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70) rhetoric

rhetoric [rétǝrik] n. 수사(修辭), 수사학, 웅변술
말 허카 말카?
(말을 할까 말까?)

서양 사회에서는 말하는 것이 무척 중요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려면 오로지 직접적으로 대중들의 지지(public support)를 얻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 사진=픽사베이
서양 사회에서는 말하는 것이 무척 중요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려면 오로지 직접적으로 대중들의 지지(public support)를 얻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 사진=픽사베이

rhetoric은 “설득하거나 말하는 기술(=the art of eloquence and persuasiveness in language, the art of using language to influence others)”을 뜻한다. 거기서 파생된 어휘로는 rhetorical “수사학적”, rhetorician “수사학자” 등이 있으며, 특히 rhetorical question “수사적/반문적 의문”이란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Nobody cares.’와 같은 평서문 대신 사용하는 ‘Who cares?’와 같은 의문문(interrogative sentence)을 말한다.

예로부터 동양 사회(Oriental society)와 서양 사회(Western society)는 말(speech)에 대한 인식이 달랐다. 수직적(vertical) 위계구조(hierarchical structure)의 동양 사회에서는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것(something you shouldn’t do carelessly)”이었고, 수평적(horizontal) 평등구조(equal structure)의 서양 사회에서는 “잘해야만 하는 것(something you have to do well)”이었다.

동양 사회에서는 말보다 사유(thought)가 중요했고 말과 행동(words and actions)은 가능하면 삼가야 하는 것이었으나, 서양 사회에서는 말하는 것이 무척 중요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려면 오로지 직접적으로 대중들의 지지(public support)를 얻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언변이 뛰어났던 당시 ‘소피스트(sophist)’들은 지금의 웅변 학원이나 스피치 학원에서처럼 말하는 법, 설득하는 법, 법정에서 이기는 법, 변호하는 법 등을 알려 주고 돈을 버는 이들 이었던 셈이다.

많은 소피스트들이 수사학에 대한 여러 주장들을 남겼지만, 그것들을 명쾌하게 정리한 이가 아리스토텔레스(BC 384년~BC 322년)이며, 그가 말한 설득의 세 가지 요소가 에토스(Ethos), 로고스(Logos), 파토스(Pathos)다.

에토스는 말하는 사람이 보여주는 도덕적인 인품이나 덕성(moral character)을 뜻한다. 똑같은 말을 듣게 되라도 청중들(audience)은 에토스가 있는 사람의 말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공감한다는 것이다. 로고스는 연사(speaker)가 하는 말 그 자체를 뜻한다.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 얘기를 해야 청중들이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파토스는 연사가 하는 말에 동반되는 감정(emotion)을 뜻한다. 아무리 말이 되는 얘기를 하더라도 거기에 공감적 감정(sympathetic feeling)이 실려있어야만 청중의 마음까지 녹일 수 있다는 것이다(to melt the hearts of the
audience).

우리는 지금껏 ‘말조심(care in speaking)’이란 문화 속에서 살아왔다. 그리고 그 말조심은 우리를 ‘말을 조심해서 잘하게 되는 쪽’이 아니라 ‘말을 아예 하지 않게 되는 쪽’으로 이끌었다. 생각이란 것도 말을 해봄으로써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인데, 무심히 주고받는(exchanging carelessly) ‘말조심’이란 말이 실제론 ‘말막음(hushing things up)’으로 작용하면서 ‘화행 무능력자(speech act incompetent)’를 양산(mass production)해 온 것이다.

인간 사회에서의 대립(confrontation)과 갈등(conflict)은 대부분 말로 빚어진다. ‘꼰대’라는 유행어(vogue word)에서 보듯, 수직적 위계구조와 수평적 평등구조의 충돌(collision)도 결국은 말의 문제다. 토론(debate)을 할 때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상대방의 말을 외면하는 태도는 에토스의 문제이고,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만 전달하면 된다고 착각하는 건 로고스의 문제이고, 감정적 전달(emotional communication)까지 필요하다는 걸 아는 건 파토스의 문제이다. 이제,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시대는 지났다. ‘말조심’을 넘어서서, 말을 어떻게 할 것인가(how to make a speech)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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