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JDC 대학생 아카데미] 배상훈 프로파일러
“사건 해결 뿐 아니라 범죄 예방 역할도 수행해야”

 

 대한민국 1기 프로파일러가 제주대학교 학생들을 찾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 직업으로 프로파일러를 추천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JDC)가 주최하고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가 공동주관하는 ‘JDC 대학생아카데미’ 1학기 일곱 번째 강의가 지난 25일 오후 2시 제주대학교 아라컨벤션홀에서 열렸다.

이번 강연에는 배상훈 프로파일러가 ‘미래 직업으로서의 프로파일러’, ‘연쇄범죄수사와 프로파일링’을 주제로 무대에 올랐다.

지난 25일 제주대학교 아라컨벤션홀에서 열린 ‘JDC 대학생아카데미’ 1학기 일곱 번째 강의에서 배상훈 프로파일러가 강연하고 있다.
지난 25일 제주대학교 아라컨벤션홀에서 열린 ‘JDC 대학생아카데미’ 1학기 일곱 번째 강의에서 배상훈 프로파일러가 강연하고 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박사 과정을 졸업하고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 형사과 과학수사계 행동과학팀에서 범죄심리분석관으로 근무했다.

현재는 서울시복지재단 부전문위원,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전임교수와 경찰학과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범죄연구소 ‘Profiler & Guardians’의 소장을 맡고 있다.

프로파일링(Profiling)은 행동 분석을 통해 사람의 성격, 지능, 교육 정도, 경제 상태, 직업과 취미, 주거지역, 가족관계 등 개인의 특성을 유추하는 활동이다.

배 프로파일러에 따르면 행동은 그 사람의 특성을 반영한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른 것처럼 행동도 개인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표출된다.

배 프로파일러는 머리를 긁적인다거나 눈을 깜빡이는 것 등 특정한 행동 패턴을 분석해 그 사람의 심리를 추론할 수 있다고 했다.

흥미로운 이야기도 들려줬다. 배 프로파일러에 따르면 연쇄방화범 중에는 독특하게도 범죄 현장에 배설물을 남기고 가는 경우가 많다. 불을 지르며 얻은 쾌감을 배설물로 남기고 가는 것이다.

또 배 프로파일러는 방화범들은 불을 지른 뒤 즉시 도망가지 않고 현장에 머물거나 인근에서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고도 전했다. 때문에 방화범은 높은 확률로 붙잡힐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JDC 대학생아카데미’ 1학기 일곱 번째 강의가 지난 25일 제주대학교 아라컨벤션홀에서 열렸다.
‘JDC 대학생아카데미’ 1학기 일곱 번째 강의가 지난 25일 제주대학교 아라컨벤션홀에서 열렸다.

배 프로파일러는 범죄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성범죄자의 상당수는 정상적인 사고를 가졌으며, 강력범죄자가 경제적으로 빈곤한 것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선량한 시민과 범죄자는 큰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차이를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배 프로파일러는 우리가 보고 있는 사건·사고는 언론에 의해 공개된 사실에 의할 뿐 실제와 차이가 크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범죄 기록을 공개하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정보 또한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앞으로 조세데이터, 의료데이터, 범죄데이터를 4차 산업혁명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프로파일러는 미래에 촉망받는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의 프로파일러는 1차원적인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지만 미래의 프로파일러는 무궁무진한 데이터에 기반해 사건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 프로파일러는 학문적 기반으로 훈련을 받는다면 누구나 프로파일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파일러가 되기 위해서는 심리학, 사회학, 인류학 전공이 기본적이지만 범죄학, 자연학, 인문학 등 분야를 막론하고 프로파일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프로파일러가 갖는 막중한 사명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 예시로 한 성범죄 사건을 들려줬다.

언젠가 서울 한복판 도로에서 한 여성이 옷에 라면국물 테러를 당했다. 그 이후에도 같은 곳에서는 로션, 음식 소스, 간장, 고추장 등 테러를 당한 여성들의 피해 신고가 쏟아졌다.

더 큰 문제는 뒤에 벌어졌다. 이번에는 한 여성이 흉기에 찔린 것이다.

범인은 지하철을 타기 위해 빠르게 이동하는 여성들만을 노려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배 프로파일러는 범인이 더 큰 범행을 저지르기 전 징조를 알아차렸어야 했다고 일갈했다. 행동분석을 통해 충분히 더 큰 범죄를 예방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도 그는 재범 위험성이 높은 범죄자를 주기적으로 보호 관찰하는 역할, 범죄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을 관리하는 역할 모두 프로파일러가 수행해야 한다고 힘 줘 말했다.

배 프로파일러는 “최근 인기를 얻은 드라마 더글로리의 주인공과 같이 현실에서도 피해자가 가 또다른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있다”며 “그렇기에 범죄자 뿐 아니라 피해자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 결국 사건 해결부터 범죄 예방까지 모두 프로파일러가 해내야 하는 몫”이라고 말했다.

지난 25일 제주대학교 아라컨벤션홀에서 열린 ‘JDC 대학생아카데미’ 1학기 일곱 번째 강의에서 배상훈 프로파일러가 강연하고 있다.
지난 25일 제주대학교 아라컨벤션홀에서 열린 ‘JDC 대학생아카데미’ 1학기 일곱 번째 강의에서 배상훈 프로파일러가 강연하고 있다.

JDC 대학생아카데미 강의 영상은 <제주의소리TV>를 통해 VOD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어 강연장에 가지 못했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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