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제주와 자치 이야기] 
(17) 지방검사장 직선제 필요

필자는 지난 2019년 11월부터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사용하는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의 집행내역과 지출증빙서류를 공개하라는 행정소송(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진행해 왔다. 필자 혼자서 한 것은 아니고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와 <뉴스타파>가 협업해서 해 온 일이다. 

그리고 지난 4월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일부 승소 판결이 확정됐다. 특수활동비는 집행일자, 집행금액 등이 공개될 예정이고, 특정업무경비와 업무추진비는 개인정보 등 일부 정보를 제외하고 카드 영수증까지 공개될 예정이다. 공개 일시는 6월 23일로 예정되어 있다. 

검찰 예산 집행 정보공개의 의미

대검찰청의 예산 집행 정보가 공개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예산 집행 정보가 공개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예산 집행 정보가 공개되면, 이후에 다른 지방검찰청의 정보도 공개되게 될 것이다. 제주의 경우 제주지방검찰청의 예산집행 정보도 공개되는 것이다. 

검찰 예산 집행 정보의 공개는 검찰 민주화와 검찰 개혁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민주화 이후에 검찰은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되어 왔다. 국가차원에서는 물론이고,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검찰 개혁 논의가 오랫동안 진행되어 왔지만, 정작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정보공개는 진척된 것이 없었다. 심지어 대검찰청은 2021년 11월 현장검증을 온 국회의원들에게도 특수활동비 관련 자료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정보공개는 국민세금을 사용하는 공공기관이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무인데, 그런 것도 저버린 것이다. 

그래서 조만간에 검찰의 예산 집행 정보가 공개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검찰도 국민의 감시와 통제를 받아야 하는 ‘보통의 행정기관’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주권자 참여에 의한 검찰 개혁이 필요

그리고 검찰민주화와 검찰개혁도 앞으로는 국민들의 참여와 통제를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미국의 기소배심이나 일본의 검찰심사회처럼 국민들이 직접 검찰권 행사를 통제하는 방안이 논의만 되고 도입은 되지 못해 왔다. 

기소배심이나 검찰심사회는 무작위로 뽑힌 시민들이 검찰을 견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제도이다. 미국의 기소배심은 중형이 예상되는 범죄에 대해 시민들이 기소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일본의 검찰심사회는 시민 11명으로 구성되는데, 검사의 불기소 처분이 잘못되지는 않았는지를 심사하고, 만약 8명 이상이 찬성하는 경우에는 ‘기소 상당’ 결정을 할 수 있다. 이 결정에는 법적 구속력이 주어진다.  

그동안 주로 논의되어 왔던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공수처 설치 방안이 기관끼리 견제하도록 하는 방안이라면, 기소배심이나 검찰심사회는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인 것이다. 일본의 검찰심사회는 지역별로 구성되게 되므로, 이런 제도가 도입된다면 제주의 주민들이 제주지방검찰청을 견제할 수 있게 된다. 

지방검사장 주민직선제도 논의 필요

한편 지방검사장 주민직선제도 논의가 필요하다. 지방검사장 주민직선제는 가령 제주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자는 것이다. 교육감을 선거로 뽑듯이 지방검사장도 선거로 뽑자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50개주 가운데 43주의 주 검찰총장(주 법무장관)을 주민직선으로 선출하고 있다. 

물론 지방검사장 주민직선제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지방검찰이 지역 주권자들의 견제나 통제를 전혀 받지 않고, 상급검찰청의 지휘만 받는 것이 과연 민주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방검사장 주민직선제를 도입하면서 임기를 정하고, 혹시나 있을 수 있는 부작용을 막을 장치를 잘 설계한다면, 검찰민주화와 개혁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논의가 앞으로 본격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이번 검찰 예산 집행 정보 공개가 이런 논의가 시작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하승수

1992년 공인회계사 시험, 1995년 사법고시까지 합격한 엘리트지만,  정작 그는 편한 길을 택하지 않았다. 변호사 일을 하면서 참여연대 실행위원과 납세자운동본부 실행위원장,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등 시민운동가로서의 삶을 살았다.

2006년부터 약 4년간 국립 제주대학교 법학부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로 강단에 서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이후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을 맡으며 시민운동에 매진했다. 2012년 녹색당 창당에도 참여했다.

지금은 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와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에서 풀뿌리 지방자치를 향한 '하승수, 제주와 자치이야기'를 매월 한차례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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