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이제는 지속가능한 미래 위해 환경 고려해야 / 김효철

새별오름 일대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새별오름 일대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태우지 못한 제주들불축제를 알리는 파란 색 글자가 새별 오름에 오래 남아있다. 아마 마지막 들불축제 이름으로 기억될 듯하다.

1997년 정월대보름들불축제로 시작한 제주들불축제는 제주를 대표하는 관광축제로 이름을 날렸다.

첫 정월대보름들불축제를 기억한다. 오름 곳곳에서 활활 타오르는 강렬한 불길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장관이었다. 마을마다 깃발을 들고 행사장을 찾았고 점차 관광객들에게도 알려져 문화관광체육부로부터 우수 축제라는 평가도 받았다.

그랬던 축제가 달라진 환경속에서 존폐를 고민하고 있다. 여러 움직임을 보니 축제는 끝났다고 말하는 게 맞겠다.

돌아보면 제주들불축제는 지방자치가 시작되고 민선이던 신철주 북제주군수 시절인 1997년 첫 출발했다. 그 때는 정월대보름들불축제란 이름으로 군민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행사로 시작했다.

민선 지자체 장이자 추진력과 행정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던 신군수가 오름을 태우는 행사를 기획했으니 볼거리는 충분했다. 20년 넘게 이어오고 제주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으니 지자체가 너나없이 경쟁하듯 벌여놓은 축제 가운데 보기 드문 성공 사례라 해야겠다.

하지만 들불축제는 화려함 뒤로 늘 풀지 못하는 고민을 안고 있었다.

지금까지 들불축제가 승승장구한 것만은 아니다. 올해 들불축제가 오름에 불을 놓지 못하고 불없는 들불축제로 끝났다. 다른 지역에서 잇따라 산불이 발생하며 산불경보 3단계가 발령난 이유다. 지난해도 산불로 취소된 데라 연이어 산불이 발목을 잡았다. 2011년에는 구제역 파동 때문에 열리지 못했고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19 확산이 이유였다.

이런 이유가 축제 외부요인이라면 정말 축제를 고민하게 하는 일은 축제가 갖는 반 환경성 그 자체다. 기후위기시대를 맞아 탄소중립이라는 우리 시대 과제이자 책임과 역행하는 불놓기 행사라는 근원적 한계가 있다.

중산간 오름 하나를 태우는 일이 자연환경 보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다. 오름을 태운다는 것은 자연적 식생변화를 가로막는 일일 뿐 아니라 크고 작은 생명체를 산 채로 태우는 일이다. 시작할 때부터 논란이 없지는 않았으나 20년 넘는 시대가 흐르면서 이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커지는 상황이다. 그 때는 가능했지만 이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성공한 축제라는 화려함에 가려져있던 목소리에 이제는 귀를 기울려야 할 때다.

오름 불놓기가 오름 생태계나 제주자연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분명하다. 들불축제를 치르는 새별오름과 주변 생태계를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점차 숲으로 변화하는 주변 자연환경에 비해 새별오름은 생태계 단절과 함께 점차 훼손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들불축제가 계승한다는 제주 목축문화인 방애(들불놓기)도 목축에는 도움을 주었을지 모르나 제주산림 환경을 파괴하는 데 주범인 것은 분명하다. 고려이후 목축이 본격화되고 중산간 곳곳에 불놓기가 이뤄지면서 제주는 숲이 사라지고 초지로 변화했다.

여기에다 축제를 화려하게 하기위해 기름까지 붓고 불을 놓은 적도 있었다. 지금도 화약과 폭죽을 이용한다. 생태계 파괴와 탄소 배출, 미세먼지 발생 등 기후위기시대 탄소중립을 위해 인류가 고심하고 노력하고 있는 데 역행하는 일임은 분명하다.

힘들게 만든 축제를 우리 스스로 그만두어야하는 아쉬움은 많다.

오랫동안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이 들어간 축제이고 성공한 축제를 그만둘 수 없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제주 전통산업인 목축을 위한 방애를 재연한 문화유산이라는 가치도 내세운다. 제주들불축제 시작은 방애와는 연관이 없는 정월대보름들불축제로 시작했다. 이제는 3월로 시기도 바뀌고 방애라는 제주목축문화를 재해석했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땅에서 솟은 문화란 없으니 시작과 달리 새롭게 의미를 둔다고 해서 굳이 따지고 들 것까지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1960년대까지 해오던 방애는 목축산업 쇠퇴와 산림보호 정책아래 사라졌다. 더욱이 불과 수십년 사이 우리는 미세먼지에 시달리고 기후위기를 걱정하며 후세들에게 지속가능한 미래를 약속하기 힘든 시대를 살고 있다.

제주를 대표하는 축제가 사라지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이제 그만 둘 때다. 탄소중립을 위해 매년 600만 그루 나무 심기를 한다면서 한쪽에서는 수십만㎡ 오름을 태우면서 자연을 파괴하고 탄소를 배출하는 일을 계속할 수는 없다. 국립산림과학원은 30년 숲 1㏊가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는 10.4톤이라 한다. 승용차 4.5대가 배출하는 양이다. 만일 오름과 광장, 주차장이 숲이었다면 자동차 수백대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상쇄할 수 있다. 

오영훈 지사도 최근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에서 "지속가능한 생태적 접근과 과연 불을 놓는 게 부합하는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불없는 들불축제가 존재할 수는 없으니 들불축제는 이제 떠나보내야 한다.

잔치가 끝나고 난 뒤 설거지는 남는다.

그동안 새별오름 일대 축제장을 만들기 위해 100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갔다. 오름 말고도 축제를 위한 광장과 주차장도 35만㎡에 이른다. 

이미 만들어진 시설들이기에 이를 활용할 방법을 찾자는 목소리가 나옴직하다. 제주도와 제주시도 들불축제 이후를 고민하는 모양이다.

대안 찾기에 앞서 들불축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한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환경을 고려한 대안이어야 한다. 들불축제가 많은 돈을 들이고 성공한 축제라는 평가를 받았다 해도 환경이라는 인류 생존에 역행한다면 그만두어야하듯 새로운 대안은 환경을 보전하고 나아가 복원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이전 들불축제가 행정이 주도하고 돈과 인력이 만들어낸 축제라면 도민과 관광객이 찾고 즐기며 만들어가는 축제여야 한다. 그러기위해서 도민들이 참여와 논의, 협의 과정을 거쳐 스스로 선택하는 민주적 합의 과정이어야 한다. 녹색당이 제안한 숙의형 정책개발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무사안녕은 들불을 보면 기원하는데 있지 않고 우리가 미래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는데 있음을 사라져가는 들불축제는 말해주고 있다. / 김효철 논설위원(곶자왈사람들 공동대표)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