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국방부 군작전구역 조정 협의, 2015년 이후 답보...코로나19 핑계까지

제주국제공항 접근관제구역에 적용 중인 부채꼴 모양의 도착절차.<br>
제주국제공항 접근관제구역에 적용 중인 부채꼴 모양의 도착절차.

국토교통부가 제주국제공항의 항공 교통량이 포화 상태인 것을 인지하면서도 국방부와의 공역 협의를 8년째 미뤄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 스스로 공역 혼잡을 자초한 것으로, '제주 제2공항' 사업을 의식한 결정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표출되고 있다.

감사원이 공개한 항공등화시설 등 안전관리실태에 대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제주국제공항은 북부공역 항공로 안전 확보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던 것으로 적발됐다.

제주공항의 활주로는 동서로 길이 3180m에 폭 45m, 남북으로 길이 1900m에 폭 45m 활주로 등 2개가 조성돼있지만, 거리 문제로 실제 사용하는 활주로는 동서활주로 뿐이다. 도착하는 항공기의 99%는 공항의 북쪽 및 북동쪽으로 도착해 북부 공역을 집중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접근관제구역에 비해 군작전구역과 훈련구역의 중첩 면적이 넓어 사용 가능한 공역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북동부 공역은 포화된 교통량을 원활히 처리하기 위한 표준계기 도착절차를 적용하기에도 협소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국토교통부에는 접근관제구역의 공역 포화 상태로 인한 항공안전 저해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국방부와의 협의가 요구돼 왔다. 양 기관 간 조정을 통해 공역을 확장하거나 탄력적인 공역사용 방안 등을 마련해 새로운 도착절차를 수립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2015년 9월 국방부와 접근관제구역과 중첩되는 군작전구역의 조정과 관련한 실무 협의를 시작한 이후 오늘날까지 별다른 협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양 기관 모두 접근관제구역의 포화 상황을 인지했음에도 합의를 도출하기 어렵게 되자 2018년 12월 전담반 회의에서는 해당 안건을 추후 검토하기로 하고 협의를 중단하면서다.

이후 국토부는 2019년 9월 탄력적 공역사용 도입 검토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로 하고, 2020년 2월 중첩구역을 통과하는 도착절차를 수립했으나, 코로나19로 항공 교통량이 감소하자 국방부와 추가적인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영향이 한창이었던 2021년에도 제주공항의 항공기 운항편수는 16만230편으로 전국 15개 공항 중 1위를 기록했고, 김포 노선의 운항편수는 8만7353편으로 전세계 항공로 중 교통량 1위를 기록했다.

결국, 국토부가 국방부와의 협의에 손을 놓으면서 제주공항은 적정 수용량인 시간당 35대 운항을 초과해 최대 43대까지 관제가 이뤄져야 했다. 이는 곧 관제사와 조종사의 업무량이 증가됨은 물론, 조종사가 자신의 비행경로를 미리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등 안전 저해 요인이 됐다.

실제 감사원 감사기간 중 국내선 항공기 조종사 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내외 다른 공항과 비교할 때 제주공항이 혼잡하다'고 답변한 비율이 89.4%에 이르렀고, '공역 혼잡이 운항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답변한 비율이 63.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혼잡한 공역 조정에 나서지 않는 것이 찬반 갈등이 첨예한 제주 제2공항 사업계획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공역의 안전성 확보는 제2공항 조성의 가장 주된 논리 중 하나다.

감사원은 공역 조정이나 탄력적 공역사용에 대한 협의의를 추진하지 않아 항공 교통량 처리에 차질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요구하며, 양 기관의 조속한 협의를 추진할 것을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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