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부터 새로운 지침 각 읍·면·동서 적용
여전히 모호한 기준 ‘법령 개정 선행돼야’

정당현수막 난립 사태에 맞서 정부가 강화된 지짐을 마련했지만 정작 일선 현장에서는 별다른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9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가 새롭게 마련한 ‘정당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을 도내 43개 읍·면·동에 하달해 어제(8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새로운 지침은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 내 정당현수막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 보행이나 차량 운행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는 곳은 지상에서 2m 이상 높이에 설치하도록 했다.

정당 외 단체명이 표기되거나 당원협의회장(지역위원장)이 아닌 일반 당원 이름이 표기된 현수막은 통상적 정당 활동에 따른 현수막이 아닌 것으로 보고 설치를 금지하도록 했다.

다만 ‘보행자나 차량 운행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다’는 기준 자체가 애매해 일선 공무원들이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철거 의사를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수막에 반드시 표기해야 할 연락처와 게시 기간 등이 누락되는 경우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지만 정당법 눈치를 봐야 해 현행 지침으로 강제 철거도 어렵다.

이마저 각 정당에 사전 고지를 통해 시정 요구를 먼저 하도록 돼 있어 즉각적인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지정 게시대 설치를 권고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설치 사례도 없다.

일선 공무원은 “정당 현수막에 기간이나 게시자 정보가 빠진 사례도 적지 않다”며 “그럼에도 함부로 철거하기는 부담스럽다. 민원이 접수되면 요청을 하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길거리에 현수막이 우후죽순 늘어난 것은 2022년 6월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그해 12월부터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후속 조치로 옥외광고물법 시행령도 개정되면서 각 정당은 정당의 명칭과 연락처, 표시 기간만 명시하면 배제 적용에 따라 신고 없이 아무 곳에나 정당현수막을 내걸 수 있게 됐다.

이후 제주에서도 주요 도심지를 중심으로 각 정당과 당협위원장이 설치한 현수막이 급증했다. 이에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도시미관을 해친다며 각 정당에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제주를 포함해 전국에서 정당현수막 난립 사태가 불거지자, 지역에 맞게 게시 장소와 개수를 제한하도록 하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옥외광고물법 개정안만 6건이다. 개정안은 정책·정치 관련 현수막의 표시 방법·기간, 장소·개수 제한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법률 개정에 이어 시행령까지 개정되면 제주도는 ‘제주특별자치도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를 손질해 지역 실정에 맞게 단속 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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