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대 이정원 교수 인문학 에세이 펴내
‘교사 정치적 중립성’ 향한 비판적 사유와 성찰
“교사의 ‘배제적 정치중립’ 넘고 미래로 가야”

교단에 선 대한민국 교사들의 ‘정치 중립성’을 화두로, 통계와 자료 중심의 건조한 글쓰기가 아닌 저자의 날카로운 분석과 사유를 엿볼 수 있는 유의미한 책이 발간됐다. 

교사의 정치 중립성은 곧 ‘반공주의’로 인식되어온 대한민국 교육계의 만성화된 체질을 극복해야 하고, 그들에게 그어진 ‘정치 경계선’을 허물고 교사는 정치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일관된 생각이다. 

이정원 제주한라대학교 교수(방송영상학과)가 자신의 사회학 박사학위 논문인 〈한국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비판적 연구〉를 인문학 에세이 형식으로 다듬은 ‘회색교실’(출판사 한그루, 값 1만1000원)을 최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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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 글 ‘회색교실’(출판사 한그루, 값 1만1000원) 

이 교수는 대학 시절 학보사 기자와 편집장을 지낸 인연으로 지역신문 기자로 사회 첫발을 내디뎠고, 제주도교육청에서 교육홍보담당과 정책소통관으로 근무하면서 교육계가 스스로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정치적 자율성에 대해 깊은 의문을 갖게 됐다. 

결국 사회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며 <한국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비판적 연구>라는 논문으로 지난 2020년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번 발간된 책은 당시 논문을 인문학 에세이 형식으로 다시 다듬고 펴냈다. 

열 개의 꼭지로 이루어진 이 책은 국가가 교사들에게 부여한 ‘정치적 중립성’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있다. 저자는 “‘정치적 중립성’은 정권이 교사들을 통제하는 지배 양식”이라며 “교사들은 ‘중립성’의 경계선을 굵게 긋고 스스로 정치적 자율성을 스스로 감시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결국 교사들이 정치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정치 경계를 넘나드는 청소년들의 다양한 질문과 문제의식을 수용하지 못하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저자는 진단하고 있다.

특히 이 교수는 교사들이 ‘정치 중립’을 이유로 정치문제와 관련해 ‘회피’하는 것에 익숙하다 보면, 다양한 사회문제와 변화에 대한 질문이 학교와 교실에서 실종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 우려한다. 무엇보다 교사 스스로 ‘정치를 배제하는’ 정치 중립의 기원이 ‘반공주의’와 ‘시장인간 육성’에 원인이 있다고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 

반공 이데올로기와 같은 이념 문제 외에도 양극화와 다문화, 인권침해, 학교 폭력 등의 문제들도 모두 정치적인 문제다. 이 교수는 이같은 문제해결을 위해 교사 양성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예비 교사 때부터 다원적 가치를 수용할 수 있는 독립·자유주의적 사고와 관용을 갖춰야 하며, 교육 철학과 가치관, 윤리에 대한 인문 사회적 사유·성찰을 통해 세계 시민으로서의 교사 자질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이 교수는 사단법인 ‘제주와미래연구원’ 부설 제주미디어리터러시연구소장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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