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63) essence 

essence [ésəns] n. 본질
셔?
(안에) 계신가?

그래서인지 제주에 봄이 오면, 겨우내 움츠렸던 생명체들(living things)이 저마다 고개를 내밀면서(with their heads out) 섬 전체가(around the whole island) “셔?” 소리로 가득하다. / 사진=픽사베이
그래서인지 제주에 봄이 오면, 겨우내 움츠렸던 생명체들(living things)이 저마다 고개를 내밀면서(with their heads out) 섬 전체가(around the whole island) “셔?” 소리로 가득하다. / 사진=픽사베이

essence의 ess/est는 “존재(=to be)”를 뜻한다. 프랑스어 être와 영어 be의 삼인칭 동사형 est와 is 등이 그 흔적(trace)이다. 이 ess/est라는 어근(root)에서 나온 낱말로는 essential “본질적인/근본적인”, interest “관심”, quintessence “정수/진수” 등이 있다. ‘본질’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본디부터 있는 사물 자체의 성질이나 모습’이다. 거기서 ‘본디부터 있는’이란 부분이 ‘존재(存在)‘가 ’본질(本質)’임을 보여주고 있다. 

솥뚜껑 손잡이 같네
오름 위에 돋은 무덤
노루귀 너도바람꽃 얼음새꽃 까치무릇
솥뚜껑 여닫는 사이 쇳물 끓는 봄이 오네

그런 봄 그런 오후
바람 안 나면 사람이랴
장다리꽃 담 넘어 수작하는 어느 올레
지나다 바람결에도 슬쩍 한 번
묻는 말
“셔?”

그러네, 제주에선 소리보다 바람이 빨라
‘안에 계셔?’ 그 말조차 다 흘리고 지워져
마지막 겨우 당도한
고백 같은
그 말
“셔?”
- 오승철의 詩 <셔?>

독일의 실존철학자 하이데거(1889~1976)는 그의 저서 <존재와 시간>을 통해서 인간의 존재를 "존재 자체(being itself)"라는 개념으로 이해한다. 이는 인간의 존재가 세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closely related to), 세상 속에서 발견될 수 있는 형태로 존재한다는 의미다. 또한 그는 ‘시간’을 인간의 존재와 밀접하게 연결된 경험적 현상(empirical phenomenon)으로 보았다. ‘시간’을 과거(past), 현재(present), 미래(future)로 이어지는 단순한 선형적(linear) 개념이 아니라 하루하루의 삶 속에서 인간의 경험이나 미래 가능성과 관계되는 개념으로 파악했던 것이다.

제주어(Jeju dialect)에는 유난히 축약형(contracted form)이 많다. 그만큼 제주가 먹고 살기 힘든 땅(a hard land to live on)이었고, 제주인들이 바쁘고 억척스러운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런 삶을 함께하면서 살아 온 이웃들(neighbors)이 서로의 집을 왕래(come and go)하면서 던지는 초인종 소리(sound of a doorbell) 같은 말이 바로 표준어(standard language) “있어요?”의 축약형인 “셔?”다. 그 말속에는, 지금까지 같은 경험을 하며 같이 시간을 보냈고 먼 훗날까지도 함께하리란 마음이 지긋이 녹아 있다. 

그래서인지 제주에 봄이 오면, 겨우내 움츠렸던 생명체들(living things)이 저마다 고개를 내밀면서(with their heads out) 섬 전체가(around the whole island) “셔?” 소리로 가득하다. “셔?”야말로 제주와 제주인의 실존(existence)과 본질을 보여주는 말이 아닐 수 없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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