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산문집 ‘기억이 되지 못한 말들’ 발간

문학평론가 김동현 씨(제주민예총 이사장)가 새 책으로 산문집 《기억이 되지 못한 말들》(소명출판)을 펴냈다. 

이 책은 제주4.3을 비롯해 1991년 제주개발특별법 투쟁, 오키나와, 재일교포 작가 김석범과 김시종, 그리고 재일과 분단 등 여러 화두들을 15장에 걸쳐 소개한다.

평소 저자는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는 시선으로 제주를 바라보는 평론가다. 그렇기에 새 책에서 담아내는 글 또한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제주도의 숨겨진 이야기들”에 주목했다. 

“법-제도’에 기대어 말하는 제주 4.3이 우리가 말하는 ‘4.3의 완전한 해결’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여전히 ‘법-외부’에 남아있는 존재들이 있기 때문이다.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이 ‘법-제도’의 내부만을 지향할 때 4.3은 ‘법-제도’로 축소되고 왜소화될 수밖에 없다. 4.3이 형해화된 조문으로만 남는다면 그것이야말로 ‘4.3의 실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법의 이름만 남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4.3의 진실’은 아닐 것이다.” 
- 2장 <그러나 법은 아무 것도 모른다> 중에서

“그리하여, 1991년을 말하기 위해, 1991년 5월을 그리기 위해, 그 스물의 낯선 불안과 두려움을 다시 생각한다. 오래 묵혀두었던 고백처럼, 다시 기형도를 꺼내 읽으며 알약처럼 쏟아졌던 오월의 청춘들을 부른다. 강경대, 박승희, 김영균, 천세용, 김귀정, 그리고 제주의 양용찬. 죽어서 열사가 되었던 그들과 살아서 비겁했던 우리와, 분분했던 청춘의 낙화와 그리고, 또 그리고…, 이제는 사라져 버린 스물의 시간들을…. 눈물과 울분과, 취중을 핑계로 내질렀던 고함들과, 비겁하고 비겁해져서 살아남은 모두의 나날들을…. 남아있는 사람들의 눈으로 달려와 가슴에 박혀버린 오월의 불꽃들을….” 
- 3장 <1991년 5월의 기억들> 중에서 

“운동을 멈추는 순간 언어는 낡아지고 사유는 힘을 읽는다. 비상의 언어가 주는 자유를 외면하고 기꺼이 대결의 구속을 감내하는 동안에만 문학은 ‘문학’일 수 있다.
-1장 <4.3이라는 중력> 중에서

문학평론가 권성우 교수(숙명여대)는 추천사에서 “김동현의 힘차고 강렬한 문체야말로 제주의 비극을 온몸으로 껴안은 고향의 문인에 대한 깊은 사랑의 표현이리라. 제주의 슬픔과 저항을 알기 위해서라면, 제주의 문학을 사랑하고 싶다면 이 책이 안성맞춤이지 싶다”라고 소개했다.

출판사는 “4.3문학 연구자이자, 현장 비평가로, 이제는 제주민예총 이사장으로 진보적 문화예술운동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저자의 글들은 ‘치열한 산문정신’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산문을 통해 오늘을 어떻게 사유할 수 있는 지를 말해주고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 김동현은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국민대학교에서 <로컬리티의 발견과 내부식민지로서의 ‘제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4.3문학과 오키나와문학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 우리 안의 식민지》, 《욕망의 섬 비통의 언어》, 《김시종, 재일의 중력과 지평의 사상》(공저), 《김석범×김시종-4.3항쟁과 평화적 통일독립운동》(공저), 《냉전 아시아와 오키나와라는 물음》(공저), 《전후 오키나와문학과 동아시아》(공저), 《언어전쟁》(공저) 등이 있다. 

293쪽, 소명출판,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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