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예정 피해지역 주민들과 새 이야기 담긴 책 발간
김광종·김민주·김예원 공저, 도서출판 파주에서

사진=김예원.
사진=김예원.

제주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이 햇수로 벌써 8년을 맞은 지금, 지난 기록들을 정리하고 피해지역 주민들의 투쟁기를 담은 책이 발간돼 눈길을 끈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제주를 꿈꾸는 성산 주민 김광종, 김민주 씨와 제주의 새들을 지키고 알리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김예원 씨가 함께 펴낸 ‘제주, 그대로가 아름다워(도서출판 파주에서)’다. 

끝나지 않은 싸움이 또다시 새로운 양상으로 시작되는 제2공항 문제와 관련해 지금까지의 흐름과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이 책은 지난한 과정의 중간 매듭을 짓는 자료집의 성격을 띤다. 

저자들은 책머리에서 “성산에서는 지금도 풍경을 잃고, 건물을 얻고 있다. 잃는 것과 얻는 것의 교환이 바람직한지 숙고해야 하지만, 지금 제주는 개발이익이 주는 달콤함만을 쫓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어떤 교환을 할지, 꼭 필요한 개발인지 질문 없이 그저 대규모 개발이라면 너도나도 유치하겠다고 달려들고 있다”며 “개발 후유증으로 지역 공동체와 환경이 망가졌을 때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개발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이라며 “개발을 통해 무엇을 얻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잃는가를 봐야하며, 얼마나 큰 이익을 얻는가가 아니라 누가 이익을 가져가고 대가를 지불하는가를 질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주는 많이 변하고 잃어왔지만 사람들에게 아직도 안도와 위로를 주는 곳”이라며 “여전히 많은 사람이 제주를 찾고 있다. 아직 남아있는 제주의 모습은 개발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사라질 것 들”이라고 힘줘 말했다. 

사진=김수오.
사진=김수오.

책은 ▲1부 개발의 그림자 △1장 개발의 그림자 △2장 세 번의 터닝포인트 △3장 백명의 주민 백 가지 방식 △4장 성산의 주인 △5장 제주의 미래 ▲2부 성산의 새 등으로 구성됐다. 또 책에 수록된 성산지역 모습들은 김수오 작가의 사진들로 채워졌다.

다섯 개 주제로 구성된 1부의 첫 장 ‘개발의 그림자’에서는 2015년 제2공항 예정지 발표 이후의 기록들이 정리됐다. 2장 ‘세 번의 터닝포인트’는 부실용역 재조사 강제 종료, 원희룡 제주도정 여론조사 결과 불복, 국토부의 네차례 환경영향평가 제출 등 내용을 다룬다. 

3장 ‘백명의 주민 백 가지 방식’에서는 제2공항에 맞선 지역 주민들의 인터뷰가 수록됐으며, 4장 ‘성산의 주인’은 지금까지 주민들이 조사한 성산의 새들과 맹꽁이, 오름 등 성산지역 환경 관련 내용이 정리됐다. 

마지막 ‘제주의 미래’에서는 현재 제주의 수용 능력과 미래에 대응하는 다양한 자세가 정리됐다. 2부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13년간 성산에서 새를 찍어온 ‘생이 친구’김예원 씨의 사진이 수록됐다. 32종의 법정보호종을 포함한 120여 종의 새가 소개된다. 

“그동안 쌓아 올린 삶의 터전이 무너지고 이웃과 함께했던 추억의 공간이 하루아침에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구요. 주민 의견을 물어보지 않고 용역 결정 과정에서 문제점이 있었음에도 은폐하고 추진하는 제2공항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성산 난산리 주민 김경배 씨 인터뷰 중)

“기후위기 시대 소중한 자연 환경을 지켜야 하는 것이 세계적 화두인데 제주도는 환경 문제에 좀 둔감해요. 이 좁은 섬에 또 하나의 공항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지요. 난개발을 막으면서 도민들이 더불어 잘 살 방법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성산 신양리 주민 김현지 씨 인터뷰 중)

“사람만 이 마을 주인이라고 생각하나요? 나무들과 그아래 생명들, 새들도 수십 년간 이곳을 지켜온 주인입니다. (중략) 공항이 생기면 우리는 이곳을 떠나야 하고 고향이 없어지는데요, 그 일을 저질러도 될 만큼 공항이 정당성을 갖고 있지 않아요.”(성산 신산리 주민 강석호 씨 인터뷰 중)

“우리를 건강하게 길러준 곳이에요. 땅값이 몇 배 오르고 거금을 준다고 어떻게 공항과 이런 보물들을 바꿀 수 있겠어요. 어떤 사람들은 보상금 좀 더 받기 위해 하는 거라고 하는데 보상금은 관심 없어요. 이제까지 우리가 쌓아 올린 지역공동체와 문화, 최고의 생태 환경을 어떻게 돈으로 환산합니까?”(성산 수산리 주민 오은주, 오창현 씨 인터뷰 중)

추천사를 쓴 천주교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 황태종 요셉 신부는 “기습적인 제2공항 건설계획과 예정지 발표로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에서 쫒겨날 운명에 처한 이들의 힘겨운 투쟁과 아픔을 확인하며 왠지 모를 미안함이 밀려왔다”고 말한다. 

이어 “이 책은 각자의 자리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바다의 소금처럼 부패를 막고, 어둠 속의 빛처럼 무지를 밝히며 성산을 그리고 제주를 지키려 했던 이들의 소중한 여정들을 담고 있다”소개한다.

또 “거대한 국가 공권력이라는 바위 앞에 작고 여린 새알처럼 보이는 성산 주민들의 투쟁이 무모한 몸짓처럼 보이지만 언젠가 새가 알을 깨고 나오면 제주민의 바람을 타고 날아올라 넘을 수 없을 것만 같던 장벽을 넘어 푸른 하늘로 비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생태계의 경이로움 속에 모든 동식물들과 형제애를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지켜내려는 이들뿐만 아니라, 눈앞의 미끼에 홀려 그 아름다움을 즐기지 못하는 눈먼 이들에게도 이 책을 간곡히 추천한다”고 밝혔다.

사진=김수오.
사진=김수오.

2부 ‘성산의 새’를 추천한 나일 무어스, 새와 생명의 터 대표는 “김예원의 사진에는 동부지역의 아름다움과 독특함이 많이 담겼다”며 “이런 자료가 없었다면 우리는 새들과 공유하고 있는 습지, 숲, 바다의 다양성과 풍부함을 보지 못하고 놓쳤을 수도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김예원의 사진에는 성산과 제주 동부에 위치한 서식지의 국내적이고 국제적 중요성에 대해 반박할 수 없는 증거를 제공한다”며 “그것이 바로 보전을 요구하는 선명한 외침”이라고 말했다.

책 ‘제주, 그대로가 아름다워’는 크라우드 펀딩 텀블벅을 통해 목표금액 132%를 달성, 발간됐다. 구입은 △한라서적 △풀무질 △무사책방 △몽캐는책고팡 △푸근한곰아저씨 △서귀포우생당 등 도내 서점에서 가능하다.

네이버스마트스토어(smartstore.naver.com/designhamen/products/8607177387)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저자 김광종은 1999년 제주 성산으로 귀농한 뒤 과도한 개발을 넘어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제주를 고민하고 있다. 5살이 되던 해 부모님을 따라 제주에 온 저자 김민주는 성산지역 청년들과 제주의 알려지지 않은 가치를 소개하는 계간지 ‘곱을락’을 펴내고 있다.

성산지역 새 사진을 촬영한 저자 김예원은 야생동물구조센터 봉사와 스팟강의, 생이친구 탐조여행 등 제주의 새를 지키고 알리는 활동을 꾸준히 펼치는 중이다. 

317쪽, 도서출판 파주에서,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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