계였다면서 “지금 4.3은 자신과 다른 생각과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마무리 의견을 냈다.

강진구 연구원의 연구에 대해 고은경(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 연구자는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사용하는 온라인상의 언어에서 더 명확하게 4.3에 대한 현재의 인식을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의의를 찾았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