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제주도청 공무원 대상 강연...“제주의 가치는 환경, 발상의 전환 필요”

18일 오전 제주도청 탐라홀에서 제주도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아침강연에 나선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사진=제주특별자치도
18일 오전 제주도청 탐라홀에서 제주도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아침강연에 나선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정파를 가리지 않고 한국 정치의 미래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아온 원로 정치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제주를 찾은 자리에서 지역 최대 현안인 제주 제2공항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해서도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윤여준 전 장관은 18일 오전 8시 제주도청 탐라홀에서 아침강연을 통해 "제주가 특별자치도의 위상을 확립하고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치유의 섬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윤 전 장관은 "제주를 평화의 섬이라고 하는데 '치유의 섬'은 어떻겠나. 기후환경의 변화가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자연의 놀라운 치유를 바탕으로 제주도의 장기적인 비전을 설계하고 환상의 섬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그동안 만난 세계 각국의 생태학자와 각국의 인사들은 제주도만큼 풍광이 뛰어난 섬은 여럿 있었지만, 좋은 물을 가진 섬은 제주가 거의 유일하다고 감탄했다"며 "한라산에 내린 비나 눈이 녹아서 지하수가 될 때까지는 18년이 걸린다는 조사가 있을만큼 값진 자원을 잘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환경파괴가 불가피한 제주 제2공항 사업에 대한 우려를 표출했다.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지휘했던 윤 전 장관은 "정치인 원희룡을 영입했지만, 원희룡은 환경에 관심이 없다. 제주 출신이 제2공항을 만들 생각하면 어떡하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주 관광이 양적 팽창을 하는게 맞는지, 공항을 2곳으로 확장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표했다.

윤 전 장관은 "제주도의 미래는 제주만의 문제가 아니고 인류의 자산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해양을 비롯해 제주의 생태계를 지키도록 훨씬 크게 상상하고 건강, 관광, 치유, 상상력을 배우기 위해 제주를 찾아오도록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제주를 키워야 하는 것은 대통령도 나서야 할 일인데,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글렀다"며 "내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다음 대통령을 만나게 되면 꼭 제주를 소중한 곳으로 다룰 것"이라며 현 정권의 실정에 대해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윤 전 장관은 "제주 방문객 수를 제한하거나 한라산 입산 통제 같은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도 생각해볼 수 있다"며 "공무원은 타성에 젖을 수 밖에 없겠지만, 제주에 살면서 좋은 환경을 보며 진지하게 미래를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치유와 관련한 방향에 대해 동의하고 가치와 철학의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이 됐다"며 "상상을 키우는 섬, 자연으로부터 받는 혜택을 어떻게 보존하고 다시 자연으로 돌려줄 것인지 항상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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