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연구소는 새 책 <4.3과 여성 ④―눈물이 나도 바당 물질하며 살았어>(도서출판 각)를 최근 펴냈다.

제주4.3연구소는 2019년부터 <4.3과 여성 생활사 총서>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다. 4.3을 경험하고 그 이후의 삶을 살아낸 여성들의 구술집이다.

▲제1편 그 살아낸 날들의 기록 ▲제2편 그 세월도 이기고 살았어 ▲제3편 덜 서러워야 눈물이 난다 등이다. 이번 <눈물이 나도 바당 물질하며 살았어>는 네 번째다. 집필은 허영선, 양성자, 허호준, 조정희 4.3연구진이 참여했다. 

연구소의 설명에 따르면, 4편 구술집은 4.3의 참혹한 고통 속에서 부모 잃고, 형제, 자매를 잃고 살아남은 여성들 가운데 바당(바다)물질로 거친 삶을 헤쳐온 8인의 제주해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홍순공, 이영자 오희숙, 오계숙, 오기숙, 오홍자, 윤옥화, 박심준 등 70대부터 90대 해녀들이 구술에 참여했다. 

“난 4.3이라면 정말 지긋지긋하지. 집 다 불태와불고. 우리 아버지도, 또 꽃다운 청춘에 젊은 사람들 다 죽은 생각하면··· 그렇게 학교에 가고 싶었어. 할머니는 ‘물에 들라’, ‘물에 들라’만 했어.” 
- <눈물이 나도 바당 물질하며 살았어> 가운데

“다신 애기 데리고 물질 갈 생각이 안난. 애기도 고생 어멍도 고생. 아이고 징글징글해···” 
- <눈물이 나도 바당 물질하며 살았어> 가운데

삶과 죽음의 파도를 넘나든 이들 해녀들은 통곡할 겨를도 없이 열 살 무렵부터 바다에 들어야 했다. 이들은 바다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죽음의 순간에 직면하기도 했던 경험부터, 4.3에 희생당한 혈육에 대한 그리움에 눈물이 나도 바다에 들었다. 그들은 제주 바다를 건너 경상도, 전라도 바다까지 누볐다. 오로지 물질로 동생들을 돌보고, 결혼해선 가족을 부양하고, 온몸으로 당당히 물살을 헤쳐 나갔다.

무엇보다 이 책은 4.3, 그 이후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이들에게 4.3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슬픔과 기쁨, 한바탕의 웃음까지 터지게 하는 개개인의 다양한 요소가 두루 섞인 삶과 삶을 통해 그 시절의 공동체, 거친 생활사와 제주 여성들 특유의 정신의 영역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4.3 생활사 총서> 작업은 연구소 창립 30주년을 맞아 시작됐다. 단순히 4.3의 진상규명을 위한 기초자료가 아닌 4.3을 겪은 세대의 한 생애를 올곧게 기록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서 이뤄졌다. 

허영선 연구소장은 “파도와 삶의 바다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살아본 이들만이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그들에게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