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90) - 일하는 누구나의 유급휴일, 노동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제주지역본부는 지난달 28일 제주시 연동 건설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부를 규탄했다. ⓒ제주의소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제주지역본부는 지난달 28일 제주시 연동 건설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부를 규탄했다. ⓒ제주의소리

오늘은 133주년 세계노동절이다. 달력에는 근로자의 날, 노동절, 노동자의 날 등으로 다양하게 표기되어 있다. 노동절을 앞두고 지난 금요일부터 노동절을 앞둔 주변의 반응이 들려온다. 새로 직장에 취직한 동생은 “다음 주 월요일에 쉰대! 노동자의 날이라고 회사에서 쉰다고 하네!”라며, 좋아했다. 등기를 보내기 위해 방문한 우체국에서는 “다음 주 월요일 근로자의 날이라서 일반등기는 목요일에나 들어가겠는데요?”라고 한다. 주말 약속이 있어 길을 걸으며 본 일도지구의 한 은행에는 “5월 1일, 근로자의 날 휴무”라고 적혀 있는 A4용지를 유리문에 붙여놓으며 노동절을 맞이하고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동절은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다.

5월 1일을 근로자의 날로 하고 이 날을 "근로기준법"에 의한 유급휴일로 한다.

위 한 줄이 법률의 전부이다. 노동절은 공휴일 제도로 운영되는 날이 아니기 때문에 달력상에는 빨간날로 표시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상으로 규정되어 있는 날도 아니기 때문에 5인 이상 사업장인지 규모를 묻지 않고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당연히 이주노동자에게도 적용되는 법률이다.

노동절의 기원

올해는 133주년 세계노동절이다. 유래는 1886년 5월 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시카고의 노동자들이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고 거리로 나온다. 당시 평균적으로 15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던 노동자들이 내걸은 요구는 ‘8시간 노동, 8시간 휴식, 8시간 교육’이었다. 하지만 평화시위를 하는 노동자를 향해 당시 미국정부는 총을 겨누었고 아이를 포함하여 6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음 날 경찰의 만행을 규탄하며 헤이마켓 광장에 군중이 운집하면서 시위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노동운동가 5명이 폭동죄로 몰려 사형을 당한다.

매년 5월 1일이 세계노동절로 지정된 것은 1889년 7월에 세계 각 국의 노동운동 지도자들이 모여 결성한 제2인터내셔날의 창립대회에서 결정되었다. 미국의 헤이마켓 투쟁을 기념하며 세계 각 국에서 1890년 5월 1일 첫 노동절 대회를 개최하기로 한 것이 그 시작이 되어 133년이 지난 올해에도 세계 각 국에서는 5월 1일 노동절 집회와 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는 일제 강점기인 1923년 조선노동총연맹이 최초로 노동절 행사를 하며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했고, 이후 일제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매년 이날을 기념했다. 해방 직후인 1946년 5월 전평(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에서 주최한 노동절 집회에는 20만명의 군중이 운집하여 8시간 노동제를 외쳤다. 하지만 1957년 이승만 정부는 세계노동절을 부정하며 대한노총의 창립일인 3월 10일을 노동절로 변경했다. 군부독재 시절에는 이름마저 빼앗겨버리는데 현재 ‘노동절’이 아닌 ‘근로자의 날’로 불리는 이유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스스로의 삶의 주체로 선 노동자 계급이 아닌 근면성실하게 일하는 산업역군을 강조하려는 의도였으리라 생각된다. 이후 1980년대 민주화 운동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나라에서의 5월 1일 세계노동절 행사가 재개되었다. 정부에서도 1994년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3월 10일을 5월 1일로 변경하였지만 아직 이름은 되돌려지지 않아 ‘노동절’,‘근로자의날’등이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133년 전의 요구가 지금과 닿아있는 현실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하는 세계노동절의 시작은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절박한 요구에서 시작되었다. 133년전 미국의 노동자들은 요구한 하루 8시간 노동제는 현재 우리 사회에 있어서 주40시간제로 운영되고 있다. 유럽의 국가에서는 이미 주35시간제를 넘어 주30시간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이기도 하다’라고 이야기하는 이유 중에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윤석열 정부의 ‘주 69시간제’로 대표되는 노동시간 개악안은 133년이라는 역사의 시계바늘을 되돌리려는 무모한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제도적으로 노동시간을 연장하지 않더라도 이미 플랫폼 노동 등 특수고용형태에 있는 노동자들은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노동을 제공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노동력으로 사업을 운영하며 생계까지 유지하는 자영업자들은 치솟는 물가에 대응하여 이익을 내기 위해 남들보다 2배, 3배 더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사회에서의 노동의 가치가 건물임대수익 혹은 난방비나 원재료비보다도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기인한 현장들이다.

나의 노동절 휴무부터 되찾아보자

매년 노동절이 되면 각종 취업사이트에서 ‘노동절에 쉬는지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곤 한다. 올해의 경우에도 모 사이트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노동절에 휴무한다’고 답한 경우는 절반을 조금 넘긴 수준이었다. 10명 중 3명은 노동절에도 수당도 받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작은 사업장일수록 노동절 유급휴가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었다. 만약, 내가 속한 사업장에서 노동절 유급휴일이 보장되고 있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133주년 노동절, 나의 작은 권리를 위해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했던 전 세계 노동자들의 역사적 흐름에 동참해 보면 어떨까? 나의 노동절 휴무부터 되찾자!


#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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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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