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결국 돈 때문? / 김봉현 이사·논설주간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
 

2019년 촬영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전경 / 사진=그린피스 ⓒ제주의소리
2019년 촬영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전경 / 사진=그린피스 ⓒ제주의소리

여러 번 경험하건대, 깃털처럼 가벼운 것이 정치인의 입이다. 눈앞에 닥친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문제로, 국민은 또 한 번 정치인들의 가벼운 입에 분을 삭인다. 

정치가 실종되고 정쟁에 익숙한 우리 국회의 여·야 현실에서 단일대오한 ‘여야 합의’로 결정되는 사안은 왠지 익숙한 풍경은 아니다. 그런 점에선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방출 결정 규탄 및 오염수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 촉구 결의안’ 처리가 그렇다. 여야가 똘똘 뭉쳐 한목소리로 일본을 강력히 성토했다. 불과 2년 전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6월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이었던 국민의힘, 정의당 등은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이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이랬다. “오염수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삼중수소를 비롯하여 60여 종의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데 완전한 제거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중략) 대한민국 국회는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을 강력히 규탄하며 해당 결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당시 국회의원 재석 191명 중 기권 3표를 뺀 188명이 전원 찬성해 통과됐다. 

분노한 국민 마음을 대변해 비분강개했던 여·야의 모습이다. 이렇게 의분에 북받쳤던 국회의원들은 누구였을까. 이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의원은 현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조태용 당시 국민의힘 의원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박진 외교부 장관도 공동발의에 앞장섰다.

주호영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도 당시 의원총회에서 “일본 따위에게 오염수 방출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할 수 있는 어떤 빌미도 우리가 먼저 제공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따위’라는 표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당시 제주도지사였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IAEA(국제원자역기구)는 이미 일본과 미국의 입김이 워낙 센 기구다. 원자력기구가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고 그랬지만 상대방 주장을 넙죽 받아들여서는 절대 안 된다. 단 한 방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도 용납할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공식 표명한 바 있다.

그랬던 원 장관은 지난 4월 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정일영 의원으로부터 제주도지사 시절인 2020년 후쿠시마 오염수를 용납할 수 없다고 했던 입장이 지금도 변함없느냐는 질의에 “네, 그렇다”라면서도, “개인 견해로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의사 결정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 생각한다”라고 사족을 달았다. 온도 차가 극명히 대비된다. 세월 탓일까. 정치인의 가벼운 DNA 탓일까? 

2021년 6월 여야 합의로 처리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방출 결정 규탄 및 오염수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 촉구 결의안’. 당시 국회의원 재석 191명 중 기권 3표를 뺀 188명이 전원 찬성해 통과됐다.  ⓒ제주의소리
2021년 6월 여야 합의로 처리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방출 결정 규탄 및 오염수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 촉구 결의안’. 당시 국회의원 재석 191명 중 기권 3표를 뺀 188명이 전원 찬성해 통과됐다.  ⓒ제주의소리
2018년 일본 알프스소위원회(경제산업성 산하 자문기관) 사무국이 제시한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오염수의 5가지 처분 방법. / 그래픽 이미지 = 문준영 기자 ⓒ제주의소리
2018년 일본 알프스소위원회(경제산업성 산하 자문기관) 사무국이 제시한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오염수의 5가지 처분 방법. / 그래픽 이미지 = 문준영 기자 ⓒ제주의소리

이랬던 국민의힘이 지금은 어떤가? 관속에 묻힌 나치 독일의 파울 요제프 괴벨스라는 극단적 선동 정치가까지 들먹여가며 자신들이 촉구 결의했던 오염수 투기 비판을 선동 정치라고 폄훼하고 있다. 기가 찰 노릇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를 반대하는 민주당과 야당을 향해 “마치 괴담을 믿지 않으면 믿을 때까지 반복하면 된다는 괴벨스의 선동 정치를 보는 것 같다. 민주당은 주술적 굿판을 멈추고 얌전히 과학적 결과를 기다리기 바란다”라고 훈계(?)한다. 여당의 이런 태도야말로 선동의 정치다. 

국민의힘의 태도가 이렇게 돌변한 배경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에 있다. 미국과 일본 편중 외교를 펼치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게 후쿠시마 오염수는 빨리 치워버려야 할 걸림돌이다. 이는 IAEA도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발표한 것은 2021년 4월13일이다. IAEA는 2021년 4월13일 일본 정부가 밝힌 오염수 해양투기 공식발표 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일본의 해양 방류를 지지한다고 밝혀왔다. 

심지어 폭발사고 4년 만인 2015년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권고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쯤 되면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식과 같은 IAEA의 검증 방식이란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IAEA는 세계 원전업계 및 원전 이용 국가들의 이익 단체다. 유엔 산하기구로 잘 포장되어 있지만, 원전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이 단체의 역할이다. 최대한 저비용으로 오염수를 처리하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사람들의 기억에서 빨리 없애야 한다는 점은 IAEA와 일본의 공동 목표인 셈이다. 이러고도 IAEA나 일본 정부가 던져주는 조사 결과를 그냥 믿어야 할까. 

분명한 사실이 있다. 해양투기는 유일한 해법이 아니다. 일본이 자국민조차 설득하지 못하고 투기(방류)를 강행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안전하다는 일본의 주장과 달리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는 여과하더라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은 이견 없는 과학적 팩트다. 

의도를 알아차려야 한다. 일본이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려는 이유가 뭘까? 안전해서가 아니다. 그렇다면? 가장 싸기 때문이 다. 결국 ‘돈’이었다. 

일본 알프스소위원회(경제산업성 산하 자문기관) 사무국은 지난 2018년에 이미 다섯가지 처분 방법을 제시한 바 있다. 지층 주입 방식은 3979억엔, 지하 매설 방식은 1624억엔, 수소 방출 방식 1000억엔, 수증기 방출 방식 349억엔, 그리고 해양투기(방류)가 34억엔으로 제시됐다. 

세계 3위의 경제국가인 일본이 우리돈 340억원에 불과한, 해양투기 방식을 결정한 것을 두고 “정말 일본스럽다”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배출되는 스트론튬이 몇 베크렐(bq)이니 기준치의 몇 배니 하는 논쟁들은 다 부질없는 일이다. 걸러낸 최종 처리수가 절대 안전하다는 일본이 자국 내 지층 주입이나 지하매설 등의 방법을 왜 채택하지 않았을까? 무려 최대 100배나 낮은 푼돈으로 오염수를 해양투기하겠다는 저급한 속내가 극명히 드러나고 있다. 

우리 정부나 정치권이 마냥 IAEA의 검증 발표 보고서를 기다릴 때가 아니다. 어차피 IAEA의 검증은 일본의 오염수 해양투기에 힘을 실어줄 ‘묻지마 보고서’가 될 게 뻔하지 않은가. / 김봉현 이사·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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