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뉴스] ‘수용력 한계-정책적 노력’ 보여줄 수 있어야

최근 제주환경보전분담금 추진 소식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논쟁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제주를 안가겠다’, ‘제주사람이 육지오면 육지세를 물리자’와 같은 부정적 여론도 나옵니다. 

제주환경보전분담금은 급증한 관광객으로 제주의 환경오염이 심각해지자 내놓은 대안입니다. 관광객이 생활폐기물·하수 배출, 대기오염, 교통 혼잡 등에 따른 비용을 분담하자는 취지입니다. 

이미 많은 폐기물매립장이 포화상태일 정도로 심각한 쓰레기 문제, 기존 인프라 한계에 다다른 상하수도 문제, 심각한 교통난, 심각한 자연훼손, 한계에 다다른 수용력 등으로 인해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겁니다.

2012년에 ‘환경자산보전협력금’이라는 명칭으로 처음 도입이 시도됐지만 ‘입도세’ 낙인이 찍혀 무산됐습니다. 2017년에는 제주자연가치보전 관광문화품격 향상 워킹그룹에서 ‘환경보전기여금’ 도입을 권고했고, 제주도는 한국지방재정학회에 의뢰해 타당성 용역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환경보전분담금은 현재 미국 하와이가 도입 논의 중인 ‘섬 입장료’와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15세 이상 관광객이 하와이 자연지역을 방문하려면 1년간 500달러, 약 6만6000원 정도의 관광허가를 구입해야 합니다. 관광객이 낸 비용은 자연보호에 쓰이게 됩니다.

다만, 제주도의 환경보전분담금은 하와이처럼 모든 관광객에게 부과하자는 취지는 아닙니다. 2018년 한국지방재정학회의 타당성 조사용역을 보면 숙박시설 이용자에게 1인당 1500원, 렌터카는 5000원, 전세버스는 요금의 5%를 부과하자는 제안이 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시행 첫해 1477억원 정도 징수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해외에서는 몰디브, 스페인 발레아레스 제도에 속한 마요르카, 일본과 미국, 호주 일부지역에서 환경세 또는 환경관리부과금을 매기는 사례가 있습니다. 

제주환경보전분담금은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모두의 공약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제도 실행을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데,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국회의원(서귀포시)이 제도 도입을 위해 발의한 ‘제주특별법 개정안’과 ‘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은 지역간 형평성 논리 등에 막혀 현재 계류 중입니다. 여기에는 ‘도지사는 제주의 공항과 항만을 통하여 입도하는 사람에 대해 1만원의 범위에서 도조례로 정하는 환경보전기여금을 징수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환경문제의 책임을 관광객에만 부담시킬 수 있는지, 비용 산정 근거가 정확한 지 의문도 있습니다. 작년 9월 열린 제2차 제주환경포럼에서는 과잉금지원칙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제주도는 올해 8월까지 한국환경연구원(KEI)에 연구를 의뢰해 제주환경보전분담금 도입 실행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어떤 데이터와 근거가 나올 지 지켜봐야 합니다.

지금 제주도는 수용용량의 한계에 다다랐다고 표현할 정도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한국지방재정학회는 2018년 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 타당성 조사용역에서 배경으로 ‘제주 사회 및 자연 환경의 수용용량이 한계선에 달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라산 훼손이 심해지자 탐방예약제가 도입됐고, 기존 쓰레기매립장들이 포화상태가 되자 2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쓰레기 광역 처리시설을 조성중입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에서는 2017년 10월 제주 투어리스티피케이션 현상이 지역주민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관광객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2018년 4월, 영국 BBC는 세계에서 많은 관광객으로 어려움을 겪는 관광지 5곳을 뽑았는데 여기에 제주가 포함됐습니다.

제주도와 비슷한 스페인의 섬 마요르카는 과잉관광 문제로 어려움을 겪자 2016년 숙박비에 최대 2유로(한와 약 2900원)의 환경세 도입을 결정했습니다. 초반 논란이 있었지만 발레아레스 자치정부는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한 피할 수 없다는 선택이라는 점을 알렸고 현재 안착했다는 평을 받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제주 역시 분담금을 납부해야 하는 관광객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는 충분한 설명과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환경보전분담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 투명하게 청사진을 공개하고, 제주도 차원에서 자연을 지키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실질적으로 보여줘야 설득력을 얻을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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