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연 작가 새 동시집 ‘제주 그대로’ 발간...제주 자연과 정신 지키는 바람 담아

사진=알라딘
사진=알라딘

“‘제주 그대로’란 제목에는 제주도의 소중한 자연과 문화를 훼손하지 말고 그대로 고이 지켜갔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어요.”

제주 작가 오지연이 새 책을 발표했다. 본인의 두 번째 동시집이기도 한 《제주 그대로》(RYTH)이다. 이 책에 대해 저자는 “16년 만에 발표한 두 번째 제주 동시집”이라며 “제주도가 처한 현실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만 없을 것 같은 어떤 위기감과 책임감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책은 ▲제주도의 봄 ▲난 한라산 노루야 ▲혼디 ▲해녀 할망 ▲곶자왈의 주인 등 총 5부에 걸쳐 80여편의 시를 실었다.

저자는 오름, 곶자왈, 돌담, 노루 등 제주의 자연 생태를 이야기하면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제주사람들을 포근한 시선으로 살핀다. 삶과 자연이 녹아있는 지역 문화도 시로 풀어낸다. 무엇보다 제주다움을 지키고 싶은 간절함을 함께 전한다.

검버섯
오지연

온종일
밭일 하고
물질하고

물질하고
밭일 하고

평생을
바당과 밭에서만 살았지요.

수고했다,

해와 땅이
할머니 얼굴과 손에
출근 도장을
찍어주었어요.


어디로 가나
-온새미로2
오지연

공항을 더 넓힌다고 했어요.
그래야 섬에 관광객이 많이 온대요.

귤밭일, 축사일, 물질하던 동네 사람들
모두 어디로 가야 할까요?

열 개가 넘는 학교들
수업중에 비행기가 굉음을 내며 교실 위로 지나간대요.
어쩌죠, 우린 다 전학을 가야 할까요?

아픈 다리를 끌고 동네 오름에 오르신 할머니가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일출봉을 한번 바라보고 마을을 내려다보세요.

-난 여기서 태어나 평생을 물질하며 살앗주.
 그러니 여기 남아 죽을 거여.

중얼거리듯 작은 소리로 말씀하셨어요.

저자는 제주 출신으로, 현재 제주도에서 바다와 오름과 놀며 살고 있다. 2003년 새벗문학상에 동시가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대교 눈높이아동문학상, 푸른문학상 새로운시인상 등을 수상했다. 초등 국어 교과서와 국어 교사지도서, 중등 국어 교과서에 작품이 수록됐다. 《기억할까요?》, 《알을 품은 나무》, 《얼룩말 피아노》 등의 책을 냈다.

109쪽, RYTH,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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